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수/시인
세월에 할퀴어 휘어진 강가에
조각난 기억 튀어나와
살 냄새 쏟아내며 새로운 난장이 터졌다
낮아진 강물은 속살을 꺼내 놓고
모질게 살아온 가슴 훌훌 흘려보내더니
남겨진 것은 골골이 박힌 순박함으로 마중하는
예양강 물비린내는 오늘도 뜨겁게 어미의 가슴을
더듬으며 흐른다
서편제 한가락과 쇠북소리 멈춘 강
느티나무 무성한 강마을로
더 늙으면 안 된다는 퇴색된 기억 모여들어
물은 솟구치고 빛은 붉은 궤적 그으며
사람 냄새가 진동할 때
강으로 구름 떼 밀려왔고 징검다리로 석양빛 건너가고
새 한 마리 물에 잠겨 내려가자
축제의 나팔소리 강을 흔들었다
그리고
뜨거운 여름이 터지고
강물은 축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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