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속담36 -“가을 무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다”
■농사속담36 -“가을 무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10.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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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전 농업기술센터장

엊그제 뿌려놓았던 텃밭에 배추, 무가 새 파랗게 잘 자라고 있다. 기나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하여 밭의 고추 참깨 등 여름 밭작물들의 작황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추운 겨울철 밥상에 맛있는 반찬으로 오르는 김장채소들의 작황은 앞으로 어떨런지 모르겠다. 현재 초기 작황으로 봐서는 괜찮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무는 채소류 중에서도 근채류(뿌리채소)에 속한다. 무는 중앙아시아 및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며 고대 시대에도 이용되었던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런 무가 실크로드를 통하여 중국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중국에는 기원전 400년경 무에 대한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삼국시대에 재배되기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 채소 중 국민들이 가장 즐겨 먹고 여러 가지 식재료로 많이 활용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많은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온도와 관련한 우리 조상들의 생활양식의 한 면을 잠깐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진단에서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체온계로 체온을 재는 일이다. 이처럼 체온계가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중요하고 필수품이 된 것은 오래다. 체온계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살아온 환경이 달라 다양한 체온계를 경험한 일도 모두 다를 것이다.

필자가 겪어온 것을 잠깐 말하자면, 우스울 수도 있고 그 시절 누구나 다 겪은 경험으로 별것도 아니구만 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런 기회에 어렴풋이나마 미소 머금은 주름진 할머니 얼굴을 한번 떠올려 보는 것도 좋지 않을지. 어렸을 적 기억에 남는 것은 할머님께서 손목의 맥을 짚고 이마에 손바닥을 올려 열의 정도를 측정하여 열을 판단하시곤 하였다. 열의 정도에 따라 수건에 물을 적셔 이마에 올려가며 반복하시기도 했다. 이것은 첨단의학이 발달된 지금에도 일부라도 일상 속에 자리하고 있어 활용되고 있다.

좀 더 커서 초등하교에 다닐 적엔 일자형 체온계로 겨드랑이에 넣어 열을 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다양한 체온계가 개발되어 귀 입구에 대고 측정하기도 하더니만 지금은 전자체온계로 이마나 몸 가까이서 체온을 잰다. 하물며 공항 같은데 가면 열화상 카메라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할머니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손바닥 체온계가 최고인 것 같다. 배가 아플 때면 할머니는 무릎에 눕혀 놓고 웃옷을 걷어 올리고 손바닥으로 아픈 배를 쓸어내리시면서 주문을 읊으시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할머니의 쓰다듬는 손길에 통증이 점점 잦아들면서 잠이 들었다. 일어나면 아팠던 배가 훨씬 편해 진 것을 느끼곤 했다. 할머니 손이 약손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맞았던 것 같다. 손자에 대한 지극정성에 찬 애정과 아낌없는 사랑의 마음으로 배를 쓸어 내리셨으니 할머니의 온정어린 기(氣)가 내 배로 전류처럼 흘러들어 낳게 해주신 것 같다. 이제 할머니는 내게 따스한 기를 다 주셔 버려서 인지 영원히 잠들어 계신다.

어려서 목화송이로 만든 하얀 바닥에 검은 색깔의 무명이불 하나로 온 식구가 발을 맞대고 덮고 자기도 하고 두꺼운 무명베 옷을 입고 자라 왔다. 하지만 지금은 갈수록 가볍고 따뜻한 천들이 우리들을 감싸고 있다. 그러기에 어떻게든 사람의 신체 생체리듬을 자연 상태로 최대한 가깝게 다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이처럼 체온을 조절해 주고 수 없이 다양한 용도에 맞춰 편리하고 안전성을 갖추고 멋을 부려 주는 것이 우리들의 옷이다. 이러한 옷의 한 유래를 소개해드리면 최초의 인류는 발가벗고 다녔다고 한다.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 갓 나온 아기들처럼…. 인류가 나타난 곳은 현재의 아프리카 지역이라 추위를 막기 위한 옷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 후 5만∼10만 년 전쯤 옷을 입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류가 북쪽 지방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려고 옷을 입게 되었을 거라고 하고, 추위에 잘 견디는 동물들을 보고 이를 흉내 내 동물의 가죽을 몸에 두르게 된 것이 옷의 시작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더운 지방 사람들에게도 옷은 필요했을 것이다. 독을 가진 곤충으로부터 몸을 지키고,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 진흙이나 짚을 두르던 것이 나중에 옷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고 한다.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 옷을 입었다는 주장도 있으며. 사냥한 동물의 가죽이나 뿔 등으로 몸을 장식함으로써 자신이 뛰어난 힘과 기술을 지닌 사냥꾼임을 드러냈다”는 것 등이다. 동식물은 자기 생명과 연관되어 자연환경에 맞는 곳에서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가을 무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춥다”

가을에 김장용으로 재배하는 가을 무 역시 온도에 민감하다. 그리하여 날씨가 추우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 껍질이 두꺼워진다. 즉, 온도계가 없던 시절 우리 옛 조상들이 무 껍질을 보고 겨울이 추울 것인지를 예견했다는 것이다.

금년 가을 김장철 무 껍질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추운 날이면 따뜻하기를 바라고 더운 날이면 시원한 날을 바라면서 사는 것이 우리들이 바라면서 생활하는 모습이 아닌가. 우리 조상들은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고 여름은 여름답게 뜨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또한 자연에 순응하면서 순리 데로 소박하게 잘 살자고 던지는 메시지는 아닌 것인지.

추운 겨울눈이 소복이 내리는 날 밤 고구마에 동치미, 풋고추와 함께 섞은 무김치, 배추 포기김치 속에 곁들어 넣은 무김치, 한겨울 우리들의 입맛을 돋우게 한다. 풍성한 무수확이 되어 할머니, 어머니, 아내의 손끝 맛이 듬뿍 담긴 무김치에 텁텁한 막걸리 한잔 마시며 껄껄대고 웃어보는 겨울밤을 준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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