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논단 -‘老人의 날’을 ‘어르신의 날’로 개정하자
■장흥논단 -‘老人의 날’을 ‘어르신의 날’로 개정하자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09.2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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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에 즈음하여

김영욱/전)문화체육관광부 근무. ’58년 장흥읍 남동리 생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 10월 2일은? ‘늙은이 날’이다.

늙을 老 사람 人, 老人의 날이니 우리말로 늙은이날이 아니고 무엇이랴 ?

'90년 유엔총회는 10월 1일을 '국제 연장자의 날(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로 결의한데 이어, 우리정부는 97.5.9. 각종기념일등에관한규정(대통령령)에 노인의 날을 신설하면서 그 이유와 골자를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전통미풍양속인 경로효친의식을 고양하고 이를 생활화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 시대 ‘고령자의 처지’는 어떠한가 ?

세대 단절과 최고수준의 고령화에 따른 국가사회적 부담이 대두되면서 “늙은 게 죄” 라는 등식화가 이 땅의 고령자를 곤혹스런 처지로 내몰고 있다.

격동의 근현대 혹독한 삶을 이겨 내면서 현재의 번영을 키워 내고도 자신은 돌보지 않은 한가지 잘못으로 모순된 형벌을 받고 있는, 어쩌면 역사상 가장 억울한 세대가 된 것이다.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전 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다.”고 규정한 노인복지법의 기본이념이 무색한 현실이다. 더 나아가 가족해체와 노인학대·자살 등 정도를 더해가는 반인륜현상도 심상치 않다. 생존을 위한 棄老 殺老의 야만시대가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연상일까? 실로 늙은이는 있되, 어르신은 없는 사회로 가지 않을까 두려운 상황이다. 각자 어디서 왔고 곧 어디로 가야 한다는 것을 잠시라도 생각해본다면 어떤 이유로든 고령자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우리의 뿌리와 미래를 망각한 가장 어리석은 처사라 할 것이다. 결코 누구도 이 문제에서 예외이거나 자유스러울 수 없지 않는가? 정부도 각종 노인복지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그보다 세대갈등을 치유하고 떨어진 도덕적 명예를 회복하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의 ‘노인의 날’은 재정립되어야 한다.

노인이라는 용어를 현행법과 단체명에서 사용한다 해서 국가기념일마저 그렇게 명명해서는 안 될 일이다.

왜냐면 기념일은 그 의의를 높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지금의 늙은이 날 개념은 그 정신적 의의를 육체적 단면으로 덮어버린 부조리한 작명이기 때문이다.

당초 좋은 취지와는 달리 노인의 날로 명명함으로써 기념일 자체를 스스로 늙은이날로 폄하하고 있다. 실제 매년 노인의 날은 어린이 날이나 어버이 날과는 달리 늙은이 날에 걸맞게(?) 힘없고 외로운 모습으로 쓸쓸히 지나가곤 했다. 어린이 날이나 어버이 날은 존중과 가치 부여적 호칭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 연결고리가 정작 가장 높이 존중받아야할 고령자에 와서는 단절되면서 정부 법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노인의날 즉, 늙은이라는 하드웨어적이고 가치배제적인 호칭으로 불려지며 기념되고 있는 것이다. 호칭의 단절은 세대나 시대의 단절과 무관치 않다.

노인의 날이 괜찮다면 어린이 날은 소아의 날이나 아동의 날, 어버이 날은 부모의 날로 불러도 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만일 노인도 경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거든 지나가는 고령자에게 “노인”이라고 불러보라. 십중팔구 준엄한 꾸지람을 면치 못하리라.

우리에게는 경로효친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높임말 ‘어르신’이 있다. 어르신은 속성상 남성호칭이지만 지금은 구분없이 통성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노인을 어르신으로 바꿔 호칭하자는 사회적 움직임도 있다. 결국 사회는 어르신으로 모시고 있는데 국가는 늙은이로 기념하는 불손을 저지르고 있는 형국이다.

높임말이면서 아름다운 우리말인 어르신이 있는데, 굳이 불손하게 노인으로 기념할 이유가 있을까 ?

노인의날 역대 대통령의 기념사에서는 어김없이 '어르신'으로 호칭하고 있는데, 이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걸까?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노인복지법령 및 각종기념일등에관한규정의 "노인의 날"을『어르신의 날』로 개정하여 제대로 기념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매년 9월 노인의 날에 해당하는 행사로 ‘National Grandparents Day (우리말로 조어하자면 할어버이의 날?)’와 ‘敬老の日(경로의 날)’을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1954년 정한 ‘노인의 날’을 1964년 ‘경로의 날’로 바꾸고, 법정 공휴일로 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나라에 맞게 ‘어르신의 날’로 개정함과 아울러, 기념일도 10월1일 국제 연장자의 날에 묶이고 국군의 날에 밀린 10월2일보다는 경로효친의식을 자연스럽게 발현할 수 있는 설날이나 추석같은 민속명절과 연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사람에게 인품과 인격이 있다면 국가에는 국품과 국격이 있다. 이제 노인의 날은 마땅히 ‘어르신의 날’로 개정하여 국가적 품격을 높이고 흔들리는 사회적 건강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용어의 재정립은 단순한 미화차원이 아닌, 어떤 것을 시대의 흐름 속에서 위상과 방향을 재설정·부여함과 동시에 그 시대의 도덕과 의식도 함께 대변한다고 볼 때, 필요한 작업으로써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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