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그 날
■특별기고-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그 날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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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읍에서 겪어본 그 날

김재열/전 장흥향교 전교

 

장흥읍 남산공원 신사(神社)에서 출전 군인 환송식을 하니 출전군인가족과 기관인사와 주민대표(마을의 요인)가 모여 식을 올리게 했다.

군내 9개 읍민과 출전할 장정 180여명이 모였다.

갑자생은 전년에 응소하고 을축생(21세)과 그 가족은 비장한 생각으로 모였었다.

장정들은 어깨띠에 “천황폐하만세(天皇陛下萬歲)”의 띠는 둘렀으나 비장한 각오와 보내는 가족의 비통한 식은 시작되었었다.

의식을 올리고 재향군인회장 일인 구도(具도)는 격려사를 하고 출전군인을 보내는 가사 내용을 한역으로 풀이하면 “해 돋는 나라의 용사들이 지금 싸움터에 나간다. 깃발은 휘날리고 피는 끊는다. 싸움에 이기고 돌아오지 않는 날에 산화하고 돌아 온 나의 몸이다.” 라는 노래(出征軍人歡送歌)를 불렀을 때다.

비장한 노래로 가는 이, 보내는 사람이 함께 붙들고 있을 때였다.

오꾸하라(奥原)서장이 뒤늦게 기원제(祈願祭)를 지내는 단상에 비장한 모습으로 올라가더니 “다이혼애이(大本營)의 발표를 전하겠습니다” 며 숨을 한참 멈추고 있다가 “우리 일본은 전쟁을 멈추었습니다. 다음 소식이 있을 때 까지 장정들은 집에 돌아가 기다리시오” 짧게 말하고 단상에서 내려와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갔다.

이상한 순간이 감돌았다. 식장은 숙연해지고 서로 얼굴을 보며 장저들의 가족들은 환희의 빛이 돌았다.

전쟁이 끝난 것인지? 패전을 한 것인지 뿔뿔이 남산공원 식장에서 시내로 내려갔다. 서로 망설이다 지휘자도 없었다.

일본인들의 얼굴에서 뭔가 읽을 수 있었다.

나는 17세 소년이니 짐작은 했으나 입은 차마 열지 못하고 남산공원에서 시내로 내려왔다.

이게 웬일인가!

벌써 만세의 함성이다.

그 감격! 그 환호!

읍내 한국인의 몇몇 가정에서 라디오 방송을 들었단다.

일본 천황 히로히토(裕仁)는 연합군에 항복했단다.

읍내 일본인 가정과 영업소는 문이 닫혔다.

누가 지도한 사람도 없다. 만세! 만세! 그 환호!

시내 가가호호의 선주(각호에 강제로 모시게 한 아마다래스 오미가미(天照大神) 가미다나((神棚)를 집집에 있던 것들을 모아서 불사른다.

읍사무소 앞에는 근처 수 십 가정에서 모은 것들을 불태우며 만세! 소리가 하늘에 다다른다.

태극기가 어디 있는가. 급조한 태극기(일본국기의 붉은색의 일부에 먹칠한 급조한 태극기 괘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를 집집마다 내걸고 만세 소리만 하늘에 다다른다.

식량이 어려운 시절이었으나 집에 있거나 술집에 있던 술을 누구나 가르지 않고 나누어 먹고 출전하다 귀가한 마을의 3~4인과 함께 마을에 돌아오다 보니 밭에 김매던 아줌마 외막에 있던 삼석씨는 외밭의 외를 따서 나누어 준다.

집집에 누가 그린건지 일본기 한쪽을 먹칠한 태극기는 집집에 걸리고 사장에는 농악이 울리고 서로가 집에서 기르던 닭을 잡아 닭죽을 쓰고 만세소리 노래 소리는 산이 울리고 아리랑 노래가 애국가인양 부르고 또 부르고 밤새우는 소리소리 마을마다 모닥불을 시새워 연료를 가져오고 오늘 출전하려다 돌아온 가정에서는 닭죽을 시새워 써오고 어제도 오늘도 구분이 없는 시간이었다.

미운사람도 없는 날이었다.

사사로운 욕심도 없는 날이었다.

언제까지도 오늘이 있었으면

나라 없던 나라가 다시는 오지 말아 오늘의 감격을 언제까지 영속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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