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임명직 공직자의 무거운 책임
특별기고 -임명직 공직자의 무거운 책임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10.1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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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다산연구소 이사장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목민심서』는 알기 쉽게 말하면 공직자들이 공무를 수행하면서 지키고 행해야 할 지침서이자 바이블입니다. 중국과 조선의 옛날 공직자들이 행했던 모범적인 사례를 열거하여 그렇게 공직생활을 해달라는 요구이기도 하지만,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내용은, 다산 자신이 공직자로서 생활할 때의 사례들을 열거하여 그런 방법으로 공무수행을 해달라는 대목들입니다. 이로써 『목민심서』는 이론서가 아닌 ‘행동지침서’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산은 일생에 단 한 차례 목민관 임무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이야기가 『목민심서』 부임 6조(赴任六條) 중, ‘사조(辭朝)’ 조항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내가 곡산도호부사가 되어(1797년 7월) 하직하는 날, 희정당(熙政堂)에 들어가 임금을 뵈었다. 임금께서, ‘옛날의 법률에 목민관이 탐욕스러워 불법을 저지르거나 나약하여 직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전관(銓官: 인사대상자를 골라서 추천해주는 벼슬)에게 벌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비(中批: 임금의 특명으로 발령함)로써 임명된 사람은 더더욱 삼가고 두려워해야 하느니, 전관에게 죄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중비로 사람을 등용했다가 여러 번 후회하고서도 또 경계하지 않고 이름을 달리 써넣어 낙점(落點)했으니,(이때 이조(吏曹)에 세 번이나 다른 사람을 천거했으나, 임금께서 스스로 내 이름을 써넣으셨다.) 이는 중비와 다름이 없다. 가서 임무를 잘 수행하여 나에게 부끄러움을 주지 않도록 하라.’하셨다. 나는 황공하여 진땀이 등에 배었는데, 지금에 이르도록 감히 그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라는 긴 이야기를 했습니다.

본디 문관은 이조에서, 무관은 병조에서 전관들이 사람을 추천받아 골라서 적임자 3인을 임금께 추천하면 임금이 낙점하여 벼슬에 임명합니다. 하지만 다산은 반대자가 많아, 전관의 추천이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이 특지(特旨)로 다산의 이름을 써넣어 낙점하여 목민관으로 임명케 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임금께 하직 인사를 올린 뒤 대궐 문밖에 이르거든, 곧 몸을 돌이켜 대궐을 향해 마음을 세워 스스로 맹세한다. 마음속으로, ‘임금께서 천 사람, 만 사람의 백성들을 오로지 소신(小臣)에게 맡겨 사랑하며 다스리도록 하셨으니, 소신이 감히 그 뜻을 공경히 받들지 아니한다면 죽어도 여죄(餘罪)가 있으리라.’라고 다짐하며, 다시 몸을 돌려 말을 타야 한다.” 정조의 특별한 배려로 목민관 직을 얻어 떠나던 다산의 다짐과 태도가 새삼스럽게 생각되는 때입니다.

어떻게 해서 높은 벼슬인 장관직에 임명되었고, 어떻게 해서 고위공직자의 직위에 오를 수 있었던가요. 대통령의 뜻을 공경스럽게 받들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철저하게 공무를 수행해야 할 고관대작들, 이런저런 일로 말썽을 일으켜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말실수로, 잘못된 생각이나 처신 때문에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장관이나 고관의 임명은 옛날로는 중비에 해당합니다. 임명권자의 뜻을 공경스럽게 받들며 온갖 정성을 다 바쳐, 조심스럽고 삼가고 두려운 마음으로 직무에 임해야 합니다. 세상을 요란하게 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니, 다산의 당부가 간절하게 생각됩니다. 귀한 벼슬에 선택받은 분들께 묻습니다. 국민이 짜증 나고 답답하게 여기는 일이 없는 날은 언제 올까요.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글쓴이 / 박 석 무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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