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위백규는 천재 시인이었다(상)
존재 위백규는 천재 시인이었다(상)
  • 김선욱
  • 승인 2018.11.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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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위백규를 다시 읽는다②
총 213편 403수 남겨-“존재 시는 스펙트럼 최대치 근접한 시인”
지난 11월 3일 장흥읍 충렬리 소공원에 건수, 제막식을 가진 존재 위백규 선생 동상
지난 11월 3일 장흥읍 충렬리 소공원에 건수, 제막식을 가진 존재 위백규 선생 동상

장흥의 고대 역사인물 중 대성위명大成爲名한 문인으로 4인을 꼽을 수 있다.

고려 때 장흥출신의 대표적인 문인은 원감국사圓鑑國師 충지沖止(1226~1292)였다. 충지는 당대 명성이 자자하여 원 세조가 빈주賓主로 초청하였고 극진한 대접에 금란가사와 백불白拂을 하사받은 대선승大禪僧이었다. 문인으로도 문명을 떨치며 234편의 한시·문장을 남기며 대문인으로 입지를 구축하였던 충지의 작품들은 <동문선>에 고려조 승려로서는 가장 많이 실려, 당대 문인으로 위명을 짐작하게 한다.

조선조에 들어 와 대성위명한 문인은 3인이었다. 조선 중기 시인으로 명나라 사신에게 시와 글을 지어주어 감탄케 하여 ‘백광선생白光先生’의 칭호를 받았으며 팔문장(八文章)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던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1537~1582)이 그 첫 번째 주인공이다. 옥봉의 형으로 시문집 <기봉집岐峰集>을 남겼으며, 특히 기행가사의 효시가 된 ‘관서별곡關西別曲’으로 문명을 떨쳤던 기봉 백광홍白光弘(1522~1556)이 두 번째 주인공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 실학자로 위명을 떨쳤지만, 더불어 무려 400여 수가 넘는 시문으로 문명을 떨쳤던 존재存齋 위백규魏伯珪(1727~1798)가 세 번째 주인공이다. 이들 4인의 문인 중 백광홍과 위백규 2인을 천재 문인으로 칭할 수 있을 것이다(백광훈은 장흥 출신임에도 해남에서 ‘해남의 대표적인 문인’으로 더 알려져 있어 여기서 논외로 친다).

한말에 국자제주國子祭酒를 역임하여 문장과 학문으로 명성이 컸던 전재全齎 임헌회任憲晦(1811∼1876)도 <존재집存齋集> 서문에 적시한 위백규의 간력한 삶에 대하여 “존재는 2세에 육갑六甲을 외웠고, 6세에 글을 지을 수 있었으며, 8세에 ‘주역’을 공부했다. 10세 이후에는 제자백가를 두루 섭렵하여 천문·지리·복서卜筮‧율력律曆·선불仙佛·병법兵法·의약·관상학은 물론 배와 수레·공장工匠 등 온갖 기술에까지 꿰뚫어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모두가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천재였다”고 정의한 바 있다.

조선 후기 성리학자로 문장에 뛰어났고 육경·제자백가에 통달, 수차례 관직 제수에도 한사코 이를 사양, 재야 학자로 남았던 매산梅山 홍직필洪直弼도 ‘존재위공묘지명墓誌銘’에서 “호남의 학문은 김인후金麟厚 기대승奇大升부터 시작하여 박광일朴光一, 이기경李基敬에 이르렀는데, 존재공이 두 현인(박광일 이기경) 뒤를 이어 태어나, 학문을 닦고 문장을 수련하여 그 명성과 칭송이 호남에 가득했다”고 기록했다.

그렇다면, 존재 후대에 이르러, 존재의 평 가 중 특히 존재 문학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여기서 중요한 사실로, 존재가 ‘실학의 천재’로 입지했지만 후대에 이르러는 오히려 문학의 천재로서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존 재가 남긴 시는 <존재집>과 <존재전서>의 모든 시들을 합산하면, 총 213 편 403 수에 이른다. 굳이 이 시를 분류하자면 가사(歌辭), 시조, 한시 등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이 한시이지만, 가사작품도 있고 한글 연시조도 있어 존재 시 세계는 스팩트럼이 넓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이 중 널리 알려진 시들은 ‘농가 9장’ 외에도 보리 농사 연작시인 ‘죄대’(罪麥)·‘맥대 ’(麥對)·‘청맥행’(靑麥行), 자연재해를 원망하고 관리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연년행’(年年行) 연작과 회갑을 맞아 부모를 추모하는 장편가사 ‘자회가’(自悔歌) 등이다.

특히 존재의 시 중 최수작으로 꼽히는 ‘농가 9장’은 관련 학술논문이 가장 많이 발표되었으며, 지난 2003년 대학 수능시험에서 ‘농가9장’ 중 ‘4~6장’이 출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존재 위백규 문학 연구>라는 단행본을 펴냈고, 존재 문학 연구에 독보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김석회 교수(인하대 명예교수)는 “존재는 18 세기 한국문학이 드러내고 있는 스펙트럼의 최대치에 근접한 거의 유일한 작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연구를 비롯한 기존의 존재 문학연구 수준은 대체로 국문시가를 중심으로 한 파편적破片的 인식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시 전체가 온전한 조명을 받지 못했고 방대한 산문 유산은 미답의 상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존재 시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한시와 산문 등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는데도, ‘농가 9장’등 시조와 몇몇 가사작품만으로 존재는 이미 조선조 후기 문인으로 크게 조명받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장흥 출신으로 한국문학의 대가이기도 한 한승원 작가·시인은 산문집 <시방 여그가 그 꽃자리여>의 ‘장천재 동백꽃’이라는 글에서 “존재 위백규의 시는 도회에서 살다가 잠깐 전원적인 삶을 둘러보려고 찾아온, 그래서 물 위에 뜬 기름 같은 손님의 시가 아니다. 고산 윤선도나 송강 정철 같은 분의 자연을 완상하고 도락을 즐기는 시들과도 같지 않다. 개구리처럼 뛰어노는 시골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는 선비로서의 도락과 농사짓고 사는 일이 진국맛도 아는 특별한 , 지성적인 농부의 시인 것이다. 선비도 되고 농부도 되어 자연의 순리에 알맞게 형편 따라 즐기는 가장 이상적인 참된 삶의 시인 것이다”고 평가했다.

‘존재는 지성적인 농부로서 참된 삶을 시로 승화시켰다’는 한승원의 분석은, 김석회 교수가 <존재 위백규의 문학연구>에서 존재의 시를 ‘부조리한 현실 인식으로 민생의 시, 영농체험으로 농경시, 노년기의 자의식을 형상화한 생활시’ 등 존재의 시들을 대체로 생활시로 규정하고 있는 관점과 같은 맥락의 분석이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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