김선욱/시인
원일元旦의 소망
응달의 비탈을 더듬어 온
세월이 아찔하다
얼마의 신산 겨울을 지나야
오랜 어둠의 땅에 꽃불이 피어오를까
우러르니 하늘은 빛나는 별이요
굽어보니 강엔 처연한 혼들이
등불 밝히며 홀홀 떠가고
유형의 대지는 묵시의 말씀을 포용하니
원일元旦,
그대여 이제 버거운 등짐 내려놓고
비밀스런 블랙홀에서 건져낸
무량한 사랑의 잠언으로 우뚝 일어서리라
저 태고의 더운 피 끌어모아
웅숭깊은 구원의 불씨 지피고
혼신을 살라 곡진한 눈물 뿌리면
천지 사방으로 팔팔한 혈맥이
용솟음치리니
어기찬 땅의 숨소리
하늘의 한끝까지
메아리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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