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통신 23 -우물가의 추억
■호반통신 23 -우물가의 추억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11.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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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월/시인

어제는 텔레비전을 보노라니 가수 송가인이 진도에서 한바탕 놀고 있다. ⌜뽕따러 가세⌟라는 무대에서 진도아리랑이 열창되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야릇하게 하는 것은 송가인의 검정치마 속 고쟁이이다. 본시 북덕베 검정치마 속에는 흰고쟁이가 10cm 정도 밖으로 나와 있어야 제격이다. 그러나 송가인은 흰양말에 고쟁이 끝이 보일동말동이다. 진짜 고쟁이를 입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지난 ’50년대에는 양장이나 기성복이 없었던 시대이다. 그러기에 옥양목이나 북덕베 감물치마에 검정치마가 고작이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한복이거나, 아무렇게나 지어 입은 검은 학생복 정도가 피륙의 전부였었다. 내 초등학교 4학년이던 그 해 초임으로 발령받아 오신 선생님은 사범대학 교복을 그대로 입고 오시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처녀들의 검정치마 안 고쟁이가 조금 보임은 애틋하기도 하거니와 야릇하기 그지없었다. 고쟁이 끝에 어찌나 눈길이 갔었던지, 그가 누구인지 얼굴을 꼭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왜였을까. 내 소년적 사춘기의 호기심이었을까. 붉은 댕기머리 처녀며 아가씨들이 흰 보선발에 ⌜만월표⌟ 검정 고무신을 신은 큰애기며 낭자들이었다. 해가 질 무렵이면 마을의 공동 우물가에서 보여지던 풍경이다. 저녁밥을 짓기 위해 물길러 나온 처녀들의 왁자지껄한 히죽거림에 어찌나 눈길이 갔었던지, 나로서는 우물가의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여자 속옷의 고쟁이란 바지 위에 덧입었던 단속곳을 말한다. 속속곳은 여자가 맨처음 입는 옷으로 엉덩이 통이 넓고 밑이 막혀 있었다. 남자들의 팬티처럼 입는 옷이기에, 여자 속속곳에도 고무줄을 넣어 입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자매 없이 5형제의 넷째로 컸었기에 여자 속옷을 잘 모른다. 다만 사전을 들추어보고서 하는 말이다. 속곳은 단속곳과 속속곳의 총징이라고 되어 있기도 하다.

아무튼 검정치마에 고쟁이가 살짝 보여짐은 ’50년대 패션으로 처녀들의 특권이기도 했다. 처녀들만의 당당함이요, 발랄함이었던 것 같다. 이는 전라도 남녘의 스타일로 다른 곳에서도 그런 패션이 있었던지는 알 수가 없다. 결혼한 부인네들은 그리 입지 않았다.

고무공장 큰애기들이 입고 다녔다던 동강치마는 그 뒤 이야기이다. 땅을 쓸고 다닐 만큼 길었던 치마가 겨우 발목을 드러낼 정도였는데도 그 반 뼘 남짓 노출된 발목의 충격이 얼마나 컸었는지 모른다. ’70년대 미니의 놀라움과 견줄 정도였다. 옛적엔 여자의 다리는 노출되어서는 아니 되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여자의 하얀 발목은 성적 유혹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자의 매력적인 부위는 발목으로부터 시작해 허벅지, 가슴, 목덜미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옛날 부녀자들이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허리띠로 허리를 바짝 조임은 엉덩이의 곡선을 드러내기 위한 작전이기도 했다. 요즘 말로는 섹스어필이다. 엉덩이, 곧 히프는 성적 이미지가 가장 강한 부위이기에 여자가 꼬리를 흔든다는 말도 히프와 연결되어 있다.

고대 희랍신화에서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아름답고 큰 히프란 뜻을 지닌 이름이라고 한다. 마른린 몬로의 엉덩이 걸음이 매력적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때 그 시절 그 처녀들의 조그만 노출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풍겼기에 아련한 추억이 되고 있음은 나만의 사춘기적 수상한 고백이다.

그 당시 5일장에도 마음대로 못 나가본 소녀요 처녀들 이야기이다. 옛날엔 처녀가 신작로에 나가기 만해도 야단이 났었다. 그런데 ’60년대로 들어서자 뽕을 따던 아가씨는 서울로 가고, 동구 밖 빨래하던 순이는 이름마저 헬레나로 바꿔 버렸다. 헬레나는 순수 우리말이다. 술이 곤드레만드레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헬렐레에서 따온 말이다.

등신대(等身大)란 말이 있다. 사람의 크기와 똑같은 크기를 말하는 것으로, 등신대 동상이나 등신불이란 말을 쓴다. 이 등신대 체격으로 비너스의 가슴 둘레가 37cm이다. 따라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 가슴의 기준을 적용할 때 비너스의 가슴이라 한다. 서양 여자들이 인사를 한답시고 스커트를 살짝 걷어 올리며 무릎을 급신거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동물적 복종의 한 형태라고 한다. 여자는 수동적이며 순종적일 때 가장 곱다나 어쩐다나.

가만 있자, 내가 어디까지 와버린 것인가. 가수 송가인의 고쟁이를 말하려다가 사뭇 이탈을 한 것 같다. 진피아들임이 분명하다. 내 육신의 고결함과 영혼의 영롱함을 위해서도 원위치로 돌아가련다. 우물가의 추억이든 방앗간의 추억이든, 노래나 해야겠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나리가 났네. /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저 달이 떳다 지도록 노다 가세. /만경창파에 두두둥 뜬 배, 어기야차 어야디어라 노를 저어라.

-청천 하늘에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엔 희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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