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는 다산이야기-고향 연가
■풀어쓰는 다산이야기-고향 연가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7.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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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다산연구소 이사장

“아무리 허름하고 보잘 것 없는 집이지만, 온 세상에 우리 집 같은 곳은 없다네.” 이런 내용을 영어로 읊으며 영어를 배우던 중학생 시절이 생각납니다. 여행을 다니는 경우나 오래 집을 떠나서 살아가는 경우, 세상에서 그립고 간절하게 생각되는 곳은 자신이 살아가던 자신의 집입니다. 부모 형제가 있고 처와 자식들이 있는 그곳, 집이야말로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귀양살이를 하거나 감옥살이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립고 그리운 곳이 집일 수밖에 없습니다.

백 가지 꽃 다 따다 보아도/우리 집 꽃보다는 못하다네/그거야 꽃이 달라서가 아니라/오로지 우리 집에 있는 꽃이어서라네

(折取百花看/不如吾家花/也非花品別/?是在吾家)

「천거팔취(遷居八趣)」라는 여덟 수의 시 중에 꽃을 읊은 다산의 시입니다.

얼마나 고향이 그립고 집 생각이 간절했으면 객지에서 유배살이 하면서 보는 어떤 꽃도 예쁘지 않고 우리 집에서 보던 꽃보다는 못하다고 했을까요. 또 다른 시는 더 가슴 아프게 해주고 있습니다.

병이 낫고 나니 봄날이 가버렸고/근심이 많다 보니 여름밤도 길기만 해/잠깐잠깐 눈을 붙였다가도/바로 금방 고향 생각에 잠긴다네/불을 붙이면 솔 그을음이 침침하고/문을 열면 대나무가 시원하게 느껴지네/멀고 먼 우리 마을 소내 위에는/달그림자가 서쪽 담을 비추련만

(病起春風去/愁多夏夜長/暫時安枕?/忽已戀家鄕/敲火松煤暗/開門竹氣凉/遙知苕上月/ 流影照西墻)

「야(夜)」라는 제목 시 한 편입니다.

경상도 바닷가 장기라는 외딴 지역에서 귀양살던 유배초기의 다산시에서 다산의 사향(思鄕)·연가(戀家)의 쓰라린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들입니다. 『연보로 본 다산 정약용』이라는 조성을 교수의 공들인 책을 읽다보면 1801년 신유년 귀양살이를 시작한 이래, 1818년 57세의 나이에 해배되어 고향으로 돌아올 때까지 “흑산도에 귀양사는 정약전, 강진에서 귀양사는 정약용 형제를 잡아와 엄히 국문하자는 상소를 장령 한영규(韓永逵)가 올렸다.”라는 기록이 『승정원일기』 순조 2년 1월 18일자에 나옵니다. 이런 기록은 18년의 귀양살이에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다산은 참으로 귀양살이 동안에도 하루인들 죽음의 그림자 사신(死神)의 무서운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 집에서 온 편지를 받을 때마다 기쁘고 반갑기 그지없으면서도 행여나 불길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을 걱정하여 편지를 받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처럼 서울 소식은 듣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음을 알게 해줍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위대한 학자 다산을 만나게 됩니다. 참으로 억울하게 아무런 죄 없이 긴긴 유배살이를 해야 하고, 집생각 고향생각에 한없는 그리움을 안고 살아야 했고, 무서운 죽음의 공포를 떨쳐내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그렇게 많은 저술을 해냈으니 도대체 다산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의 강인한 의지와 굳은 신념에 탄복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고 탄압에 굴복하지 않을 때에만 학문은 높아지고 역사는 창조된다는 것을 다산을 통해 알게 됩니다.

*필자 소개-(사)다산연구소 이사장,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고산서원 원장

*저서=『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다산 산문선』(역주), 창비/『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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