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진보적 생활시를 작시作詩했던 큰 시인이었다
존재는 진보적 생활시를 작시作詩했던 큰 시인이었다
  • 김선욱
  • 승인 2018.12.14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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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존재 위백규를 다시 읽는다(4)

존재는 이미 5세 때부터 천재 시인로서 비범한 문학적 소양을 여실히 보여준다.

‘산 위의 달은 촛불처럼 밝은데 山月皎如燭/서릿바람이 때로 대나무를 흔드는구나 霜風時動竹/밤중에 깃든 새들이 놀라는데 夜半鳥驚栖/창가에 사람이 홀로 잠자는구나 窓間人獨宿’

이 시는 당나라 동포자同褒子 위응물韋應物이 지은 ‘가을 집에 홀로 묵다秋齋獨宿’라는 오언절구의 유명한 한시다. 이 시에 대해 불과 5세에 불과했던 어린 존재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구句를 바꿨으면 좋겠다’ ‘승구承句를 결구結句를 맞바꾸면 더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자기 생각을 개진한다.

하여 존재공의 말처럼 이 시구를 바꾸니, ‘산 위에 달은 촛불처럼 밝은데 山月皎如燭/창가에 사람이 홀로 잠자는구나 窓間人獨宿/서릿바람이 때로 대나무를 흔드는데 霜風時動竹/밤중에 깃든 새들이 놀라는구려 夜半鳥驚栖’가 되며, 또 다른 의미의 다른 시가 된다.

물론 이렇게 명시를 바꾸면 좋겠다는 존재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긴 했지만, 이로써 어린 5세의 존재가 시를 이해하는 능력과 통찰력이 이때부터 비범했음을, 그의 시에 대한 천재적 능력이 잠재돼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천재 시인으로서 소양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던 존재는 비로소 8세 때 ‘영등화詠燈火’, 9세 때 ‘관산사(천관산)를 출발하여發跡冠山寺’라는 2편의 시를 지어 세인들을 놀라게 하며, ‘천재 시인’으로서 강한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영등화詠燈火-사물을 비추어 보이지 않는 곳이 없으니 照物無欺暗/붉은 마음 본래 스스로 밝았구나 丹心本自明/홀로 방안을 대낮처럼 만드는데 獨作房中晝/창밖은 삼경이 지나는 구나 窓外過三更”-8세 때 시.

“관산사(천관산)를 출발하여 發跡冠山寺-관산사(천관사)에서 걸음을 시작하여 發跡天冠寺/허공을 사다리 삼아 봄 하늘로 올라 稊空上春昊/인간 세상을 굽어보니 俯視人間世/티끌이 덮인 삼만리라 塵埃三萬里”-9세 때 시.

성인이 되어 쓴 시조·한시·설說 등에서 존재는 자기의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정도正道의 세상 세우기를 여과없이 녹여내는 대문호요 대시인으로서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문학 작품에서 그는 부조리한 세상을 비판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자기 작품에 투영시킨 것이다.

“차가운 부뚜막에 붉은 느릅 삶아 연기 피우니 冷窓疎烟焄赤楡/촌사람의 생활은 정말 개탄스럽네 野人生活盡堪吁/지금 나라의 비축 식량이 떨어졌건만 如今國乏三年積/고기 먹어 배부른 벼슬아치들은 아무 생각이 없네 肉食諸君念也無)”

이 시는 존재의 구황식물 연작시 중 ’느릅나무 뿌리(楡根)’라는 시다. 유근楡根은 가난한 집에서 끓여 먹던 구황식물 느릅나무 뿌리다. 당시 평생을 가난한 농민들과 함께 생활했던 존재는 농촌의 현실을 이렇게 세세하고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과히 현 시대의 소위 ‘현실 참여시’의 절정의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둘기 집 뒤져 똥을 먹고 온종일 울어대며探鵓嗜糞聲十二/ 솔개와 어울려 까치를 시기하여 온갖 나쁜 짓 黨鳶猜鵲百無良/ 오직 人災를 즐거워하여 까옥까옥 우는데 但喜人災啼霍霍 / 누가 다 잡아 죽여 멸종된 새 되게 하랴? 疇能盡殺絶群翔?”-<存齋全書>下, 383면.>

이 ‘조烏’라는 작품은 까마귀를 세세히 관찰하고 그 얄미운 습성을 따끔하게 꾸짖고 있는 작품이다 1·2구는 남의 집을 차지하고 더러운 똥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사나운 새와 무리지어 다른 새를 질시하기도 하는 까마귀의 불량성을 가감 없는 표현으로 폭로하고 있다. 행동거지가 가증스러운 까마귀와 같은 일부 세속 사람들의 어질지 못함을 나무라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기분嗜糞(똥을 즐긴다)”, “진살盡殺(모두 다 죽임)” 등 학자로서는 엄두도 못낼 비속하고 상스러운 표현들을 보면, 이 작품 역시 존재가 자신의 작품에서는 당시 정통 사대부의 시풍과는 확실히 이질적인 작품을 구가했음을 확연히 엿보게 된다. 심지어 결구에서 ‘누가 와서 이 성가신 녀석들을 모조리 없앴으면 한다’면서 격한 투의 표현도 서슴치 않은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존재는 학자이기 전에 이미 ‘철저한 진보적 생활시인’이었던 것이다.

언문에 분(똥糞)을 구리다고 하고 그 냄새를 구린내라고 하니 명명의 뜻은 어찌 기이하지 않은가? 또는 악취 종류를 일컬을 때 구린내[求理]·자릿내[自理]·지린내[叱理]·고린내[古理]·비린내[鄙理]·노린내[老理]라고 하는데 모두 ‘리[理]’자가 쓰인다. 어찌 처음 명명할 때 모두 고의로 한 것이겠는가? 이와 같은 경우는 비록 우연히 된 것이겠지만, ‘리理’자가 스스로 암암리에 부합하니 또한 기묘하도다. 살아가면서 이 여섯 가지의 ‘리’라고 하는 악취[理臭]를 면할 수 있는 자가 예나 지금이나 몇몇이나 될까? 모두 하나의 ‘리[理]’자로 그 밝음을 가려 죽으니 동[銅]은 마침내 사람의 똥이 되었다. 슬프도다! (<存齋全書>上 196면, ‘雜說’, “諺謂糞爲銅, 謂其臭爲銅臭. 命名之意, 豈不異哉? 且惡臭之類, 求理·自理·叱理·古理·鄙理·老理, 皆用理字. 豈命名之初, 皆有意而爲之歟? 此類雖偶然而然, 理自暗符, 亦妙矣. 生能免六理臭者, 今古幾人? 皆爲理一字蔽其明以身殉, 銅遂爲人糞, 悲矣!”)

위 글은 존재의 우언문학의 대표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잡설雜說’로, 한문을 소리로 읽지 않으면 의미 파악이 어려울 만큼 고유어의 한문 음차가 이 작품의 주 소재가 되어 일종의 ‘음성으로 의미를 찾는(因聲求義)’ 의미가 함유되어 있다

먼저 똥[糞]을 ‘銅’자로 표기했으며, 그 냄새를 동치=똥취[銅臭]라고 표현했다. 동취銅臭는 동전에서 나는 냄새로 대체로 금은보화만 추구하고 인정이 없는 사람을 비하하는 데 쓰는

표현이다. 이런 ‘동취銅臭’의 고유한 의미를 ‘분糞’과 연관시키면, 존재는 ‘돈의 냄새=똥의 냄새”라고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다. 즉 이 작품은 욕심을 부려 명리만 좇다가 온 몸에 똥취[銅臭]가 풍기는 자를 그 동음을 이용하여 빗대고 조롱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특히 구린내[求理]부터 자릿내[自理]·지린내[叱理]·고린내[古理]·비린내[鄙理]·노린내[老理]등 악취를 의미하는 말에 모두 ‘리理’를 썼는데, 여기서 우리는 존재의 문학적 수사기법의 천재성을 엿보게 된다. 어찌 보면 이 부분은 참으로 절묘한 ‘언어유희言語遊戱’라고도 할 수 있는데, 여기수 우리는 이처럼 고유어를 한자로 음차하여 생활 속에서 떠오르는 수상隨想을 진솔하게 기록하는 존재의 작문 특징, 곧 그의 지고한 문학적 성숙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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