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위백규는 천재 시인이었다(중)
존재 위백규는 천재 시인이었다(중)
  • 정남진 장흥신문
  • 승인 2018.12.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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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존재는 우의寓意·우언寓言 문학의 대가였다

김선욱/ 본지 발행인

존재의 명시로 회자되는 ‘농가 9장’에 대해 저명한 문학평론가 조동일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사대부 전원田園 시조의 결정적 면모를 마련한 작품”이라고 평가했으며(<한국 문학통사>), 가사작품 ‘자회가’에 대해서 김석희 교수는 “노인의 삶을 이 정도로 탁월하게 묘파해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은 최근 박완서의 단편을 제외하고는 한국 문학사상 그 유래가 없어 보인다”고 격찬하고 특히 존재의 어휘 구사를 “한문의 구기口氣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감각적인 일상 어구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함으로 말미암아 사대부의 작품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 평이하고 진솔한 느낌을 준다”고 높이 평가했다.

존재를 오래도록 연구해 온 위정철 씨는 “존재는 천재적인 문학도였다. 존재는 한시를 비롯해 연시조, 가사, 시나리오까지 다양하게 구사했으며 표기도 국한문 병용이었다. 작품은 다양하고 유연하다. 송강 정철을 가사문학의 1인자로 여기지만 그의 작품은 연군戀君을 주제로 한 목적의식의 작품이라 순수성을 잃고 있다. 따라서 순수한 작품성만으로 보면 존재의 작품을 더 높게 평가하는 학자들이 있다. 당대 존재는 주로 농촌현장의 글을 썼다. …다산 정약용과 비교해도 다산의 한시가 내용은 알찰지라도 딱딱하지만 존재 시는 유연하고, 감칠맛이 있다. 다산은 한문으로만 시를 썼지만 존재는 한글로도 가사며 ‘농가 9장’ 같은 시를 썼다. 이같은 기준으로 보면 존재의 문학적 자질이 훨씬 높다. 그가 과거공부나 경세적 학문을 떠나 시조나 가사작품에만 몰두했다면 조선 제일의 작품을 남겼을 것이다. …그래서 존재의 문학은 존재문학의 전문가인 김석희로부터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존재 위백규와 다산 정약용의 생애와 사상연구>)고 말했다.

김석희 교수도 존재의 문학에 대해 “존재공은 보는 자가 보고자 하는 만큼만 그 실체를 드러내는 저 천고명승千古名勝 천관산과도 같은 존재”고 했다.

‘존재의 문학세계가 무궁무진하여 본 만큼 보여 준다’는 인식은 최근 들어 존재 문학이 다양한 시각에서 연구·고찰되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존재 문학의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풍부하게 이루어져 오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학세계가 그처럼 무궁무진한 데도 그 문학을 총체적으로 다루거나 분석한 연구는 다소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선행된 여러 한문학 분야의 연구에서도 주로 작품의 내면에만 주목했을 뿐 수사적, 문예적 기법 등은 등한시하고 있어 존재의 한문시漢文詩에서 문예적 특징이나 문학적인 성과에 대한 분석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존재의 문학이 문예적인 측면에서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한문 문학의 한 양식으로, 사물을 해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는 문체인 설說 양식의 문학이 있다. 작가는 이 설說에서 비유적이고 은유적인 방법으로, 즉 직접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출하기보다 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하거나 풍자하는 우의적寓意· 우화적寓話的 표현 방법으로 표출하게 되며, 더불어 이러한 비유와 유추를 통해서 세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하나,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른 구체적인 대상을 우의寓意로 표현하는,

이른바 임의로 지어낸 인물이나 상황을 통해 풍자와 교훈의 뜻을 전달하는 서술 방식인 우언문학寓言文學이 있다. 표현 기법 중 ‘상징’이 추상적인 것을 눈에 보이는 사물로 표현한다면, 우언은 보다 은유적이고 의인화된 기법으로 표현해 낸다. 대표적인 것이 <이솝우화> 등인데, 동양에서 우언 기법의 시작은 장자莊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장자가 제물론 편에서 다룬 호접지몽胡蝶之夢·‘망량문경罔兩問景’ 이야기 등이 대표적인 우언인데, 장자는 이처럼 자기 어법의 90% 정도를 우언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존재의 문학이 바로 근래 들어 바로 설說문학과 우언문학 측면에서도 연구되고 있어, ‘존재의 무궁무진 문학세계’의 일단을 유추해 볼 수 있게 된다.

존재의 설說 문학 연구로는, 손강영의 ‘존재 위백규의 설說 연구’(계명대 석사논문, 2009), 오향녕의 ‘존재 위백규의 격물설格物說’(한림대학교 태동고전구소 28), 박동주의 ‘존재 위백규의 격물설格物說 상론尙論 연구-작품 내적 논리와 특징적 수사를 중심으로’(대동문화연구 87) 등이 대표적이다.

또 존재 문학의 우언寓言 문학의 연구로는 손의군의 ‘존재 위백규의 우언문학 연구(서울대학교 석사논문 2018)’가 대표적이다.

필자가 최근 새로운 존재의 문학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은 존재의 우언문학론이다. 그동안 여러 문학 관련 연구에서 우의적, 또는 우언적인 요소를 지적하기는 하였어도, 존재 문학을 전반적으로 우언문학으로 접근한 연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격물설상(格物說上)’은 존재의 노년기 작품으로, 천지天地부터 음양·오행 등 여러 개념부터 각종 짐승들과 벌레 등 사소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대상에 대한 특징적 표현과 역사 인물평, 인간 사회에 대한 비평으로 구성되어있는 대표적인 우언문학 범주에 드는 존재의 작품이다.

‘수지설手指說’, ‘병마설病馬說’은 존재의 격물 중시한 가치관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우언문학으로서 유려한 산문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척소주황문하斥蘇州黃文下, 책귤유문하責橘柚文下, 양송충문하禳松蟲文下, 제유매문하祭柳魅文下, 유의문하諭蟻文下, 애용추문하哀龍湫文下 등도 작가가 사물을 대상화함으로써 작가의 절실한 감정을 표현한, 우언문학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연어然語’ 역시 존재가 자기를 자화子華라 하고, 매화를 가상의 지기知己로 설정하여 매군梅君이라고 칭하면서 그와의 대화와 한시 창수(七言律詩)를 적어놓은 작품이고, 특히 존재가 자기 삶에서 지친 마음을 추스르며 내적인 성찰을 이루는 과정에서 매화와의 화해가 중요한 매개가 되었다는 점에서 우언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죄맥罪麥’, ‘맥대麥對’도 농사짓기 체험 중 가난한 사람의 음식을 상징하는 보리와의 대변對辯을 다루고 있어 전형적인 우의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 우언문학이다.

이처럼 존재는 격물설에서부터 여러 산문에 이르기까지, 우의적 수법의 우언문학을 일구면서 ‘탁월한 우언문학의 대가’로 입지했음을 여실히 확인하게 된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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