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장흥의 천관산이 변산이라면
■특별기고 -장흥의 천관산이 변산이라면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08.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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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남

변수남/목포홍일중학교 국어교사

천관산(天冠山)은 장흥을 대표하는 산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명성이 대단한 산이다. 변산, 내장산, 월출산, 지리산과 함께 호남 5대 명산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이런 천관산이 변산(卞山)이었으며, 삼한 중 변한의 위치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할 것이다.

일연 선사의 ≪삼국유사≫에서는 변한은 남쪽에 있다고 했으며 통일신라시대 시채(蓍蔡) 최치원은 변한이 바로 백제라고 했다. 한편 전진국 박사는 <삼한의 실체와 인식에 대한 연구>에서 삼한은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이 정립하기 이전 한반도 중남부 지역을 마한·진한·변한 3개의 권역으로 구분한 것이라 했다.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고 조선 전기 우의정을 지낸 이행은 《신증동국여지승람》〈전라도 부안현〉편에서 변산(邊山)에 대해 “혹 변산(卞山)이라고도 하는데, 말이 돌아다니다가 변(邊)으로 되었다 한다. 변한(卞韓)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이 때문이라 하나 그런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라고 하면서 확언은 아니지만, 변한의 영역을 지금의 전라북도 땅인 변산 아래에서 시작하여 전라 서남부 지역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두었다.

이에 반해 안정복은 《동사강목》「삼한고」에서 “변한은 지금의 경상도 낙동강 이서의 지역으로, 서남쪽은 지리산을 걸쳐 지금 전라도 동남 지역에 이르고, 동쪽은 진한과 섞여 살아 경계가 불분명하고, 서북쪽은 마한과 접하고, 동남쪽은 바다를 건너 왜국과 통하였는데, 마한에 복속되었다가 뒤에 신라에 항복하였다. 변한 땅은 또 나뉘어 5가야(伽倻)의 땅이 되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사람이 지었는지 알 수 없는 《계고편(稽古篇)》에서 ‘옛 사책에 변한은 변산(卞山) 아래에 나라를 세웠다. 한다.’ 하고 지금 부안의 변산으로 해당시킨 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하면서 변산을 기점으로 한 전라 서남부 변한 영역 설정을 부정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전라북도 부안에 있는 변산의 변(邊)이 변(卞)으로 바뀜을 착안하여 변한의 모태가 된 산은 천관산일 것이라 비정한다.“지금 호남 장흥부(長興府)에 천관산(天冠山)이 있는데 그 봉우리가 마치 관변(冠弁)과 같으므로 그렇게 이름한 것이다. 아마 변(弁)은 천관(天冠)의 한 이름일는지도 모른다. 장흥 곁에 있는 보성군(寶城郡)에 군왕(君王)이 파천(播遷)한 유기(遺基)가 있고, 또 모후산(母后山)이 있는데, 세속에서 전하기를‘나라가 망하자 모후(母后)가 이 산으로 피해 들어왔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하니, 이것도 변한의 유적일는지 모른다.”

안정복은 천관산의 봉우리가 마치 관변(冠弁)과 같으므로 변(弁)은 곧 천관(天冠)이라는 유추를 하였다. 고깔을 뜻하는 변(弁)은 변(卞)과 의미가 같고 소리 또한 비엔[biàn]으로 동일하며 두 글자가 함께 통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천관산은 변산(弁山)이자 변산(卞山)이다. 안정복의 이런 생각은 부안의 변산이 전라남도 장흥의 천관산으로 옮겨왔을 뿐 이행의 변산(邊山)은 변산(卞山), 변산(卞山)은 변한(卞韓) 식의 사유 패턴과 정확히 일치한다. 안정복이 천관산을 변산으로 생각한 또 다른 이유는 이웃 보성에 군왕이 파천한 유기가 있고 망한 나라의 모후가 피신한 모후산이 장흥과 지근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변한(卞韓)의 변〔卞(弁)〕을 고깔(천관)로 풀이한 예는 조선의 천재 정약용의 《여유당전서》에도 보인다. 진한과 변한이 구분되는 기준에 대해서도 머리에 쓰는 책(幘)이 다르다고 하면서 변(弁)은 곧 가락(駕洛) 또는 가야(伽耶)와 같은 말이며 이는 뾰족한 관책(冠幘)으로, 그것을 쓰는 풍속에서 변한과 가야라는 명칭이 생긴 것이라 하였다. 다산보다 9년 후배인 한진서 또한 다산과 같은 주장을 했다.

경주 재매정 출토 신라인물상

한편, 전진국 박사는 “‘변한(弁韓)’의 명칭이 등장한 시기는 위략에서 ‘변한포(弁韓布)’라는 용례가 확인되므로, 적어도 3세기 중반 이전에는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또, 변한인(卞韓人)이 착용한 천관(天冠)·관책(冠幘)·변(弁)의 모양은 단석산 마애조상에 나오는 공양상의 고깔과 경주 재매정에서 출토된 신라인물상이 쓴 천관(天冠)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뜻 있는 사람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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