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속담 23-농부는 굶어 죽어도 그 종자를 베고 죽는다(잔다)
■ 농사속담 23-농부는 굶어 죽어도 그 종자를 베고 죽는다(잔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7.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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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확보만이 농업이 살길이다

이영민/전 장흥군농업기술센터장

지금은 온 산과들이 짙은 녹색으로 물들었다. 들판엔 우리 농업인들이 땅을 일궈 씨앗을 뿌려 새파랗게 자라 주인의 발소리와 손길을 느끼면서 가을을 향해 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 농업인들은 해마다 봄이 오면 작년에 갈무리한 씨앗을 논밭에 심는다. 어떤 종자를 선별해서 잘 보관해 두었다가 파종용으로 남길지 어디서 더 좋은 종자를 구입을 해야 할지 나름대로 주판 고동을 튕겨가면서 종자를 확보한다.

다산 정약용선생님이 편찬한 속담집인 “이담속찬”에 나오는 말로 농부는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다음 농사에 쓸 종자는 남겨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젠 그야말로 전체는 아니겠지만 옛말이나 옛일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선조들은 아무리 먹을 없어도 내일을 위하여 또는 후세를 위하여 종자만큼은 간직하여 후일을 도모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화시대 변화 에서 농업환경변화도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우리 농업인들은 보다 더 좋은 종자를 확보하여 농사를 짓기 위해서 그 것이 정부에서 보급하는 보급종이 되었던지 아니면 종자회사에서 채종 보급한 종자가 되었던지 이웃 주변 사람이 자체 채종한 종자가 되든지 간에 해마다 돈을 주고 일회용 씨앗을 사서 파종하는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 벼, 콩, 참깨, 옥수수, 배추, 무, 상치, 양파, 당근 등의 씨앗 등을…. 이렇게 보이지 않게 변화 되어가는 것을 우리는 바라보면서 무엇을 느껴야 할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분명코 총소리 없는 종자 전쟁, 종자주권의 심각한 문제의 출발점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예를 든다면, 우리 밀의 경우, 우리 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종자였다. 세계 최고의 다수확 밀 품종의 모체가 우리밀, 즉 우리나라의 앉은뱅이 밀이다. 앉은뱅이 밀은 한국 토종 밀로 기원전 300년부터 재배했으며 다른 밀보다 키가 작다고 해서 부쳐진 이름이다. 수확량이 많고 병해에 강할 뿐만 아니라 다른 밀보다 색이 붉고, 낱알이 작으며, 껍질이 얇아 제분량이 많고 가루가 부드럽다.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 함량이 적어, 쉽게 바스러지고 점성이 적다. 지방 함량은 낮고 당류 함량은 높으며, 열량이 낮다. 이런 특성을 갖고 있는 앉은뱅이 밀은 한일합방전인 1904년 일본인 교수가 일본으로 남해를 거쳐 가져간 뒤 '농림10호'로 개량되었다가 미국의 농학자 노먼 볼로그에 의해 다시 '소노라 64호'로 개량되었다. 이처럼 획기적인 밀 다수확품종을 개발한 노먼 볼로그박사에 의해 전세계로 보급되어져 기근을 해결한 밑거름이 되었다. 노먼 볼로그박사는 “고수확 작물개발과 이를통한 기아 문제해결“공로로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60년대부터 값싼 수입 밀이 들어오고, 1982년에 밀 수입 자유화가 이루어지고, 1984년에 정부가 밀 수매를 중단하면서 국내 밀 생산 기반이 급격히 무너지고 밀 농사를 거의 짓지 않게 되었다. 1990년대부터 우리밀살리기운동으로 개량종 경질 밀인 금강밀과 조경밀이 확산하면서, 한국산 밀은 맛이 없다는 인식이 퍼져 연질 밀인 앉은뱅이밀까지 함께 영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토종 곡식>의 저자 김석기가 자료조사 과정에서 백관실 진주 금곡정미소 대표를 만나 앉은뱅이 밀을 보존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안완식 전 농촌진흥청 연구관에게 알리면서 대중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한다. 2013년 슬로 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된 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생산량이 2013년 90t에서 2017년 300t까지 늘었다.

이렇게 품종이 우수하고 병충해에도 잘 견디는 토종밀 종자가 외국 땅에서 새로운 품종으로 개량되어 수입밀로 다시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김제에서 개최된 국제 종자박람회에서 상추 종자 포함 300만주의 종묘, 18억 규모의 수출계약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짧게는 7~8년, 20년까지 걸리는 종자 산업의 특성상 다급하게 성과위주의 실적만을 추구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충북대학교 이철희 교수는 단기간에 종자 ‘보전-활용’ 산업을 진행할 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지역에서도 한 농업인이 현재 200여종의 토종 종자를 관리 보관하면서 조금씩 증식을 통해 앞으로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가고 있는데 이것을 그냥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우리 농업인들에게 종자는 생명줄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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