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유치는 곡신불사(谷神不死)‧상선약수(上善若水)의 땅-천혜의 복지(福地)
사설 - 유치는 곡신불사(谷神不死)‧상선약수(上善若水)의 땅-천혜의 복지(福地)
  • 김선욱
  • 승인 2023.03.02 12:4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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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치가 화마(火魔)‧수장(水葬) 이어, 이젠 ‘주검의 땅’이 되려는가

물이 있어도 개활지나 평지라며 늪이 되거나 탁수(濁水)의 고인 물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곳에서 청수는 있을 수 없다. 청수(淸水)는 오로지 계곡에서만 존재한다. 그 청수의 계곡은 곧 곡신불사(谷神不死)이기에 상선약수(上善若水)로서 생명을 살리는 청수가 된다.

“곡신(谷神)은 죽지 않는다. 이것은 현빈이다 谷神不死 是謂玄牝, 현빈의 문은 천지의 뿌리다 玄牝之門 謂天地根,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듯 없는 듯 하고 써도 써도 마르진 않는다. 綿綿若存, 用之不勤.”

『도덕경』 6장에 있는, 노자의 유명한 ‘곡신불사谷神不死 …’의 명언이다.

이 땅에서 곡신(谷神)은 물(淸水)의 근원이고 그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된다. 그 물은 곧 오묘한 여성의 문(玄牝)으로 천지의 뿌리라고 했다. 그러기에 (생명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써도 써도 없어지는 일이 없다고 했다. 생명의 계대(繼代)는 여성, 곧 암컷으로 이루어지므로 그 생명의 근원인 곡신은 죽지 않고 계곡의 청수도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의미다. 도(道)의 본체가 허무(虛無)인 것처럼 계곡은 비어 있고 그 계곡의 암컷이 일체의 만물을 낳을 수 있기에 계곡의 물로 빚어지는 자연의 도(道)는 무궁하게 이어진다는 요지다.

달리 말하면, 그 계곡은 ‘만물을 생성하는 현묘한 암컷(어미)’인 것이다. 하늘의 물(水)을 계곡(자궁)으로 담고 그것을 다시 청수(淸水)로 분출시키고 그 청수는 끝없이 낮추고 낮추며 많은 생명을 살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곡신불사(谷神不死)의 의미다.

“가장 으뜸이 되는 선(善)은 물과 같다 上善若水,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水善利萬物而不爭,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處衆人之所惡,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故幾於道 …”

이 ‘상선약수上善若水…’ 역시 『노덕경』 8장에 나오는 말이다. ‘으뜸이 되는 선은 물과 같다.’는 이 말은 노자의 무위(無爲)사상을 물의 성질에 비유한 말로 물의 겸허(謙虛)와 부쟁(不爭)의 덕을 이르는 뜻이다.

청수를 낳으며 죽지 않는 곡신(谷神)의 땅, 도(道)의 최상의 본체인 상선약수(上善若水) 땅, 그곳을 노자는 가장 동경했을 것이다. 노자가 그토록 동경했을 땅이 장흥군에 있다. 장흥군의 유치면 일대가 바로 곡신불사(谷神不死)의 땅이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땅이기 때문이다.

땅의 정기가 모아져 분출되는 곳이 산이요 산줄기다. 그 산줄기가 계곡을 통하여 생명수인 청수를 분출시키고 그 계곡수가 크고 작은 하천을 이루면서 온갖 생명들과 사람들을 살리게 된다. 그러므로 실은즉 청수(淸水)의 근원은 고산(高山)이요 산줄기인 셈이다.

고산이나 산줄기가 없는 평지라면 하늘에서 물을 내려도 바다가 되거나 고인물이 되어 청수(淸水)가 아닌 사수(死水)가 되거나 습지나 늪이 되고 말 것이다.

고산이 있어 계곡이 생기고 계곡은 청수가 되어 생명을 살리는 하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장흥군 전역에는 400m 이상의 고산들이 30여 개에 이른다. 그 중 1/3 가량인 9개 고산들이 유치 일대에 밀집돼 있다. 500m 이상인 산으로 삼계봉(505.7m), 국사봉(615m), 가지산(509.9m), 수인산(564m), 병무산(513.4m)이고 400m∼500m인 산으로 소반바위산(492.6m), 수리봉(401.8m), 둥둥산(425.5m), 용문산(453.6m) 등이다.

고산들이 이처럼 많으니, 계곡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뿐이 아니다. 유치면과 경계 밖의 타지의 고산들이지만, 유치 산줄기와 잇대거나 하여 유치일대 여러 계곡수(하천) 만들기에 함께하고 있는 고산들도 많다. 운월리 북부 너머의의 굴래봉(409m, 금정면 청룡리), 촛대봉(394m, 청룡리), 마봉(405.6m, 금정면 쌍효리), 유치 서부 너머의 궁성산(484m, 금정면 세류리), 차일봉(384.5m, 금정면 쌍효리) 등이 그렇다.

대한반도의 산줄기는 크게 백두대간이 자리하고, 그 백두대간에서 뻗힌 13정맥 중 최남단의 산줄기는 호남정맥이다. 그 호남정맥이 최남단에서 웅크려 앉았다가 동쪽으로 뻗힌 곳이 장흥군이다. 장흥군 일대에 고산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장흥군에서도 영암, 강진, 해남으로 뻗힌 지맥인 땅끝지맥을 낳은 곳이 유치 북부의 호남정맥 산줄기다. 그러므로 유치지역은 동부로는 호남정맥이, 북부와 북서로는 땅끝지맥이, 남부로는 땅끝맥에서 분기된 수인지맥이 가로놓여 호남정맥과 땅끝지맥 그리고 수인지맥 안에 갇힌 형국이다.

그래서 사방으로 가로놓인 산줄기에 앞서 설명했듯이 고산들이 즐비하다.

이러한 고산줄기에서 당연스레 그 산줄기마다 깊은 계곡이 있고 거기서 청수를 분출시키니 크게는 탐진천, 유치천, 옴천천이요 작은 계곡수로는 운월천, 봉덕천, 용문천, 관동촌, 반월천, 한치천, 상촌천, 신월천, 월암촌, 수덕천, 늑용천, 노루목천 등의 15개의 크고 작은 작은 계곡수들이다.

그 고산들 아래 여기저기 산기슭 여러 하천을 중심으로 취락이 들어서고 농경지가 개발되면서 유치면이 사람 사는 고을로 일어설 수 있었다. 그 세월이 수천 년이었다.

이만한 고산 준령과 계곡수들이 많은 곳은 장흥에서 유치 일원이 유일하지만 전남 남해안 전체 연안에서도 유치 일대가 유일하다.

그래서 본디부터 이처럼 고산과 물이 넘치는 고장이어서 일제강점기 때부터 유치 일원에 댐 건설이 논의되었고, 기어코 지난 2006년에 그 유치 땅에 그 풍족한 물을 가두는 장흥댐이 축조될 수 있었다.

이제 현대에 들어, 그 평지의 마을과 농경지 일원이 댐 건설 이후 잠기며 물을 담았고, 물에 잠기지 않은 곳(원등리)으로 이주하거나 산 속 깊이에 성촌되었던 마을들을 중심으로 지금의 유치의 취락 구조가 재정립되었다.

면세는 크게 줄었지만, 이전과 다름없이 유치일원은 여전히 곡신불사(谷神不死)의 땅, 상선약수(上善若水) 땅이다. 장흥에서 유일한 생태자원, 산과 물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다. 이러한 유치면의 지정학적인 가치는 향후 전개되는 생태문명권 시대에서 장흥군에 장미빛 비전을 선사할 수 있는 축복받은 땅인 것이다.

그 축복받은 이 땅이 ‘주검의 땅’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유치 운월리에 조성이 추진되는 추모공원 유치를 반대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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