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통신 9- 다람쥐의 성찬
■호반통신 9- 다람쥐의 성찬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3.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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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월/시인

이 무지렁이가 환고향하여 많은 것을 터득하며 살아가고 있다. 뜰 안팎의 나무 가꾸기에서 보람과 지혜를 얻고 있음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에서 많은 지식을 퍼낼 수 있다지만, 지혜는 아니다. 지혜는 퍼올린 지식에 나의 생각을 버무려 울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네 삶에서 절실한 것은 많이 아는 것보다 현명함이다. 현명함은 지식과 지혜의 최정점이다. 그러기에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다가는 똑똑한 멍청이가 되기 십상이다. 그 똑똑한 멍청이는 바보가 됨이다.

장흥댐 건설로 고향 마을을 잃고서 새로이 개척한 터에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그러니 집 주위에 갖가지 나무를 심어 그것들이 자람을 보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제발 높게 자라지 말라고 종대를 한사코 쳐 내렸더니 나무가 몸살을 하며 이내 고목이 되어 버렸다. 결국 쇠잔해진 나무는 더 이상 크지 않고 못난이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걸 모르고 ‘왜일까. 잘못 심은 것일까.’ 투덜거리기만 하였다. 이를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어린 나무는 처음엔 높이 자라다가 적당한 키가 되면 가지가 옆으로 퍼지며 스스로 자기 몸을 만든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태풍에 기운 나무도 천천히 바로 서는 것을 보고서야 나무도 자기 중심잡기를 하는 것을 알았다. 그때서야 식물보감을 보면서 모든 나무는 삼권이 확보되면 스스로 자기 몸을 멋지게 만들어 냄도 알았다. 나무의 삼권이란 공권과 양권과 지권을 말한다. 적당한 공간 확보와 충분한 일조량, 그 다음에는 뿌리의 지권 확보이다. 이 삼권이 확보된 나무는 튼튼하게 지라며 좋은 열매까지 내어 준다.

이제 그 중 밤나무와 다람쥐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삼권이 보장된 밤나무는 잘도 자라 많은 수확을 하게 하였다. 이때 다람쥐의 성찬이 벌어지게 된다. 그러니 이른 아침에 알밤을 주어내야 한다. 물론 야산에 재래종 밤나무가 있긴 하지만, 그 열매는 쥐밤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다람쥐와 밤 줍기가 시작되면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그렇지 않음 다람쥐가 알밤을 주어 어디론가 가져간다. 껑충껑충 부지런한 다람쥐는 볼때기가 터지도록 물고 가 땅 속에 저장한다. 그때부터 밤나무와 다람쥐의 공생이 시작된다. 다람쥐는 밤을 물고 가 사람이 보지 않는 은밀한 곳에 묻어 둔다. 어떤 곳에는 구덩이를 만들어 많은 밤을 저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멍청한 다람쥐는 자기가 감춘 밤을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겨우내 까맣게 잊어버리고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도토리를 주어먹는다.

신기한 것은, 흙 속에 묻어지지 않은 밤은 금방 곪아 기능을 잃게 된다. 그러니 밤의 생명 활동을 다람쥐가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벌레가 먹어 도태되는 것도 있지만, 햇빛에 노출되거나 맨땅에 떨어진 밤은 10일 정도면 곪아 버린다. 그러기에 과일 중 밤 관리가 가장 까다롭다. 어찌 되었건, 밤을 살려내는 것은 다람쥐이다. 멍청한 다람쥐는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다시금 성찬을 벌인다. 그때는 멍청한 다람쥐가 아니다. 땅 속의 밤톨에서 새순이 2-3cm 정도 올라오면 신통하게도 그것이 밤알임을 알아낸다. 그곳을 뒤집어 파내 얌얌이다. 그러나 천만다행인 것은 다람쥐가 알아내지 못한 밤알이 후일 밤나무 노릇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시장에서 좋은 밤나무 묘목을 구입해 잘 심어야 하는 것도 주인이 할 일이다. 지가 크든 말든 내버려 두면 나무는 주인 잘못 만난 값을 한다. 더욱이 유실수는 정성으로 가꾸지 아니하면 보잘 것 없는 먹감이나 쥐밤으로 돌아간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기도 하다. 적당한 수종을 확보해 적당한 위치에 잘 심어야 한다. 엉뚱한 수종을 엉뚱한 곳에 촘촘히 심었다가는 일을 크게 만든다. 늘 옮겨 심어야 하거나, 결국 베어 버리게 된다. 더러는 나무가 스스로 도태되어 그 원인을 모르고선 뭐가 못 마땅해 죽느냐고 중얼거리게 된다. 아기동백인지 개동백인지 하는 것은 한겨울에도 꽃을 피어낸다. 나무의 생명력은 대단해서 2월쯤엔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를 보게 된다. 뜰 안팎의 나무들은 가지치기와 거름주기 등을 잘 해주면 멋진 수목으로 잘 자란다. 정성으로 가꾼 만큼 보답을 준다는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기이다. 생명은 푸르름과 함께한다. 우리가 초목의 푸르름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저 하늘 푸르름과 저 산, 저 강물, 저 푸른 들이 우리를 살찌우는 터전이다. 이를 어찌 착취하며, 괴롭힐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를 위해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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