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통신(3)-무궁화와 자미화
■호반통신(3)-무궁화와 자미화
  • 정남진 장흥신문
  • 승인 2018.12.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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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山月/시인

철이 조금 지난 이야기이다. 용서를 바라면서 꽃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7월부터 9월까지 100여 일을 피어오르는 꽃이 있다. 나팔꽃과 호박꽃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이면 무궁화와 자미화가 함께 피어올라 가는 곳마다 장관을 이룬다. 대개 자주색으로 피어나는 이 꽃들은 서로가 경쟁을 하듯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

그런데 무궁화는 우리 나라 꽃이기에 모를 리가 없겠지만, 자미화는 모르는 분들이 많다. 왜일까? 무궁화는 지상의 꽃이요, 자미화는 천상의 꽃이라서 그런 겐가.

자미화는 천제(천공, 또는 옥황상제)가 거처하는 우주의 중앙 북두칠성 근처 자미성의 자미궁(동양 역학에서 설정) 정원에서 피는 꽃이다. 그러기에 꽃 이름을 말하기가 그토록 조심스러웠던 것인가.

사실은 이 꽃나무가 배롱나무요, 백일홍이다. 내 어려서는 간지박나무라고 하기도 했었다. 나무의 밑둥을 간지럼시키면 나무 전체가 흔들린다 하여 그리 불리웠던 것을 기억한다.

무궁화와 자미화는 꺾꽂이(삽목)로 번식시키기가 아주 쉽다. 이 꽃나무들을 집 안팎에 서너 그루씩 심어 두고 볼 일이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무덤가에도 몇 그루 심어 돔이 어떨까 싶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무덤은 곧 음부요 명부이니, 꽃나무를 심어서는 아니 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니 무궁화와 자미화 이외 다른 꽃나무들을 심지는 말 일이다. 동백꽃이나 매화 등 화려한 꽃나무를 심어 두면 필경 그 집안의 여자들이 음기가 준동하여 음풍사단이 일어난다고 하여 삼가하고 있다.

소생이 살고 있는 유치면 송정마을은 장흥댐 안쪽의 탐진호반에 있다. 필지가 가끔 기고하는 콩트나 만필 등 가십을 이름하여 ‘호반통신’이라 함이 그러하다.

아침이면 물안개가 환영이 듯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조그만 누옥에서 기어들고 날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자줏빛 고운 꽃길을 거닐다 보면 산새들도 날아들어 비단길이 따로 없다.

무궁화는 꽃 이름이 말하듯 송이송이 피고 또 피어서 계속 피는 꽃이란 뜻이다. 새벽녘에 피어서 저녁 무렵에 꽃잎을 둘둘 말아 이운다. 나무의 수액이 달아 가끔은 진딧물이 달겨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무궁화의 꽃말은 은근과 끈기이다.

아동의 무궁화는 아욱과 목본으로 정원의 관상용이나 도로변, 또는 하천변에 심으면 제격이다. 한국 중국 인도가 원산이며, 열대산으로 하와이종 무궁화도 있다. 현재 20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홑꽃과 겹꽃으로 피어나는 무궁화는 색깔 또한 다양하다. 물론 자미화도 여러 종의 색깔이 있다.

근래 종교권에서 천국의 색깔이 보라색인 것으로 전도하고 있다. 물론 태극의 음양인 홍‧청도 혼색하면 보라색이 된다. 이에 우리들의 정원에서도 자주색 풍광과 천국의 정일이 넘쳐나기를 소망해 본다.

저 흰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근역 청구의 동산에 무슨 놈의 고고도 폭탄은 무엇이며, 방사성 핵탄은 무어란 말인가. 조상들이 무덤에서 벌떡벌떡 일어나실까 봐 잠이 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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