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호 사설 - 옥봉 백광훈, 예양강에 ‘용호’로 최상을 헌정
제189호 사설 - 옥봉 백광훈, 예양강에 ‘용호’로 최상을 헌정
  • 김선욱
  • 승인 2023.05.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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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봉은 용(龍)의 승천 같은, 장흥의 찬란한 꿈을 기원하며, 헌정하였다”

수많은 장흥의 시인들이 예양강을 노래하였다.

호남의 3대강이요 전남 서남부에서는 가장 큰 강이던 그 예양강이 장흥을 관류해오며 장흥인의 삶의 애환과 함께 해오고 장흥의 역사 문화와 함께 숨 쉬어 온 강이어서 그 강만으로도 장흥인들에겐 자랑스러운 긍지였을 것이다. 전남의 서남부에서 정자 문화가 가장 융성‧발전해올 수 있었던 것도, 장흥이 문림의향(文林義鄕)이 될 수 있었던 예양강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 예양강이 그러한 강이었기에 장흥의 시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예양강을 노래하였다. 예양강의 수려한 경승을 읊어대고 예양강 사람들의 애환을 노래하고 정자에서 만나는 예양강의 숨결을 더듬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읊어진 예양강의 모든 시는 주로 단순히 눈에 비치는 예양강의 피상적인 현상(現像)의 노래였을 뿐이다. 예양강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고작 예천(汭川)이요 예강(汭江)이요, 그저 ‘예(汭)’라고 하면서 예양강의 준말을 차용했을 뿐이다.

1600년대 이후 장육재 문덕구(文德龜) 등 몇몇 시인들이 ‘장강(長杠)’의 이칭(異稱)을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길고 큰 강’이라는 예양강의 겉모양을 달리 표현한 평범한 수식에 지나지 않았다.

‘장강’에서 진일보한 어휘라면 ‘동강(桐江)’의 차용이었다. 그러나 이 시어의 의미도 부산면 부춘리 앞 예양강에 청영정(淸暎亭)이 세워지고, 그 청영정이 부춘정(富春亭)으로 바뀌어지면서 부춘(富春)이 의미하는 뜻, 즉 중국 후한 때 광무제(光武帝)의 친구로 고관직도 거부한 채 부춘(富春)의 동강(桐江)에서 낚시질 하며 은거하였다는, 자가 자릉(子陵)인 엄광(嚴光)의 고사에서 차용해 온 어휘였다. 그래서 불리어진 부춘정 예양강에 대한 ‘동강’의 이칭은 기실 중국 동강의 아류나 다름없어, 그 동강(桐江) 시어는 더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함유하지는 못하였다.

그러한 예양강이었다. 그 예양강에 특별한 이칭을 부여한 이가 있었으니 장흥 출신의 옥봉 백광훈 시인이었다. 옥봉이 부여한 이칭은(그것이 비록 부춘리의 예양강이었을지라도 부춘리의 예양강도 예양강 전 수역의 하나이므로, 부춘리 예양강에 대한 용호의 이칭은 예양강 전 수역에 해당하는 의미도 있다), 바로 ‘용호(龍湖)’요, ‘용강(龍江)’이었다. 옥봉의 강에 대한 이러한 용호의 이칭은 조선조 시문학사에서는  물론 역사적(문헌적으로)으로도 최초의 일이었다. 더구나 한강이나 낙동강 등 내노라 하는 국내의 최대의 강에 대한 이칭이 아니었다. 당시는 고작 국토의 최변방이라 할 수 있는 시골 장흥에서 조금 크다는 강에 불과할 뿐이던 예양강에 대한 이칭이어서 그 의미는 실로 심대하고 다양한 뜻을 함유한 이칭이었다.

옥봉은 단순히 1,2편의 시에서 부춘리 예양강에 이칭을 부여한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역사 이래 ‘용호’의 시를 쓴 시인은 수없이 많고 그 작품 수는 무려 100여 편에 이를 정도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용호의 시를 10편, 20여 편이나 작시한 시인은 단연코 옥봉 이전에도 옥봉 이후에도 없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옥봉의 예양강에 대한 용호 이칭의 시는 시문학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예양강에 대한 절실한 애정 없이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는 예양강을 가슴에 품고 있는 장흥에 대한 절절한 애정 없이는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나 강에 대하여 용호니 용강이니 하며 함부로 지칭하지 않는다. ‘용의 강’이요, 최고‧최대‧최상의 강이라는 수식의 의미를 함유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간직한 용어이기에 쉽게 항용되기 쉬운 중국에서도 용강과 유사한 이름으로는 겨우 흑룡강이 있었을 뿐 특정의 강에 대한 용호, 용강의 이칭은 별로 없었다.

역사적으로 고찰하여 보면, 조선 조 1600년 대 이후부터 한강의 ‘용산의 강’에 대한 이칭으로 용호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 용호는 전설 등에 나오는 신성한 동물, 즉 영수(靈獸)를 의미하는 용(龍)의 강으로서가 아니라 본시 ‘용산강’으로 불리던 것을 약술해서, 호(湖)자를 붙여, 예전부터 서쪽의 한강은 서호(西湖), 동쪽의 한강은 동호(東湖), 한강의 전 수역은 오호(五湖) 등으로 부르던 방식에 의하여 한강 남쪽에 있어 남호(南湖)로도 불리던 그 ‘용산강’을 아예 약술하여 불러진 용어가 용호였다. 그러므로 용산의 용호 이칭의 경우, ‘용산’이라는 확실한 지명(地名)의 성격이 가미된 강으로서 불러진 이칭이었던 것이다.

장흥 부춘리 예양강의 이칭인 용호는 어찌해서 탄생되었을까. 부춘리에 살고 있던 당대 문위세(文緯世), 문희개(文希凱) 등과 옥봉과의 교우(交友)‧교유(交遊)에서 그 동기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과의 오랜 교우로 부춘리의 청영정을 자주 들렀고, 주로 거기서 만나면서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부춘리의 예양강을 가슴에 담았을 것이다. 청영정이나 문위세·문희개에 대한 여러 시편들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그리고 청영정 앞에 용바위로 불리우는 큰 바위가 강 속에 잠겨 있는 데서 용호 시의 착상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도, 이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옥봉도 영산강·한강 등 한양을 오가며 보았을 큰 강들에 대한 느낌, 즉 예양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세와 위용을 가진 대단한 강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짐작컨대, 여기서 시인으로서 상상이 발휘되었을 것이다. 바로 우의(寓意)요, 은유(隱喩)요, 상징성으로서 용호의 차용이라는 옥봉 나름의 시(詩) 문법(文法)으로서 작시(作詩)가 발휘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옥봉이 1,2수도 아니고 용호 관련의 20여 수 시를 작시를 한 데는 집요성으로 보기 보다는 장흥의 시인으로, 장흥인으로서 어떤 비전에 대한 절절하고 간절한 기원이요 소원 같은 것에의 우의(寓意)의 부여였다고 보아야 한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영수(靈獸)로서 첫째가는 숭배 대상이었다. 한자문화권에서 용은 제왕, 군주, 황제를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이처럼 동물로서는 최고자리에 우뚝 서 있는 용은 지상 최대의 권위를 상징하는 동물로도 숭배되어왔지만, 한편으로 용이 상징하는 것인 바, 바로 웅비와 비상 그리고 꿈과 희망의 상징성이기도 하였다.

용이 갈구하고 희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昇天)하는 일이다. 승천하지 못하는 용은 한갓 웅덩이의 이무기로 머물 수밖에 없다.

우리 장흥지역의 경우를 보자. 장흥의 목표는 ‘오래도록 길게 존치되고, 오래도록 승(勝)하고, 오래도록 흥(興)하는 것’이다. 이는 장흥의 비전이요, 모든 장흥인의 웅대한 꿈이다. 그러므로 장흥이 꿈꾸고 상상하는 미래의 비전은 용의 승천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용의 승천은 장흥의 포부요 희망인 것이다.

예양강은 용호이다. 언제가 찬란하고 빛나는 그 승천을 꿈꾸는 강인 것이다. 그러므로 옥봉의 예양강의 용호 이칭은 바로 예양강에 대한 헌정이요 선물이었던 것이다.

예양강은 곧 장흥을 상징한다. 예양강의 용이 승천하는 꿈은 바로 장흥이 승천하는 꿈이다. 옥봉은 예양강에 대하여, 장흥에 대하여 그런 뜻에서 용호의 이칭을 부여하고 헌정한 것이다.

이는 곧 장흥의 부흥, 찬란한 미래 비전의 꿈을 헌정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이제라도 옥봉의 시(詩) 정신과 그 의미를 기리면서 그의 정신을 현창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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