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속담 31 -한로(寒露) 상강(霜降)에 겉보리 간다(파종한다)
■농사속담 31 -한로(寒露) 상강(霜降)에 겉보리 간다(파종한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11.0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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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전 장흥군 농업기술센터장

만추지절이라서인지 가을 들판 논에는 벼 수확도 마무리 되어가고 그 자리에 소에 먹일 풀사료 작물을 파종하느라 여념이 없다. 밭에서는 콩수확이 한창이고 마늘파종도 끝 마무리 되어가고 있고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다.

단맛으로 혀를 즐겁게 해주는 단감 수확는 마무리 되어가지만 떫은 감인 대봉은 이제 붉은빛을 띄워 한참 익어가고 있다. 팥 한포기 뽑아 한 꼬투리 비벼보니 싱싱하게 영근 붉은 팥 알이 구슬 처럼 탐스럽다. 모든 팥 농사가 다 이랬으면 좋으련만…. 이런 농촌 들녘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우리 농업인들의 땀방울 적신 가슴이 함께 자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가을 들판을 품에 안은 단풍은 형형색색 오색단풍이 되어 설악산을 시작으로 붉게 물들어 제주도를 향해 서서히 내려 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 장흥지방도 가을 단풍 속으로 곧 들어 가겠지만.

가을의 절기에는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등 6개가 있는데 마지막 절기인 상강은 금년의 경우 오는 10월 24일이다.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한다.

상강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들며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 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이때는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중구일과 같이 국화주를 마시며 가을 나들이를 하는 이유도 이런 계절적 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상강에 국가의례인 둑제[纛祭]를 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농사력으로는 이 시기에 추수가 마무리되는 때이기에 겨울맞이를 시작해야 한다.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을 보면 상강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다. 어려운 한시지만 한번 소개해드리자면 이렇다.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바라보는 가운데 점점 산 모양이 파리해 보이고/구름 끝에 처음 놀란 기러기가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도리어 근심이 되는 것은 노포(老圃)가 가을이 다 가면/때로 서풍을 향해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半夜嚴霜遍八紘 肅然天地一番淸 望中漸覺山容瘦 雲外初驚雁陳橫 殘柳溪邊凋病葉 露叢籬下燦寒英 却愁老圃秋歸盡 時向西風洗破觥).”

중국에서는 일찍이 절기마다 삼 후로 나누어 보다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나보다. 상강도 예외없이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였다. 이를테면 초후(初候)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 중후(中候)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이며, 말후(末候)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하였다.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도 한로와 상강에 해당하는 절기의 모습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현한 것을 보아 중국의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상강에 관련된 속담을 알아보면 “한로 상강에 겉보리 간다(파종한다)”는 것으로, 북부 산간지방에서 보리 안전월동을 위해 한로 때(10월 8일경) 보리파종을 해야 되며 늦어도 상강(10월 23일경) 전에는 파종을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벼 수확이 끝나가고는 있지만 “상강 90일 두고 모 심어도 잡곡보다 낫다”는 것은 상강은 10월 하순경이므로 이보다 90일 전인 7월 하순에라도 모내기를 하면 늦기는 하나 벼농사가 타 잡곡보다 그래도 낫다는 뜻이란다.

일 년의 수확을 마무리 짖는 우리 농업인들의 마음이 훈훈한 만추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조선대세시기Ⅰ (국립민속박물관, 2003), 한국세시풍속자료집성-조선전기 문집 편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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