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한담(4) - 소통과 불통
■장흥한담(4) - 소통과 불통
  • 전남진 장흥
  • 승인 2018.06.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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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유용수 / 시인·수필가

조직이란 어떤 기능을 수행하도록 협동해나가는 체계. 즉, 개개의 요소가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결합하여 일체적인 것을 이루고 있는 형태를 말한다. 사회의 구성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이 구성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작게는 친목을 도모하는 친목 모임에서부터 회사, 노동조합, 지방자치단체, 등 수많은 조직이 구성되어있고, 그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리더가 어떤 덕목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초한대전의 항우(項羽)는 강력한 군대와 훌륭한 신하를 가졌음에도 유방(劉邦)에 게 천하를 내주고 말았다. 항우는 자신의 아집과 독선으로 신하의 충언을 듣지 않았고, 자기 생각이 최고이고 자기의 계략이 옳다고 믿었다. 자신의 용맹함을 과신해 주변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 독단독행(獨斷獨行)의 리더였다. 사마천은 항우에 대해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하고 시기한다는 뜻의 투현질능(妬賢嫉能)의 사람이라고 사기에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유방은 미천한 신분에 초라한 군사력이지만 신하들의 의견을 묻고 경청했고, 타협하여 의견을 하나로 모아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얻었다. 우리는 조직의 리더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역사를 배우고 있다.

소통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더라도 귀와 마음을 열고 서로의 마음과 의견이 공유되어야 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리더는 모든 것이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절대 권력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절대 존중하고 귀담아들을 줄 알아야 진정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모든 소통은 신뢰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소통을 잘하는 리더는 상대방을 믿고 존중한다. 자기의 생각과 철학이 맞는다고 해서 한 사람의 이야기만을 듣고 믿는 편신(偏信)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충언을 들어 결정하는 리더만이 조직을 이끌어 가는 진정한 리더가 아니겠는가.

불통은 내 생각만이 옳은 것이고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고 결국은 그것이 잘되면 자신의 탁월한 식견과 예지력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잘못되면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하여 실패했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는 어리석고, 옹졸하고 비겁하고 무지하다.

따라서 그 조직의 부하들은 그의 지도력에 복종하는 척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 것을 불통의 리더는 알지 못한다. 불통의 리더 앞에서는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아는 것을 모른 척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니라고 해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조직은 복지부동하여 살아 움직이질 않고 모든 것은 결정권자가 결정해서 지시하면 움직이는 피동적인 조직이 되어 능률은 떨어지고 경쟁에서 밀려나 끝내는 도태(淘汰) 되고야 만다. 이런 조직이 어떻게 잠자고 일어나면 어제가 옛날이 되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조직원의 피동적 자세는 리더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끝내는 리더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직원 모두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듣고 많은 논의를 거쳐 최선을 위해 노력하고 그 결정의 결과물중 공功은 조직원에게, 과는 본인이 책임지는 아름다운 미덕을 가진 리더를 가질 수는 없는 걸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김성곤 교수는 “겸청(兼聽)은 단순히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생각에 배치되는 의견도 귀담아듣는 것을 뜻한다.” 며 겸청즉명(兼聽卽明)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으로 뚫어야 하는 걸까. 서로 간의 대화와 교류는 사라지고 소통의 부재, 대화 단절로 인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하여 치유할 수 없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 위정자들은 국민을 위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부르짖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치적 이해득실로 피 터지는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가 속한 조직만을 위하여 행동하고 움직여지는 시스템을 보면서 국민은 절망하는 것이다. 정치는 국민에게 외면 받는지가 오래다. 이제 정치는 기피의 대상이 아닌 혐오스러워지는 조직으로 인식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위정자들은 국민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진정 모르는 걸까.

당 태종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간하는 ‘위징(魏徵)’이라는 신하가 있기에 위대한 군주가 되었다. 당 태종은 위징이 죽자 그의 집을 찾아가 통곡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는 세 개의 거울이 있으니 첫 번째는 의복을 정장하는 청동거울이요, 두 번째 거울은 역사를 돌이켜 보는 역사가 두 번째 거울이요, 세 번째 거울은 충직한 신하인 ‘위징의 충언’을 듣는 것이 세 번째 거울인데 위징의 거울이 깨어졌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위징이 당 태종에게 충언한 횟수가 무려 300회가 넘는다고 하니. 간하는 위징과 듣는 당 태종과의 소통이 어떠하였는가 짐작케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서로가 한쪽을 바라보며 한 치도 굽히지 않고 있다.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인 것 같다. 아무리 소통을 호소해도 내가 하는 것은 모든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소통은 일방적인 의사나 요구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통은 나보다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소통은 시작된다. 상대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 이야기만을 늘어놓고 소통을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은가. 또한, 불통이란, 상대가 내 말을 이해 못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집착에서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결국, 소통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공자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할까 걱정해야 한다.”라고 했다(不患人之不知己 患不知人也.) 우리는 어느 조직에서든지 당 태종처럼 쓴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리더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또한, 위징처럼 목숨을 걸고 간하는 진정한 충신을 기다리기도 한다. 오는 6월 13일은 지방자치단체를 이끌 도지사를 비롯하여 시장 군수와 도의원, 군의원을 선출한다. 우리군민은 어떤 지도자를 원하고 있는 걸까. 내가 남을 알지 못함에 걱정하고 쓴 소리 하나라도 새겨듣고 소통할 줄 아는 진정한 리더를 찾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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