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진가 마동욱과 그의 다큐 사진에 대해
■사설- 사진가 마동욱과 그의 다큐 사진에 대해
  • 김선욱
  • 승인 2020.06.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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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미학을 표현해 내는 다큐 사진의 새로운 실험으로 표현되는
마동욱의 고향마을 사진은 남도 고향의 증언록이요 전설로 회자될 기록물이다”
자칭 '사진가'로 불리기를 원하는 마동욱 사진가
자칭 '사진가'로 불리기를
원하는 마동욱 사진가

지난 3월 마동욱은 그의 사진집 ‘하늘에서 본 보성’을 펴냈다. 이 사진집은 그동안 그가 펴낸 ‘하늘에서 본 장흥’ ‘하늘에서 본 영암’ ‘하늘에서 본 강진’에 이어, ‘하늘에 본 마을사진 시리즈 ’네번째 마을 사진집이다. 이들 마을 사진집 시리즈는 드론으로 찍은 마을 사진집이라는 특징성을 갖는다.

이번 보성 편 마을 사진집 발간에서 소요된 제작비 3천여만 원이 거의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그는 그 사진집 발간을 전후로 여전히 ‘하늘에서 본 고흥’ 사진집 발간에 여념이 없다. 그가 요새 하루가 멀다 하고 장흥과 고흥을 넘나들며 고흥의 마을 사진을 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와 더불어 장흥댐 수몰지역인 유치면 일대의 수몰마을 사진집도, 장흥의 당산나무 사진집도 발간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가진 것 없어도 지역을 위해서, 남들은 돈이 있어도 하지 못하지만 나는 응당 해야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여 돈이 없어도 한다”- 왜 빚을 져가며 마을 사진을 찍고 마을 사진집을 계속 펴내느냐에 대한 그의 명료한 답이다. 그를 지켜보면,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산다는 것의 의미 대해, 유독 지역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마동욱 그는 다큐 사진작가이다. 작품사진을 만들어내는 사진작가는 아니다. 직관으로 대상체가 되는 물상 본질의 정수를 표현해내는 다큐 사진가이다.

마동욱은 다큐 사진 정신에 아주 충실하다. 하여 그의 사진은 스트레이트straight 사진의 정수를 보여준다. 일 점 일 획의 주관도 더하지 않는다. 연출하는 법도 없다. 이른바 트릭이 없는 사진이다. ‘있는 그대로’의 물상에 대한 직관과 정확한 묘사만 있을 뿐이다. 즉 진실한 목소리가 되기 위한 어떠한 인위적 가공도 배제한 사실적인 현장, 현실 그대로를 담을 뿐이다. 그가 줄기차게 한 대상체에 수십 번씩의 각도와 방향과 음영을 달리해서 카메라에 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동욱은 일 년 365일 하루도 걸리지 않고 자신의 고향인 장흥 곳곳을 싸돌아다니며 ‘장흥’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 세월이 40여 년이다. 어느 한 점에 대해 한두 번, 아니 몇 십 번도 찍었으니 지나칠 법도 하지만 어제도 그제도, 아니 수백 번도 찍었을, 고향의 그 산하와 풍물과 정물과 사람들을 다시 또 카메라에 담는다. 이러한 그의 사진작업은 내일도 모레도 1년 후에도 사진가 마동욱이 숨 쉬는 날까지 지속될 것이다.

마동욱은 또 대상체에 대해서도 시시각각으로 시각을 달리하고, 근원을 달리하고, 구도를 달리하고, 명암을 달리하여 담는다. 사진가의 시각이란 단일하고 고정적이며 평면적이어서 어떤 정적(靜的) 대상체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그는 믿는다. 그리하여 마동욱이 담아낸 그 대상체는 단편적이고 정지된 화면이 아니다. 보다 입체적이며 그 이면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보다 생생히 살아있는 대상체로 재탄생한다.

그의 이러한 사진 작업은 사진의 사실성, 진실성, 즉 대상체의 본질에 근접하려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가 고향 마을 사진에서 늘 아쉬워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늘 평면으로, 직선으로만 보이는 고향 마을에선 그 이면에, 그 속살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한계가 노정되기 마련이어서이다.

그런데 이제는 드론 사진으로 그 대상체의 평면성과 직선성을 극복하고 그 이면의 본질까지도 그 대상체의 속살까지도 좀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최근 수년에 걸쳐 고향 마을사진집 시리즈를 드론 사진집으로 펴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그가 펴낸 드론사진집인 마을사진집 시리즈에 담긴 사진들에서 우리는 이전의 그의 마을 사진에서 몇 단계 진일보한, 새로운 다큐 사진으로 창출되고 있음을 여실히 확인하게 된다.

드론으로 담은 고향마을 그의 사진들-부조화된 그림을 보듯 입체적이고 곡선적이다. 거기에는 마을 사람들의 역사며 삶의 흔적들이 들여다보인다. 이전 사진들에서 볼 수 없었던 고향마을의 공간적 구조까지 들추어내며 진솔한 삶의 현장을 고스란히 표현해내고 있어서이다. 우리가 그저 무심히 지나쳐왔을, 아니 그저 지나쳐왔던 고향마을의 생태학적인 구조, 자연의 일부처럼 아니 자연 그 자체인 듯싶은 고향마을의 역사요 흔적들이 그의 드론으로 담은 고향마을 사진들에서 읽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년기의 산마루며 완만한 산 능선이며 굴곡진 협곡들, 유유히 흐르는 강이며 질펀히 누운 바다며 그 자연의 손짓 곁에 퍼질러 드러누운 논밭들이며, 삶의 굴곡진 흔적마냥 요리조리 뚫린 들길이며 그 곁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마을들- 거기엔 직선이 아닌 부드러운 곡선이 자연스럽게 숨 쉬고 있음을 읽게 된다. 왕송수산枉松守山,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키듯, 그 곡선은 더 자연적이어서 더욱 항구적이다.

마동욱의 고향 사진들이 단순히 사진의 미학을 넘어 그 존재의 미학을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음은 이 때문이다.

마동욱의 드론으로 담아낸 고향마을과 그 사진들에 담긴 자연은 평면이 아닌 다면적 입체성을, 직선의 자연이 아닌 곡선의 미학을 표출해 낸다. 그리하여 그리움이 눈에 밟히고 기억되는 고향마을의 정서요, 고향의 산하이다... 참으로 감동적이다. 진한 메시지가 읽힌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렇게 마동욱의 고향 사진은 역사가 되고 있다. 흘러가지만 그러나 영원히 기억될 우리들 고향의 역사이다. 하여 그의 '고향사진'은 20∼21세기 우리나라의 고향을 증언하는 '고향 증언록'이 되고도 남으리라.

마동욱의 고향 사진이 더욱 소중한 것은, 오랜 전통의 우리 고향마을이 사라질 지도 모르는 현대사의 전환점에서 남도의 고향을, 아니 한국 고향마을의 마지막 모습을 그것도 입체적으로 곡선으로 담고 있어서이다. 하여, 먼 훗날 전설처럼 회자될 우리들의 ‘고향’은 사진작가 마동욱에 의해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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