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수 시인
헝클어진 마음 삭히고 싶다면
가만히 오시라
언덕에는 노랑나비 한 마리
찔레꽃 향기 탐하고
처마 끝에 내걸린 동박새 울음소리와
소복소복 적시던 봄비 소리 묻혀있는
고즈넉한 부춘정으로 오시라
가슴에 날 선 가시 돋아
덧난 상처 위로받고 싶다면
가만히 오시라
코끝을 자극하는 달달한 물 냄새
곰삭은 멍석 냄새, 아궁이에 군불 지피다 만
그을음 냄새가 데워진 가슴을 위로할 것이다
한 번쯤 왔다 가시라
쫓기듯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을 벗어나
살갑게 다가오는 여유를 느껴보시라
그러다가
어슷거리는 갈대소리 들리거든
향기 잃은 고고한 지식보다 물푸레나무 흔들어대는
풋풋한 자연의 소리에 소소한 일상 만끽하고 가시라
혹여, 옹색한 강바람에
다 털어내지 못한 찌꺼기로 인해
또다시 힘들어진다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부춘정 마룻장에 걸터앉아
성글어진 돌보洑를 바라보며
때 묻은 속살 털어내고 가시라
유용수 시인은 문예운동》시 등단.《한울문학》수필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원. 전남문인협회원. 전남수필문학회원.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문화 해외교류협회회원 등으로 할동 중이다.
*산문집 :「암자에서 길을 묻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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