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심 고병균
폭풍우 이야기
"폭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졌다"
이제까지의 보도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큼지막한 간판이 떨어지고
가로수가 뿌리 채 뽑히고
지붕이 날아기는 폭풍도
나에게는 먼 옛날 이야기였고
계곡물이 폭포수 되어 흐르고
논밭이 흙탕물로 뒤덮히고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도
그것 역시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엊그제 내린 폭우는
검정 고무신 동동 띄우며 놀았던
내 고향 평화마을 이야기였고
넘쳐흐르는 도랑물은
10촌 형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내 친족의 슬픈 이야기였다.
기후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폭풍 폭우 폭염 3형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나에게 위험천만한 이야기가 되었다
* 엊그제 내린 폭우 : 2024년 9월 21일 즈음 전남 장흥의 억불산 주변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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