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통신 7-빈자의 일등
■호반통신 7-빈자의 일등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2.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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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월/시인

정초에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그러기에 이 정초에 가장 어울리는 말 중에 신독(愼獨)이란 말을 떠올린다. 사전에는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삼가함이라고 되어 있다. 물론 우리는 누가 있든 없든 간에 언행, 곧 몸가짐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네 소인들은 작심삼일이라서 겸양과 경박함이 조석변이로 다가선다.

어찌되었건 연초에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다짐해 보지만, 신독은 어느새 꼬리를 감추고 만다. 우선 욕심 내지 않고 형제들과 화목하며, 이웃과도 충돌하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러나 그게 언제쯤 생각이었던지 금방 가물가물해진다.

정은 잔정이라고 했다. 행복은 늘 작은 것에 묻어 있기 마련이라서 그 작은 것들을 발견하는 눈길도 길러내야 하겠다. 모름지기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이란 순수했을 때를 말한 것일 게다. 누군가는 아름다움은 우수와 함께한다고도 했다. 시인은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다짐하지 않았던가.

종이부시(終而復始)라고 했다. 천하의 이치는 끝마치자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세월은 본래 길건만 마음 바쁜 이가 짧다고 말하고, 천지는 본래 넓건만 마음 좁은 이가 비좁다고 불평한다는 것이다. 군중 속에 고독이듯, 행여 울고 있는 이웃을 살피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추운 날씨에 연탄 한 장이 얼마나 아쉽고 따뜻한 밥 한 공기가 멀마나 감사하고 눈물겨운지는 춥고 배고픔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실감하기 어렵다.

사느니, 가장 큰 서러움은 배고픈 설움이라고 울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그러기에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과 늙고 병들어 떨고 있는 이웃을 우리는 외면할 수가 있다. 사람이 돈 없이 병들어 있을 때 많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자기만이 낙오되어 실패한 인간으로 남아져 온몸을 떨게 될 때 하염없는 눈물이 그렇게 나온다고 한다. 우리가 문병을 꼭 가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빈자의 일등이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나눔이다. 부의 대소보다 정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해년 새해에는 나눔을 실천해 보랴 하고 다짐해 본다.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 보려는 마음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안도현 시인은 말한다.

과거에는 영혼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희생과 봉사, 우정과 헌신, 나눔과 정성이 그것들이다. 그러기에 이제는 공생과 공의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 듣는다. 오늘의 초라한 군상이라니, 이 모든 것은 물질 만능주의 경쟁에서 빗어진 현상이다. 나의 느림의 미학은 이럴 때에 빛을 발하게 된다. 느린 세상 만들기가 그래서 좋은 것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하겠는가.

이제는 그 잘난 성장의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 품위를 잃어가는 이때 최선의 동기부여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제 오늘, 마스크 안의 희박한 공기라니, 참으로 숨 막히는 세상이다. 누가 이토록 험한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겐가. 뉘라서 ‘자연에 살다’라고 외치는가.

이 사람이 연초에 우울증에 걸린 모양이다. 아무렴, 나는 도저히 누릴 수 없는 것들을 이웃은 평범한 일상으로 누리며 살고 있다. 이른바, 상대적 박탈감이다. 나의 집은 초라하고 자식들은 무능해 보이며, 가진 것 없이 세월은 자꾸만 줄달음쳐 가니 행복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하겠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광장을 걸으며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나 역시 호반을 걸으며 나 자신을 알아 가야 하겠다. 어차피 나는 도회의 거리보다 야생의 오솔길을 택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이제는 순수의 경의로움이 묻어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

이제는 마음의 치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도자의 길을 가련다. 그리하여 이 우주 안에서 내가 있는 우주와 내가 없는 우주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나를 이 땅에 내보낸 우주의 숨겨진 의미를 찾고자 함이다.

이제부터는 늦기 전에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보아야 하겠다. 어디쯤에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고 있는지, 나의 삶을 자랑하고 내면의 행복을 찾아 더욱 살찌우고 싶은 욕심이다. 매화향기 그윽이 피어오르는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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