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논어고금주’에 바친 다산의 정성
■특별기고- ‘논어고금주’에 바친 다산의 정성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10.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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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사)다산연구소 이사장

18년의 긴긴 유배 생활, 보통 사람이라면 고통에 시달리다가 좌절하거나 우울증에 걸려 삶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득 지녔던 다산은 끝내 좌절하거나 큰 질병에 걸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버티며 살아나 학문의 대업을 이룩해내고 말았습니다. 2백 32권에 이르는 방대한 경전 연구서를 저술하여, 주자의 성리학적 경전해석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경학 체계를 세워, 이론 위주의 경전 논리를 실천과 행위의 논리로 확립해내고 말았습니다.

인류의 유토피아 세계인 요순시대를 구현해내려고 공자는 유교를 창시하여, 효제(孝弟)를 근본으로 삼아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통해 요순시대가 도래할 길을 열어놓았다고 여긴 사람이 다산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고경(古經)을 제대로 해석하여 그대로 실천하면 요순시대는 반드시 오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지니고, 고경의 올바른 해석에 생애를 걸었습니다. 경지(經旨)를 올바르게 밝히지 못한 당대의 학문 풍도에 불만을 지닌 다산은, 경을 잘못 해석하면 어떤 현상이 오는가를 지적합니다. “폐법(弊法)이나 학정(虐政)이 행해지는 일은 모두 경전의 뜻을 밝혀내지 못함에서 연유됩니다. 그래서 저는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는 경전의 뜻을 바르게 밝혀내는 일보다 앞서는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弊法虐政之作 皆由於經旨不明 臣故曰 治國之要 莫先於明經也: 『경세유표』 25권 p.310)라는 경고를 했습니다.

육경사서의 경에서 공자의 본뜻이 무엇인가를 밝혀내야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를 알아낼 수 있다고 여기고, 『논어』를 재해석하는 일에 다산이 바친 노력을 살펴보면 다산의 뜻을 알만합니다. 『논어』를 『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 40권으로 저술하여 주자로 대변되던 논어에서 새로운 논리의 논어로 바꿔냈습니다. “논어에 대한 고금의 학설을 모조리 고찰하여 그중에서 좋은 것을 취해다가 간략히 기록하고, 의견이나 대립되는 것은 취해다가 논쟁하여 단정했습니다. 그래도 고금의 학설들을 두루 고찰해보면 도무지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 있게 되는데, 이때에는 어쩔 수 없이 책을 덮고 눈을 감은 채 앉아서, 더러는 밥 먹는 것도 잊고 더러는 잠자는 것도 잊노라면 반드시 새로운 의미나 이치가 번뜩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答仲氏: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고 하였으니 다산이 학문에 바친 정성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편지는 『논어』를 연구하면서 흑산도에서 귀양 사는 정약전 형에게 보낸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구절에, “나에게 세월을 주어 『논어』 연구 작업을 마칠 수 있게 해준다면 그 책은 제법 볼만한 책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해 나름대로 정성을 바친 결과는 결코 만만찮은 책이 되리라는 자부심까지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늘은 다산에게 세월을 주어 방대한 저서를 마치게 해서 지금은 그대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산 이전의 『논어』 해석에서 가장 큰 병폐는 관존민비(官尊民卑)와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경향으로 윤색해버린 잘못이 있습니다. 다산은 『논어』의 곳곳에서, 두 가지 병폐는 공자의 뜻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경을 잘못 해석해서 그런 폐단이 나왔다고 여기면서, 그런 논리에서 벗어날 방향으로 경을 해석했다는 점을 위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논어고금주』를 읽어야 올바르게 『논어』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박석무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고산서원 원장 *저서-『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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