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장흥 아파트 활성화, 시골 마을 붕괴 부채질한다
특별기고 - 장흥 아파트 활성화, 시골 마을 붕괴 부채질한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4.09.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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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재주/전 장흥군의회 의장

장흥군의 10개 읍면 중, 장흥읍을 제외한 9개 읍면의 시골 사람들은 장흥읍으로, 장흥군 사람들은 광주시로(또는 목포시, 순천시로), 광주시와 전라도를 포함한 전국의 지방‧지역민들은 서울시로 모여든다. 시골에서 작은 도시로, 조금 큰 도시로, 더욱 큰 대도시로 모여드는 것이다.

도시에는 도시문명이 있고, 그 도시문명은 곧 현대문명 자체이다. 그러므로 규모가 큰 도시일수록 첨단의 현대문명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현대문명, 더욱 첨단화된 현대문명 속에서 그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향유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농촌 마을에서 작은 도시로, 더욱 큰 도시로 모여들게 된다. 이러한 추세는 평범한 모든 인간들의 불가피한 선택이고, 어찌 보면 순리 같은 당연한 삶의 이치이기도 할 것이다.

장흥은 과거 전남 중남부 권역에서는 8세기 가량 당대에서는 가장 진보된 문화 속에서 살았었다. 그것은 장흥이 전라도 중남부권에서 가장 중심적인 고을, 즉 유일한 부사고을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사고을이어서 늘 중앙에서 정 3품직 관료가 장흥에서 상주했고, 그래서 더욱 선비도 많았고, 가장 중요한 당대의 핵심적인 가치관이었던 유교문화와 유림문화도 가장 발전된 전통을 가졌던 고을이 바로 장흥이었다. 장흥은 한 마디로, 과거에 가장 선진화된 문화의 혜택을 인근 고을들에 비해 가장 많이 받았던 지역이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삶의 생태 환경이 장흥이나 주변 지자체 고을이나 거의 유사하지만, 장흥군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온 문화 주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은 여전히 살아있다. 오늘날의 현대 문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형 아파트 문화가 유독 인근 군 단위의 어느 지역 보다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아파트 붐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 신축 붐이 가장 활기차게 추진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잖아도 지나친 폭주 상태여서 다소 우려되는 가운데서도 요즘은 임대아파트 붐까지 일 정도이다.

장흥도시(장흥읍)에서의 아파트 신축 붐은 결국 9개 읍면 지역민의 장흥읍으로 집중화를 피할 수 없게 만들면서, 이른바 시골 마을들의 공동화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골마을에서 그나마 마을의 활력을 이끌어가고 있는 청장년들이나 부유한 노익장들이 거의 장흥의 아파트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장흥도시 아파트 붐은 시골마을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결과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저출생, 고령화, 지역(지방) 소멸은 오늘날 우리 농촌이 대면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가 된 지 오래이다. 이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구의 유입이지만, 인구 유입에는 한계점이 너무나 커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생활인구, 관계인구 등의 개념을 적용해 다양한 지원과 정책 사업을 고민하고 추진하지만, 인구소멸‧지역소멸과 농촌 마을 붕괴는 불가피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농촌의 활력과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더욱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과연 자치단체들(장흥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이나 자치단체장들이 이 문제를 얼마큼 절실하게 고민하느냐 하는 것이데, 진정으로 미래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책들보다는 여전히 선심성의 선거용 정책들에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장흥읍에 집중되는 아파트 문화만 해도 그렇다. 손 놓고 지켜볼 뿐인 듯하다. 비록 그것들이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하여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시골마을에서 장흥읍으로, 도시로 빠져나가는 인구 이동 현상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은 농촌 마을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일손 구하기의 어려움, 개인주의의 심화로 마을 내 공동체적 삶의 퇴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것들은 마을 활력을 앗아가는 것들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마을 주민들 중 상당수가 장흥읍으로 빠져나가는 형국이어서 이런 현상이 더더욱 두드러지면서 시골 마을의 공동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떻게 시골 마을의 붕괴를 극복할 것인가. 이제는 무슨 혁신적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기술‧문화의 도입 등으로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늦어도 많이 늦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든 걸 희생하면서라도 마을 공동체적 삶의 풍조의 회복만큼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지자체가 스스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독자적 아이디어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골 마을 소멸에 대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인들, 벌써부터 차기 단체장을 노리는 몇몇 분들이 주민들 모이는 현장마다, 각종 행사장 마다 참여하여 얼굴 내밀고, 사진 찍고, 일일이 악수하며 다닌다. 마치 선거철 같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여기서 현임 지자체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중앙 정치권으로 가 보면 더욱 한심하다. 주민 의견을 형식적으로 청취는 잘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치목적에 부합하는 측근 세력들의 이권 카르텔이 방치되고 조장 되고 있다. 우리의 정치권이 계속 이렇다면 미래의 희망은 없다.

이제부터라도 피해 당사자인 지자체의 혁신적이고 집중적인 자구 노력이 절실할 때이다. 시골 마을의 활력을 일으켜 세우고 지역의 인구 소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중장기적이고 차별화되는 정책과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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