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반일정좌(半日靜莝)와 반일독서(半日讀書)
■특별기고 - 반일정좌(半日靜莝)와 반일독서(半日讀書)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10.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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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수필가

김창석/수필가, 前용산면장

언어의 소음에 치여 하루가 떠 내려간다.

머금는 것 없이 토해 내기가 바쁘다. 무책임한 언어가 난무한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간헐적인 허황한 역설도 여기에 한몫 끼어든다.

허망한 사람들은 소리에 그만 솔깃해져서 그러면 그렇지 한다.

풍문이 진실로 각인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 곁에서 회심의 미소를 흘리면서 누군가 이익을 챙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을 짓을 해놓고도 제가 외려 분하고 억울하다며 목청 높혀 항변한다. 조롱섞인 이런 말들은 속상하고 너무 피곤하다. 그 말에 우르르 몰려 다니며 희희덕 거리는 일부 명망 있는 지성들의 행태 또한 가볍고 추하게 보인다.

비유하여 최근 사익 불륜의 오명을 저돌적인 뚝심과 오만으로 뚫고 나간 정치권의 여전사 3인방, 손혜원, 추미애, 윤미향의 뒷 끝이 왠지 못 다 푼 숙제처럼 개운치 않은건 비단 필자만의 비뚤어진 심사일까?

대중의 분노는 즉각적이고 선명한 정의를 요구했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아쉽게도 사회의 기대와 판단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얼버무린 꼴이 되어 버렸다. 이에 말이 되냐며 발끈 언어의 소음이 반발한다.

도대체 침묵의 힘은 잊은지 오래다. 예산 추사고택 기둥에는 주자가 말한 반일정좌(半日靜莝) 반일독서(半日讀書)란 구절이 추사의 글씨로 걸려있다. 하루의 절반은 고요히 앉아서 마음을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책을 읽는다.

이런 태고적 운치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마음 먹기에 따라 정좌의 시간을 늘릴 수는 있는 것이다.

내성(內省)의 침잠없이 허둥지둥 바쁘기만 하면 영혼의 축대가 그 서슬에 주저 앉는다. 자신과 맞대면 하는 시간을 늘려 가야만 바깥의 경쟁력도 강화된다.

자신을 끊임없이 비우고 헹궈내는 담박(淡泊)과 내면으로 침잠하는 영정(寧靜)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 뜻이 환해지면 그제서야 먼데까지 갈 힘이 생긴다. 머금지 않고 쏘아대니 세상이 시끄럽다. 비울줄 모르고 욕심 사납게 먹어 낸 결과 소화불량에 걸린다. 제 허물을 감추려고 남을 덥석 문다. 제 부족을 숨기자니 허풍이 는다.

하여 마음의 양식이 되는 깊은 내용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책은 대체로 읽기에 힘이 들고 따라서 점을 붙이기가 어렵다.

까닭에 자연히 고전적인 서적에는 손길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깊은 내용의 책을 읽는 데는 다소의 인내력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속독법에 따라 건성 읽는 방법으로는 얻는 바가 적으며 좋은 책일수록 깊이 살펴가며 읽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참고 애쓰는 의지력이 필요한 것이다.

가을의 수확과 겨울의 안락을 내다보며 봄, 여름 땀과 일로 보내는 농부와도 같이 독서가는 빠져들기 쉬운 마음의 고삐를 의지력으로 움켜 잡고 힘들여 책을 읽는다.

본격적인 독서는 오락의 영역 보다는 노력의 영역에 속한다. 좋은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얻는 사람은 책 속에 담긴 지혜나 교훈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가 책 속에서 제시한 문제를 독자 자신의 문제와 연결 시켜야 하며, 저자와 함께 그 문제에 대하여 깊이 사색 하여야 한다. 책속에 적힌 남의 문제와 생각을 한 갖 구경꾼으로 읽는 동안은 그 책속의 내용과 교훈이 내 것으로 동화되기를 기대 하기는 어렵다.

내가 그 책속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그 책을 내 체험과 내 사색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저자의 체험과 사색이 독자 자신의 체험과 사색의 연장선상에서 하나로 융화 될 때 독자는 그 책을 완전히 자지 것으로 만든다.

삶은 문제와의 싸움이나, 문제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행동이 깊은 사색에 의하여 뒷받침 되어야 한다.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사색할 때, 나의 사색은 막히기 쉽고 편견에 빠지기 쉽다. 좋은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나의 사색의 깊이와 넓이를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이 가을! 여름 내 땀흘려 가꾼 곡식을 수확하고 난 빈자리, 이제 저 고통의 땅도 짐을 털고 편히 휴면에 들어가는 계절, 우리 모두 붉으스레 몸을 낮추는 대자연을 의미있게 감상하며 독서와 사색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파종하자. 20만 여권의 장서를 소장한 정남진 장흥도서관과 장흥 공공도서관이 밥 늦게까지 훤히 불켜져 있는 모습을 흐믓하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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