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향기가 몇 골짜기를 건너와 내 가슴에 닿았을 땐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가 버린 뒤였어요
도회의 골목길 이리저리 헤매다 뒤늦게 찾아가니
당신은 거기 아직 우두커니 서 계셨지요
당신의 송송 뚫린 가슴 사이로 구름만 하얗게 언뜻거렸습니다
순간 금빛 향기가 고요를 머금고 하늘에서 땅으로 번지고
꽃 이파리 하나하나 모두 제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지요
나는
신앙같이 큰 당신의 얼굴이 눈부셔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어요
이런 재회를 팔순 노부부가 노을처럼 앉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거긴 고향 집 뒤란이었지요
-「시외시학」 2015. 겨울호
*백수인 시인은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전 문예창작과 교수)로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으며
‘대학문학의 역사와 의미’ ‘이달의 문화인물 백광홍’ ‘소통과 상황의 시학’ ‘소통의 창’ 등의 저서가 있으며, 시집으로 <바람을 전송하다>가 있다. 민교협 공동의장, 5.18기념재단 이사, 한국언어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재)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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