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속담 22 -하지(夏至)를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잔다
■ 농사속담 22 -하지(夏至)를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잔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6.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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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전삼일, 후삼일”

이영민/전 장흥군 농업기술센터장

모내기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금년처럼 농사시작이 순조로운 해가 또 있을까 싶다. 앞으로 금년처럼만 되어 준다면 우리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덜할 것만 같다. 우리 장흥처럼 한우를 많이 사육하고 있는 지역은 이탈리안라이그라스라고 하는 조사료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그러기에 사료작물 수확시기에 날씨는 대단히 중요하다. 금년엔 날씨가 정말 좋아서 풀사료를 베고 말리고 거둬들인 작업이 퍽이나 좋았다. 그러다 보니 풀사료 품질이 너무 너무 좋아 소들이 먹고 되새김질만 잘 하면 송아지도 잘 낳아 기르고 살도 저절로 찔 것 같다.

며칠 후면 하지가 다가온다. 하지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친숙한 절기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절기보다는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많은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는 절기로는 24절기 중 열 번째에 온다. “양력으로는 대개 6월 22일 무렵이다. 천문학적으로는 일년 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이다.(적위: 하늘에서 천체의 위치를 정의하기 위해 사용된다, 북적위는 양(+)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남적위는 음(-)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적위 +90은 천구 북극을, 적위0은 천구 적도를, 적위 -90은 천구 남극을 표시한다). 이 무렵 태양은 황도 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한다.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진다. 그러나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와 반대로 하지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다.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동지(冬至)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 시간은 일년 중 가장 길어져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북반구의 지표면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상승하여 몹시 더워진다“고 한다.

하지에 대한 얘기를 더 알아보면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5월 중기인 하지 기간 15일을 5일씩 끊어 3후(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슴이 뿔을 갈고, 차후(次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반하(半夏: 끼무릇·소천남성·법반하라고도 하며, 덩이뿌리로 밭에서 자라는 한약재)의 알이 생긴다고 했다.

장마와 가뭄 대비도 해야 하는 시기이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다.

과거 보온용 비닐 못자리가 나오기 이전 이모작을 하는 남부 지역에서는 하지 ‘전삼일, 후삼일’이라 하여 모심기의 적기로 여겨 왔다. 하지가 지나면 모심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서둘러 모내기를 해야 했다.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또한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기도 했다.

70년대 말에서 80년 대 초에는 수리시설이 미흡하여 가뭄이 오면 가뭄극복을 위해서 민관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적기에 모내기를 끝내고자 2단 3단 4단 5단양수까지 하면서 도로가가 물 호스로 거미줄을 이루기도 하였다. 지금이야 댐, 강, 하천정비가 잘되어 있고 대형, 중형, 소형 관정들이 모든 들녘에 뚫려 있어 웬만한 가뭄이 아니면 아주 벼농사 짖기가 곤란한 조건 불리답이 아니고서는 극복이 가눙하도록 수리시설이 잘 되어 있다. 그래서 인지 예전처럼 가뭄극복에 대한 열망이랄까 아니면 바램이랄까가 조금은 낮아 진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부모님 세대때만 해도 농촌에서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3-4년에 한 번씩 한재(旱災)를 당하였으므로 조정과 민간을 막론하고 기우제가 성행했다고 한다.

비[雨]에 대한 관심은 이미 단군신화에 나타나 있다. 환웅이 거느리고 하강했다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세신은 모두 비에 관한 신이니, 비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농작물은 물을 생명수로 하며, 물은 곧 비를 의미한다. 특히 농업의 주종을 이루는 벼농사의 원산지가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 지역이고, 우리나라는 주로 장마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므로 그 전후인 하지 무렵까지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수리시설이 부족한 때일수록 기우제가 성행하였다.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비였으므로 기우제는 연중 행사였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다.

민간에서는 산이나 냇가에 제단을 만들고, 마을 전체의 공동행사로 제사를 지냈다. 제주(祭主)는 마을의 장이나 지방관청의 장이 맡고 돼지, 닭, 술, 과실, 떡, 밥, 포 등을 제물로 올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당이 제를 관장하기도 한다. 또 민간에서는 신성한 지역에 제물로 바친 동물의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그것을 씻기 위해 비를 내린다는 생각으로, 개나 소 등을 잡아 그 피를 바위나 산봉우리 등에 뿌려 놓는 풍습이 있었다고도 한다. 지금은 벼 품종도 개량되고 수리시설도 잘 되어서 하지 전삼일 후삼일이란 속담도 서서히 거리가 있어져 간 것 같다.

금년 같으면 하지 안에 모내기가 다 끝날 것 같다. 이제 농업기술이 발전 됨과 동시 드론으로 종자를 파종하고 무인 이앙기로 모를 심는등 기계화영농이 발달 하면서 첨단 ‘스마트 팜’ 시대를 맞아 옛 농법이 그리워 지는 시대로 접어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다. 그래도 원래의 근본 농업의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참고문헌=한국세시풍속자료집성-삼국·고려시대 편, 2003년/高麗史/ 三國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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