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죽음의 공포도 이겨낸 다산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죽음의 공포도 이겨낸 다산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01.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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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사)다산연구소 이사장,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다산의 일생을 태어나서 운명할 때까지 날짜별로 확인할 기록이 있습니다. 연전에 조성을교수가 편찬한 『연보로 본 다산 정약용』이라는 책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생애 전체를 날짜별로 알아보게 정리된 책입니다. 1801년 40세에 걸려든 신유옥사이래, 18년의 귀양살이 동안, 해배 뒤인 69세의 1830년에 이르기, 다산을 죽이고야 말겠다던 반대파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다산을 죽음의 함정으로 몰아넣으려 온갖 음해와 모함을 가했던가를 알아볼 자료입니다.

자신의 자서전격인「자찬묘지명」이나 『연보』에도 몇 개의 기록이 있지만, 당시의『승정원일기』나『실록』에는 빠짐없이 사실을 기록하고 있어, 죽음의 사신(死神)을 무릅쓰고도 끄떡없이 공부와 저술에 생애를 바친 다산의 굳은 의지와 인내심을 넉넉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1801년 음 2월 29일 유배지 경상도 장기현으로 출발하여 3월9일 장기에 도착하고, 그 다음날인 3월 10일부터 기거할 장소에서 유배살이를 시작했습니다.

도착 3일 뒤인 3월 13일자『승정원일기』에는 장령 권한위(權漢緯)가 귀양 간 정약전·정약용 형제를 붙잡아다가 다시 국문하여 죽여야 한다는 계(啓)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미 확정판결을 받고 유배 간 사람을 다시 국문하자는 번거로운 짓은 하지 말라고 각하했지만, 그때 이래 귀양살이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계와 상소는 이어졌고, 해배 뒤에도 온갖 음모와 비계로 다산을 죽여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옥사에서 털고 털어도 천주교와는 ‘절의(絶意)’했음이 확인되어 죽여야 한다는 온갖 비방을 묵살하고 귀양을 보냈는데, 무슨 원한이 그렇게 심했고, 무슨 앙심이 그렇게도 깊어, 계속 죽여야 한다고 했을까요.

1801년 3월 13일 이후, 16~27일까지, 4월 2·3·4일, 7월 11일, 9월 16일 등 1년 내내 이어졌고, 1808년에는 3월에서 11월까지 날마다 죽여야 한다는 계가 올라왔다고 승정원일기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해배하던 1818년 8월 중순에 명령이 내려지는데, 8월 17일 자에도 정언(正言) 목태석이라는 자가 다시 유배지로 보내자는 상소를 올리기에 이르렀습니다. 해배 뒤인 1827년 10월에도 윤극배라는 자가 참혹한 무고로 다산을 죽여야 한다고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고, 1830년 69세에도 윤극배는 또다시 날조된 사실로 다산을 죽여야 한다고 하여. 다산이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세상과 역사가 바뀌었으나 한번 품은 앙심과 흑심을 삭이지 못하고 끝까지 죽이기만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설사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그만한 세월, 그만한 역사가 변했다면 그냥 두기라도 해야 하건만, 특별한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당한 사람에게 그렇게 가혹한 저주와 증오를 이어갈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요. 그렇다고 다산처럼 강한 의지와 굳은 신념을 지닌 사람이 꺾일 이유가 있습니까. 죽음을 무릅쓰고도 포기도, 좌절도 없이 세계적 수준의 학문적 업적을 이룩한 다산, 끝내는 문도(文度)라는 시호를 하사받아 최고의 학자로 대접받았으며, 실학의 집대성자로 온 국민의 추앙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의 세상에도 하찮은 일로 온갖 비방과 저주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산의 예에서 보았듯이, 이제는 모두 놓아주어 증오와 저주의 늪에서 벗어날 길을 열어준다면 어떨까요. ‘필부의 의지’는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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