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욱/시인
그댄, 현악 10중주의
감미로운 봄의 소리 듣는가
곱게 빗질하고 또 빗질하여
햇살이 속삭이듯 잘디잘게 부서지는,
혹한의 담금질을 마치고 기지게 켜며 깨어나는
버들개지의 거친 숨,
묵은 등걸에 더운 피 불어넣으며 연분홍으로
매무새 다듬는 진달래의 교태스러운 웃음,
동면에서 깨어나 헐떡이며 교미하는
개구리의 숨넘어가는,
옥색물빛 따라 춤추는 피라미의 지느러미 부딪치는,
온 누리를 애무하듯 쓰다듬는 솔바람의 자장 노래,
동토의 땅을 건너오느라 얼어붙은
결빙의 가슴을 녹이며 눈 뜨는
여린 씨앗들의 움틔우는
소리, 소리들….
그 천만 가지 달디 단
봄의 소리가 유혹하니
나, 비밀스런 잠언의 숲 너머
붉은 노을 다리 걸어서
그 광휘의 동산에 이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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