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목민관, 가난을 걱정 안했다
청렴한 목민관, 가난을 걱정 안했다
  • 전남진 장흥
  • 승인 2018.07.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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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쓰는 다산이야기/박석무

『목민심서』 48권의 거대한 책은 목민관들이 바이블로 삼으라고 다산이 저술한 책입니다. 다산 자신이 평생의 목표로 정했던 ‘공렴(公廉)’이라는 대원칙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이자 모범적인 사례들로 가득 찬 책이기도 합니다. 공정하고 공평한 공무집행에 청렴이라는 도덕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때에만 목민관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가난하고 불쌍한 백성들은 그런 목민관을 만나야만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노라고 주장한 책이기도 합니다.

‘율기(律己)’편의 청심(淸心)조항에서 그렇게도 많은 사례를 들어 목민관은 청렴할 때에만 제대로 목민관 노릇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임무를 마치고 근무하던 고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목민관의 모습에 대한 내용이 담긴 해관(解官)편의 체대(遞代) 조항에서도 다시 청렴한 목민관의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나의 친구 한익상(韓益相:1767∼1846)은 가난한 선비다. 벼슬살이로 수십 년 동안 갖은 고생을 다했다. 만년에 경성판관(鏡城判官)이 되자, 친구들이 모두 그의 살림이 좀 윤택해질 것을 기뻐했다. 그런데 경성부에 부임해서도 한결같이 청렴결백하고 녹봉 5∼6만 전을 희사하여 굶주리는 백성들을 진휼하고 요역(徭役)을 감해주었다. 하찮은 일로 파면되어 돌아올 적에 관내 백성 5천 호(戶)의 부로들이 교외에 나와 전송을 해주고, 호마다 베 1필씩을 거두어 그에게 노자로 주었으나 모두 물리치고 받지 않았다. 돌아와 집안을 살펴보니 아궁이에 불을 때지 않은 지가 사흘이나 되었어도 끝내 후회하는 일이 없었다”라고 자신이 직접 목격한 친구의 공직생활을 그림처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런 대목만 보아도 『목민심서』라는 책의 귀중함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공직자들의 자세나 마음가짐을 책상에 앉아 관념적으로 나열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목민관으로 근무하면서 실제 행했던 일이나, 친구나 지인들이 했던 행위들을 나열하여 누구라도 그렇게 실천할 수 있다는 경험 위주로 꾸며진 책이 목민심서였습니다. 그래서 그 책의 가치가 높고 크다는 것입니다.

한익상은 순조7년(1807)에 문과에 급제하여 낮은 벼슬에 전전하였기에 가난은 언제나 면할 길이 없었으나 후회하지 않고 탁월하게 청렴한 공직생활을 하였고, 뒤에 무안(務安)현감도 지내고, 강원관찰사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으며, 청렴만을 목표로 근무하여 언제나 가난한 삶을 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가난했지만 녹봉까지도 더 가난한 백성들에게 희사해 버렸으며 그런 결과 임무를 마치고 떠나오던 날, 집집마다에서 주민들이 나와 환송해 줄 정도로 현명한 목민관 생활을 했으니, 다산이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직자들은 청렴할 때에만 백성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안에 식량이 떨어졌어도 전별금까지 사양했던 한익상 같은 목민관이 오늘에도 있다면 얼마나 세상이 좋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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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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