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속담 14-놀랠 벌레(驚蟄 경칩)들이 알리는 농사의 일
■농사속담 14-놀랠 벌레(驚蟄 경칩)들이 알리는 농사의 일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3.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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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전 장흥군농업기술센터장

조석으로는 다소 춥긴 하지만 낮엔 활동하기가 제법 수월해 진 것 같다. 지난 해는 늦으막에 춘설(春雪)이 흩날리기도 하였는데 금년엔 어떨지 모르겠다. 입춘과 우수가 지나고 며칠 후면 경칩이 다가 오고 있다. 그래서 인지 날씨가 제법 따뜻해진 것 같다.

경칩이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節氣)로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로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금년에는 양력으로는 3월 6일이 된다. 오늘은 경칩에 대하여 그 의미와 관련된 속담이나 풍속들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삼라만상의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되면 겨울철의 북쪽에서 불어오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번갈아 가면서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춥거나 따뜻함이 반복된다. 이렇게 날씨는 기온이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중국의 <한서(漢書)>에는 열 계(啓)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기록되었는데, 그 이후로 한(漢) 무제(武帝)의 이름인 계(啓)를 피휘(避諱)하여 놀랠 경(驚)자를 써서 경칩(驚蟄)이라 하였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허준의<동의보감(東醫寶鑑)> 논일원십이회삼십운(論一元十二會三十運)에는 “동면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寅月]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에 해당하며, 음력 9월[戌月]에는 동면을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는 “이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경칩이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이므로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시기임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해일(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행하도록 정하였으며,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다. <성종실록(成宗實錄)>에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하였듯이,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얼었던 대동강물이 풀리고 초목의 싹들이 돋아나면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땅속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어왔다.

한편 현재와는 너무 거리가 머언 예기 같지만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였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하였고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재를 탄 물그릇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경칩에는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 해 농사를 예측하기도 했었다.

또한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를 베어 그 수액(水液)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전남 구례의 송광사나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은 유명하다.

고로쇠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 일기가 불순하면 좋은 수액이 나오지 않고, 날이 맑아야만 수액이 약효가 있다고 한다. 경칩이 지나서는 수액이 잘 나오지 않으며, 나오더라도 그 수액은 약효가 적다고 한다. 이처럼 경칩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로써 우리 농촌에서 농사가 시작되어 지는 시기이다.

▶우수(雨水) 경칩(驚蟄)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 =(풀이) 아무리 춥던 날씨도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누그러진다는 뜻으로 농사 일을 준비해 가는 시기이다.

▶경칩 지난 게로군 = (풀이) 경칩이 되면 벌레가 입을 떼고 울기 시작하 듯 말을 하지 않던 사람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한다.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 = (풀이) 해동이 시작되어 산청초목이 깨어나 봄맞이 준비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참고문헌: 東醫寶鑑, 成宗實錄, 世宗實錄, 禮記, 太宗實錄, 漢書/韓國歲時風俗硏究 (任東權, 集文堂, 1985)/曆法의 原理分析 (이은성, 正音社, 1985)/전라남도세시풍속(국립문화재연구소,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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