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슬레이트 전수조사는 엄격히, 국도비 확보 등 큰 성과 있기를
■사설-슬레이트 전수조사는 엄격히, 국도비 확보 등 큰 성과 있기를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2.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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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본 난에서 언급했듯, 정종순 군수가 민선 7기의 ‘군민과 함께 실천할 3대 과제’로 쓰레기 분리 배출에 이어 ‘폐공 관정 처리’와 ‘슬레이트 지붕 철거’를 내세운 것은 참으로 시의 적절하고 고무적인 슬로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슬레이트 지붕 철거’는 과거 민선 자치단체장의 주요 과제의 하나였음에도, 국비지원 등 제도적인 한계 때문에 매년 연례적으로 거의 형식적으로 추진해 온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군 자체적으로 슬레이트 지붕에 대한 전수조사 한 번 안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남는다 하겠다.

시골 출신의 장삼이사(張三李四)치고 어렸을 적 마을 냇가나 다리 그늘 아래서 슬레이트 쪼가리 위에 삼겹살을 구워먹던 기억이 없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당시 삼겹살 구이에 슬레이트 조각이 인기였던 것은 기름을 잘 빨아들이고 고기가 잘 타지도 않아 시골에선 불판으론 그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71년부터 추진된 농촌주택 지붕개량 사업에서 대부분의 초가지붕들이 석면으로 만든 슬레이트지붕으로 바뀌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당시만 해도 석면 슬레이트는 내마모성, 단열성 등이 우수하여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초가지붕 개량용으로 집중 보급됐던 것이다. 그러나 훗날,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석면 섬유가 폐 내에 축적될 경우 만성기관지염과 석면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어 석면은 ‘소리없는 살인자’로 인식되기에 이르렀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석면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2009년부터 국내에서도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당했다.

정부에서도 뒤늦게 슬레이트 철거를 추진했지만, 그 처리비 과다로 건물 소유자의 자발적 처리에 한계가 있었다. 슬레이트 철거에서 정부 지원금이 확보된 2011년부터 장흥군도 슬레이트 지붕 철거에 나섰지만 그동안 고작 404동을 철거하는데 불과했다. 한해 평균 고작 50여동에 대한 철거만 이루어진 것이다. 슬레이트 지붕 철거에 300만원 안팎이 지원되지만, 지붕 철거 이후 다른 지붕으로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고 행정 절차도 부담스러워 손쉽게 슬레이트 지붕 위에 강철 지붕등을 덧씌워 버리는 일이 다반사이기도 했던 것이다.

지난 2013년 환경부의 전국의 슬레이트 지붕 전수조사에서 장흥군은 8,903동으로 밝혀졌다.

최근 정종순 군수는 민선 7기의 주요 실천 3대 과제의 하나로 슬레이트 지붕 철거를 내세우고 “장흥군에는 현재 9천여 동의 슬레이트 지붕 건물이 있지만 현재 지원 속도로는 25년이 소요되므로 군비를 조금 더 투자해 10년 안으로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여타 지자체에서는 관행적으로 연례적으로 추진하는 슬레이트 지붕 철거에 대해 정 군수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리하여 장흥군은 1차적으로 슬레이트 지붕 등 슬레이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다. 전수조사가 이루어지면, 중장기 철거 계획 및 철거비용 마련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전수조사에서 슬레이트 지붕이며 벽체, 창고,우사 지붕 등이 제대로 조사되겠느냐는 것이다. 하여 2월 15일 기한으로 정한 슬레이트 지붕 전수조사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슬레이트 지붕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 쉽게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대부분 강철 기와 등으로 씌워버린 슬레이트 지붕은 지붕 속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어느 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 대부분은 슬레이트 지붕을 강철지붕이나 시멘트 기와로 씌워버렸다.
하여 굳이 조사대상이 되면 철거하라고 할까 봐 자진신고 따위는 절대 안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수조사가 이뤄지겠느냐”고 말했다.
또 문제는 장흥군의 올해 계획이, 올해 안으로 신고 접수된 103동에 대한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철거 이후 지붕개량은 자기부담이되므로 지붕 개량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주민들이 쉽게 슬레이트 철거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사실 석면, 슬레이트는 시골 지붕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학교와 어린이집은 물론 노인시설, 장애인 재활시설 등 건강 취약계층이 있는 곳도 석면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 등 슬레이트 철거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소관이긴 하지만, 이미 폐교가 되어 개인 소유로 돼 있는 옛 학교도 여러 곳에 있는 만큼 군에서도 교육청과 연계 학교 내 슬레이트 현황은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슬레이트 철거에는 많은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하므로 정부와 지자체 등은 슬레이트 철거 관련 예산을 충분하게 확보해서 이른 시일 내에 해체 제거와 교체 공사를 통해 농어민과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야 할 것이다.

특히 아직도 우리 군에는 석면 슬레이트로 지붕을 입힌 건축물 9만여 채가 거의 방치된 상태에 있다고 봐야 한다. 슬레이트 지붕 철거와 개량에 많은 돈이 들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대다수 농민은 불안 속에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정종순 군수의 슬레이트 철거에 대한 의지가 돋보이는 것이고, 그 의지가 예산확보 등 적극적인 실천 행으로 이어져 군민이 하루빨리 슬레이트, 석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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