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반통신 29 - 잔인한 4월 보내기
■ 호반통신 29 - 잔인한 4월 보내기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05.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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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월/시인

4월은 만물이 생을 얻는 달이다. 땅 속 차가움이 풀리어 모든 생명이 소생하는 달이라는 것이다. 4월은 봄의 절정으로 꽃들이 가장 많이 피는 달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울긋불긋 꽃들이 만발하는 화신의 4월은 신록의 5월에 앞서 오는 생명의 전령이 아닐 수 없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흐드러지면 정녕 봄은 온 것이다. 벚꽃 만큼이나 거리와 공원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없다. 동백꽃까지 곁들이면 아베크족의 속살거림과 웃음소리에 봄의 정기가 넘쳐흐르기 마련이다. 이 무녀리도 4월에 태어났다. 그런데 잔인한 4월이라니, 어쩐지 찜찜하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었네 /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으로 생명을 키우나니”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우리들 기억 속에서도 4월은 잔인한 달인지 모르겠다. 엘리 엇은 그곳의 자연환경을 노래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빼앗긴 나라와 독재체제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시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의미를 달리함이다. 이렇듯 시인의 심연에 펼쳐지는 심상은 하나의 그림이며 노래이다.

여기서 역사적 4월을 더듬어 본다. 2014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날이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 등 304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960년 4월 19일의 고통도 잊을 수가 없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정권의 부패와 부정선거로 촉발된 시위는 남원 출신 김주열의 죽음으로 시민혁명을 이룬 날이다. 1970년 4월 8일은 와우아파트 붕괴 참사도 있었다. 1865년 4월 16일, 멀리서는 미국 대통령 링컨이 피격당하기도 하였다.

또한 악명 높은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웅 3세가 1808년 4월 20일 태어나기도 했다. 1889년 4월 20일에는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톨러가 탄생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1876년 4월22일에는 러시아 공산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린이라는 고약한 생명이 태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2020년 4월도 썩 좋지 않은 잔인한 4월이 되고 말았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 출구를 찾지 못한 달이었다. 전염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아 불안과 우울한 달이기도 했다. 거리엔 인적이 줄어 썰렁하였고, 모두의 일상이 정지된 상태가 되고 말았다. 모두가 움추려들어 봄나들이도 할 수 없었던 참으로 잔인한 봄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잔인하고도 불안하기 만했던 4월을 지났으니 활기를 찾아야 하겠다.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지루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제 어김없이 신록의 계절 5월이 돌아왔으니 씨 뿌리고 가꾸어 추수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4월 15일은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었다. 이른바 4‧15 총선이 있었다. 이번에 여당이 압승을 거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코러나19일까. 이번 선거는 4월을 기억하게 하는 확실한 변곡점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이번 선거는 역사의 진보를 싹 틔우는 전단이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괴물 앞에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보여준 침착하고도 지혜로운 통제와 의술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이에 누구를 비난하기에 앞서 안정을 바라는 심리도 크게 작용하였던 것 같다. 모두의 안정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원색적인 비난과 자극적인 막말을 일삼은 야당에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피로감에 지쳤던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우리가 처한 상황과 어려움을 다독거려 줄 정치인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누군가에게는 잔인하고, 누군가에게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 준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겨봐야 할 것이다. 그저 나라 망했다며 정권심판이라는 미움의 정치는 걷어내야 한다.

그렇다. 누군가를 지치도록 미워함은 자기가 먼저 쓰러지게 되어 있다. 어떤 일이든 투덜대며 비꼬는 버릇은 우리 모두를 피곤하게 한다. 결국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가 먼저 쓰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낙연 호보는 서울 종로구에서 상대 후보를 두고 시민들에게 그를 미워하지 말라고 하였겠는가!

자, 이제는 잔인한 4월 보내기이다. 이제부터는 4월을 미워하지도 않기다. 다시 오는 4월은 꽃다발로 와야 하기 때문이다. 제발 바라노니, 이제는 모두가 노래하는 소망의 4월이었으면 좋겠다. 뉘라서 4월을 잔인하다고 말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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