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속담 30 - 한로(寒露)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
■농사속담 30 - 한로(寒露)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10.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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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전 장흥군농업기술센터장

벌써 추분이 지나서 인지 조석으로 기온이 많이 내려가 새벽녘이면 얇은 이불을 끌어 당기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만에 가을 장마와 태풍이 세 번이나 지나갔다. 그렇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대비를 잘 해서인지 당초 생각보다는 피해가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퍽 다행스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부분적으로 피해가 큰 농가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들녘 벼들이 일부 쓰러져 농업인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이제 서서히 시작된 가을걷이가 얼마있으면 본격적으로 누런 들판의 벼들을 수확하게 되고 가을 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은행나무 가로수 노란 잎들과 함께 가을 수채화를 수놓을 채비를 하기 시작한 듯하다.

며칠 후에 한로가 다가온다. 한로는 날씨가 추워지는 기점을 말하기도 한다. 한로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상강과 함께 가을 절기에 해당되며, 세시명절이라기보다는 다만 기후의 변화를 읽는 절기로 유용했다.

한로는 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의 절기다. 한로(寒露)는 금년의 경우 양력 10월 8일이다. 태양이 황경 195도의 위치에 올 때이다. 음력으로는 9월의 절기로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이다. 어려운 말이기도 한 것 같지만 절기를 말 할 때 황경 몇도라고 말하곤 한다. 태양은 평면을 이루지 않지만 평면이라고 생각해 그 평면궤도면을 황도라고 한다. 그 황도상의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나타낸 것이 24절기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전통 농경사회에서 자연 현상에 의한 기후의 변화는 매년 농사에 매우 중요하게 생각 했으며 정확해야 했다. 우리 조상들은 이름을 지을 때나 결혼 사주 등을 볼 때는 모두 음력을 기본으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농사에서 만큼은 태양력을 이용한 이른바 24절기를 활용하였다. 왜나 하면 음력이 윤달을 두어서 한 달씩 날짜가 밀릴 수 있다는 점에 비해, 24절기는 계절의 추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업인으로서 이것을 아는 것을 “철을 안다”고 했고 또 “철을 안다”든가 “철이 났다”든가 하는 말이 있는데 이는 소년이 성인이 되고, 또한 성숙한 농군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가끔 우리 속담을 얘기 할 때 중국 사람들의 풍습을 말할 때가 있지만 우리나라 풍습과 중국 사람들의 풍습이 여러 가지 역사성과 생활환경의 측면에서 볼때 다소 유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한로 15일 간을 5일씩 끊어서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중후(中候)에는 참새가 줄고 조개가 나오며,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다.

한로 즈음은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인 때이다. 한편 여름철의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다.

한로(寒露)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 제비가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다는 뜻으로 한로가 추워지는 기점임을 강조한 속담이다. 물론 지금은 어려서 많이도 보았던 전기줄에 앉아 지지배배 걸이던 그 많던 제비들도 그 개체수가 줄어 들어 서인지 모르지만 처마 밑 제비집 보기도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또한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서민들은 시식(時食)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하였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한 듯하다.

전에야 벼가 고개를 숙여갈 무렵 논의 가장자리로 물을 빼기위해서 아버지 따라서 갯도랑을 칠때면 정말 큰 누런 미꾸라지를 많이도 보고 잡기도하여 어머님께서 감칠 맛나게 끓여주신 추어탕 국물을 애호박 무침에 먹곤 하였는데 지금은 농법과 환경이 너무도 많이도 변하여 보기 조차도 어렵게 되어버렸으니 참으로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한해 농사를 거둬 들이는 시기에 여름에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게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날씨도 좋고 농부들의 마음도 풍성한 가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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