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속담 (34) -백중(百中)날은 논두렁 보러 안 나간다
■농사속담 (34) -백중(百中)날은 논두렁 보러 안 나간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09.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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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전농어기술센터장

 

이영민/ 전 장흥군옹업기술센터장

백중은 음력7월 보름날 양력으로는 8월 하순에 해당되어 봄부터 여름철을 지나면서 여름 농사일이 거의 마무리된 시기다. 백중날은 옛 부터 바쁜 농사일을 잠시 중단하고 일꾼들에게 닭, 개 등을 잡아서 잘 대접하는 풍속이 있었으며 휴식을 취한 후 산이나 들풀을 베어 퇴비 만들기 등을 하는 것이 일 상이였으므로 농사일이 한가한 때라는 뜻이다.

입하로부터 시작되는 초여름은 '농사짓다'라는 뜻의 '녀름짓다'라는 옛말처럼 밭매기와 논매기 등 농사일이 한창인 계절이다. 그러나 농가에서 음력 7월은 농사일이 적어 한가하게 지내다가 8월에 들어서면 수확기에 접어들어 매우 바쁘게 지낸다는 뜻의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옛말처럼 농촌의 7월은 바쁜 농번기를 보낸 뒤이면서, 한편으로는 가을 추수를 앞둔 때로 잠시 허리를 펼 수 있는 시절이다.
이 무렵 '백중'이라는 속절을 두어 열심히 하던 농사일을 멈추고, 그해에 새로 난 과일이나 농산물을 먼저 돌아가신 조상의 신위神位에 올리는 천신의례 및 잔치를 벌여 일의 지루함을 달래고, 그동안 힘들게 일하면서 더위로 인해 쇠약해지는 건강을 회복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러한 백중의 유래를 살펴보면 백중은 백종(百種),중원(中元),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한다. 백종은 이 무렵엔 여러 가지 과실과 채소가 많이 나와 '백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는 뜻이다.
백중의 유래 중 하나는 불교에서 유래된 것으로 고려시대에는 이날 우란분회를 열어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고, 조상의 영전에 바쳤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 간행 된 '동국세시기'에 스님들이 제를 올리고 불공을 드리는 큰 명절로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는 "목동이 곡식과 가축을 지키려고 옥황상제의 명을 어겼는데, 이로 인해 노여움을 받아 스스로 자결하였다. 그 뒤 농민들이 그가 죽은 날을 백중일이라 하여 제사를 지내어 그의 영혼을 위로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 기록을 보면 백중은 원래 우리나라가 예부터 농사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날이었는데 삼국시대 이후 불교의 우란분회의 영향을 받아 변화된 것일 수도 있다고 전한다.

백중날의 세시풍속으로는 지방별로 각기 다르기도 하지만 그 뜻은 비슷하다. 백중날을 전후하여 여러 가지 놀이와 흥행이 벌어지는 큰 시장이 서는데 이를 백중장(百中場)이라 한다. 이 장이 서면 주인은 머슴들에게 새 옷 한 벌과 장에 나가 먹고 즐길 돈을 주는데 이를 '백중돈 탄다'고 했다. 그래서 이 날을 '머슴날'이라고도 하며, 마을에서는 일정한 날을 정하여 머슴과 일꾼들은 지주들이 마련해준 술과 음식을 갖고 산이나 계곡을 찾아가 먹고 마시며 하루를 흥겹게 즐겼다고 한다. 이날 풍물놀이와 더불어 대동놀이가 벌어지는데 이를 '백중놀이'라고 한다. 이 놀이는 농촌에서 힘겨운 세벌 논매기를 끝내고 여흥으로 여러 가지 놀이판을 벌여온 데서 비롯된 마을 잔치이다. 특히 이날 즐기는 풍속으로 '호미씻이'가 있는데 그 해에 농사가 가장 잘 된 집의 머슴을 뽑아 얼굴에 검정 칠을 하고 도롱이를 입히며, 머리에 삿갓을 씌워 우습게 꾸민 다음 지게 또는 사다리에 태우거나 황소 등에 태워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놀이다. 그 때 집주인들은 이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한다. 호미씻이는 지방에 따라서 초연(草宴), 풋굿, 머슴날, 장원례(壯元禮)로도 불리었다.
또 마을 어른들은 머슴이 노총각이나 홀아비면 마땅한 처녀나 과부를 골라 장가를 들여 주고 살림도 장만 해 주는데, 옛말에 '백중날 머슴 장가간다'라는 말이 여기서 생겼다.
이 날은 산신(山神)들이 곡식을 추수하는 날이라 들에 나가 일을 하면 방해가 된다고 해서 남자들은 들에 나가지 않고, 여자들은 집안에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백중의 시절음식으로는 여름철에는 밭작물인 밀과 보리, 수수나 감자 등을 수확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밀가루로 만든 부꾸미인 밀전병과 밀개떡을 해 먹으며, 또 수수나 감자로 떡을 만들어 먹고 부침개를 해 먹기도 한다. 또 제철인 호박으로 호박부침을 만들어 먹는데 별미다.

전남 어촌지역에서는 백중날 소라나 다슬기 등이 제철이므로 이를 시절음식으로 즐겨 먹곤 했다. 또 시루떡을 해서 성주께 올리고, 찰떡이나 서숙떡·감자떡 등을 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속절로 지내온 백중날은 이제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그것은 농촌사회의 구조가 많은 변화를 가져와서다.

최근 스마트팜 등 선진 농업기술의 발달 보급에 힘입어 첨단 과학영농작업에 따른 농업기계화가 급속도로 도입되게 되었다. 이러하니 대동놀이를 할 사람이 줄어들은 탓과 머슴이 없어진 탓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전통이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즐기시던 백중날을 다시 되돌릴 수야 없지만 최소한 백중날을 보내면서 한번쯤 유래와 세시풍속, 그리고 더불어 살기 위한 백중놀이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서 가을 준비를 해보았으면 더 손길이 가볍지나 않을련지!

*참고문헌: 농사속담 농촌진흥청 1989 출처 : 산신각 .푸른솔계레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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