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통신 7- 정월 대보름
■호반통신 7- 정월 대보름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2.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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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월/시인

기해년, 금년은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돼지가 보여지는 꿈은 여간해서 꾸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머리맡에 돼지저금통이라도 놓아 둘까보다.

돼지는 무럭무럭 잘도 커서 둔해 보이지만 민첩하기 이를데 없다. 달리기 선수 우사인볼트가 아무리 빨라보았자 시속 37km이다. 그러나 멧돼지는 40km 이상으로 달린다. 무리지어 급경사를 오를 때에는 참으로 저돌적이다.

멧돼지는 칙뿌리를 뒤집어 먹고 도토리를 주어 먹지만, 가끔은 민가를 덮치기도 해 성가시다. 그런 돼지는 땀샘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진흙 목욕으로 체온을 식히기도 한다. 그래 진흙이 없는 사육공간에서는 자신이 배설한 분비물에 몸을 비비기 때문에 지저분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풍요와 다산, 행운과 건강 등의 긍정적인 인식을 주고 있음은 아이러니이다.

돼지는 생물학적으로 영장류인 침팬지나 원숭이보다도 사람의 체질에 가까워 의학연구에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복돼지가 되어진 것일까. 삼겹살에 족발이나 목살에 칸막이살까지 제공하는 돼지와의 공존이다.

금년은 돼지의 해라서 친밀감을 더한다. 가족들과 부럼을 깨물며 대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무탈을 빌어야겠다. 풍요롭고 복된 돼지의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정월 대보름을 한자어로는 사원(上元)이라 한다. 삼원 중 으뜸이다. 그러기에 예전엔 정월 보름날을 대보름이라 하여 설날 못지않은 명절이었다. 당연히 대보름날에는 이러저러한 소품의 놀이가 많았다. 요즘의 모바일이나 컴퓨터의 공간에는 없는 재미와 정분이 넘쳐 흘렸다.

마을 주민들의 화합을 다지는 동제나 별신굿이 그 대표적이다. 동네 농악대가 집집을 돌아다니며 마당에서 한바탕 거나하게 놀다가 부엌이나 뒤란 장독대까지 찾아가 축원해 주는 지신밟기는 여간 구경거리이었다.

물론 지역적으로 큰 놀이는 오광대탈놀음과 줄다리기, 고싸움과 기마전 편싸움 등도 있었다. 달의 형태를 기준으로 한 음력을 사용하는 농어촌에서는 초승달과 보름달이 농사의 작업 기준이 되기도 한다. 달과 지구의 불가분한 관계이다. 따라서 사주도 음력으로 풀어야 풀어진다. 육계에서는 음력을 쓰고 영계에서는 양력을 쓴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내 어릴적에는 마른 고추대에 불을 지펴 나이 수대로 불 넘기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린 나는 형들과 냇가로 나가 징검다리(노둣돌)를 실하게 고쳐 놓았던 것도 기억한다. 나의 사주에 물이 적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었지만, 일종의 적선이었다.

동네 처녀와 새댁, 아짐과 어머니들은 찰밥에 오곡밥이나 약밥을 지어 장독대에 올려놓아 누구라도 와서 먹도록 했다. 밤이 깊어지면 날밤이나 호두, 잣이나 땅콩 등 부럼을 까먹기도 하였다. 청년들은 처마 속에 집들어 사는 참새들을 잡기에 스산을 떨기도 했던 밤이었다.

또한 장년들은 보름날 아침에 귀밝이술이라 하여 청주 한 잔씩을 마시기도 했다. 일년 내내 귀가 밝아져 즐거운 소식 듣기를 소원했던 것이다. 조선 중기 문신이었던 신정은 ⌜분애유고⌟에 남긴 글에서 “귀밝이술 가져와 권하지 말라. 그렇잖아도 들뜬 세상 시끄러운 소리 듣고 싶지 않으이”라고 읊조렸다.

어찌되었건 정월 대보름날 밤에는 곳곳에서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불통 돌리기 등 바쁘고 들뜬 민속놀이가 펼쳐젔었다. 명색이 대보름 명절인데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새해 새배가 늦었던 이는 보름날까지도 이어졌었다. 그날은 필경 다과상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은 수몰되어 없어진 내 고향 마을을 단산이라고 했다. 본인이 필명으로 즐겨 사용하는 단산월(丹山月)은 단산마을 문가(씨)라는 의미이다. 별호(별명) 또한 곰이다. 내가 보면 문이지만, 상대가 보면 곰이 되기 때문이다. 곧 달은 월이요 문이요 곰이 됨이다. 닫았다 열었다를 거듭하는 저 달은 하늘문이 되겠기에 더욱 정겹다.

선인들도 노래했다. 동각설중매(東閣雪中梅)요, 서정강상월(西亭江上月)이란다. 서쪽 정자 앞 강 위에 둥근 달이 비추니 하늘의 달과 강물에 잠긴 달, 술잔에 어린 달, 객의 눈동자에 서린 달이 함께 떠올라 생이 그토록 정겨우며 감미롭고 흥겨웠던 것이다.

뉘라서 이태백만 못 하랴! 뉘라서 초가 삼 간에 부모님을 모시어 달이 차고 기울도록 효도하며 살고 싶지 않으랴!

저 하늘 보름달 속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인지, 춤추는 두꺼비인지, 생이 그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서 하나라도 허툴 수가 없다. 오는 대보름날 밤에는 소원을 접어 달집태우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아파서 누워계신 우리 형(상배)님 벌떡 일어나시라고 춤이라도 추면서 소원을 빌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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