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떳떳하고 당당하게
■특별기고-떳떳하고 당당하게
  • 장흥투데이
  • 승인 2019.11.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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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언론인)

지난 5월 천주교 안동교구가 교구설정 50주년을 맞이하여 내건 사목 구호가 “기쁘고 떳떳하게”였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 표어는 50년 전, 안동교구의 첫 교구장으로 부임한 두봉 주교가 취임사에서 “주님 말씀대로 기쁘고 고맙게, 그리고 떳떳하게 살아가자”고 한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두봉 주교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25세의 나이에 파리외방전교회의 신부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한국에 왔다. 유교전통이 깊은 안동의 교구장으로 부임하면서 그가 벌인 첫 사업은 교회 따로, 사회 따로가 아닌 안동문화회관의 건립이었다.
1979년 불량씨감자 피해보상운동을 벌이던 가톨릭농민회원이 납치, 고문당한 이른바 ‘오원춘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온 교구가 떨쳐 일어나 유신정권에 과감히 맞섰다. 두봉 주교는 이 일로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지만, 결코 불의에는 굴복할 수 없다고 끝까지 당당하게 버텨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한국정부가 두봉 주교를 추방한다면 후임 안동교구장을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두겠다”는 공개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때 안동교구는 교구장 두봉 주교 뿐 만 아니라, 류강하, 정호경 신부도 당당하고 떳떳했다. 오원춘 사건 때 나는 안동교구가 보인 그 당당하고 떳떳한 모습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공권력의 행사는 공명정대해야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오직 문화의 힘”이라고 하면서 문화도덕국가가 당신이 원하는 나라라고 하였다. 나는 문화도덕국가라는 이상에 앞서 우선 우리 대한민국이 안으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을 만큼 떳떳하고 밖으로 양심과 정의에 기초해 할 말은 하는 당당한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무엇보다 공권력의 행사가 정정당당해야한다고 믿는다. 지금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통경찰이 고속도로 같은 데서 숨어서 교통위반을 단속했다. 함정수사 등 이러한 비겁한 공권력의 행사에 나는 단호하게 반대한다.
지금 검찰개혁이 세간의 화두로 되어있지만, 검찰 공권력의 행사 역시 정정당당해야 하는 것이 첫째다. 별건수사, 공작수사와 같은 구차하고 비열한 공권력의 행사가 먼저 근절되어야 한다.
30여 년에 걸친 정보정치 아래서, 수사기관에 끌려가 고문으로 용공 좌경으로 몰리고, 죄 없는 동료의 이름을 불어야 하는 양심의 고통을 덜기 위하여, 나는 유신시절, 민주회복국민회의를 통하여 범국민적인 양심선언 운동을 제창한 바 있다. 정의를 말하는 자, 다른 사람의 눈에 그 자신이 정의로운 사람으로 비쳐야 한다. 개혁은 무엇으로 하는가. 그것은 개혁하는 사람들의 높은 도덕성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그 개혁은 이미 실패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혁은 우선 나 하나 달라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스스로 업신여긴 연후에 남이 나를 업신여긴다는 말이 있다.

무능하고 못난 정부는 되지 말아야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1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시작부터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국가를 정상화했고,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으며, 그렇게 2년 반을 달려온 결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구축되고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성찰과 반성, 새로운 출발에의 의지조차 없는 것이 더 안타깝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안으로 무능하고 밖으로 참 못난 정부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무능과 위선의 내로남불인사, 수십조 원의 일자리 예산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나는 참사, 그 엄청난 재정의 투입에도 악화되고 있는 경제 불평등과 이어지는 일가족 자살사건 등, 문재인 정부의 무능은 끝간데가 없다. ‘함께 잘 사는 시대로 가는 포용국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다운 나라, 안으로 공정하고 밖으로 당당한 나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밖으로 사드 문제에서 보듯이 중국에 치이고, 홍콩 사태에도 눈치 보느라 말 한마디 못하고, 방위비 분담과 관련한 트럼프의 모욕적인 언사와 협박을 받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가는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대일관계는 아베로부터 불신과 무시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한일 관계에서 도덕적 우위를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기적 같은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겁먹은 개’, ‘삶은 소대가리’ 같은 조롱을 당하면서도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있다.
더욱이, 중앙합동조사본부에서 귀순의향서까지 썼는데도 포박된 채 안대가 씌워져 판문점으로 이송된 탈북어민 2명이 북송 직전에 안대를 벗고 소스라치게 놀라 털썩 주저앉았다는 얘기는 우리들의 가슴을 먹먹하고 하고 있다. 개인이건 나라건 모름지기 떳떳하고 당당할 일이다.

*前 평화신문 편집국장, 前 민주일보 논설위원,· 前 대통령비서실 교문사회수석비서관
저서 : 〈이 사람을 보라: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1,2〉(전 2권) 두레, 2016 / 〈진실, 광장에 서다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창작과 비평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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