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으로 담는 마동욱의 고향마을 사진들
아픔으로 담는 마동욱의 고향마을 사진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11.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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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욱 사진집 ‘아, 물에 잠긴 내고향’에 부쳐
'아! 물에 잠긴 내고향'의 표지김선욱'

 

김선욱 시인

*본 글은 이번에, 사진전문 출판사 ‘눈빛 출판사’의 ‘눈빛 사진가선 065’으로 출판된 마동욱사진가의 ‘아!물에 잠긴 내 고향’ 사진집에 실린 해설문이다.

마동욱 사진작가의 사진 이력 40년사를 관통하는 주제는 ‘탐진강’과 ‘고향마을’이다.

이 두 가지 주제는 그가 사진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치도 변함없는 주제로서 그의 사진작업의 중심부에 놓여있다.

탐진강은 동적動的이지만 고향마을은 정적靜的이다.

그가 동적인 탐진강 사진이나 또는 정적인 고향마을 사진에만 매달렸다면 쉬이 지치거나 쉬이 싫증이 나 진작에 사진업을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강과 고향마을을 거의 동시에, 아니 그 경계점에서 사진업에 매달렸기에 지치지도 싫증을 느낄 새도 없이 간단없이 줄기차게 사진업에 매달려왔고 지금도 여전히 열혈 청년처럼 자신의 고유한 사진업에 매달릴 수 있는지 모른다.

마 작가가 사진업에 뛰어든 것은 88년, 30세 때부터였다. 그의 카메라 앵글에 담기 시작한 대상은 고향의 산하와 고향 마을의 표정이었다.

당시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 전라도였고, 전라도에서도 그의 고향 장흥은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 장흥은 당시만 해도 지정학적으로도 광주 목포 여수·순천 등 소위 전남의 3대 도시권역에서 가장 변두리 지역으로 도시권역을 중심으로 한 근대화·도시화 물결에서 철저히 소외된 지역이어서 전통의 옛 모습이며 개발되지 않은 청정한 생태계가 잘 유지되고 있어 ‘아껴놓은 땅’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게다가 장흥에는 높은 산들이 많았고(해발 500m 이상의 산 15개), 청정해역인 남해 득량만에 연해 있었으며, 호남의 3대강인 탐진강이 흐르고 있어, 말 그대로 산수수려山水秀麗한 고을이었다.

이러한 장흥지역의 수려한 산수와 전통이 남아있는 고향마을을 사진으로 담는 사진업을 시작한 마 작가가 92년부터 96년까지 개최한 4회의 사진 전시회 중 3회의 전시회 주제도 ‘고향마을 사진전’이었고, 이 때문에 당시 언론으로부터 ‘마을사진 작가’라는 닉네임이 붙여질 정도였다.

당시 농촌의 전통 마을들은 이농현상 등으로 점차 마을이 생기를 잃어가고 인구도 급격히 감소해가고 있던 때였다. 마 작가가 마을 사진에서 손을 떼지 못한 것은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마을의 아픔’ 때문이었다. 그러한 ‘마을의 아픔’을 극적으로 읽게 된 것은, 정부의 장흥댐(당시는 탐진댐) 건설 추진으로 수장水葬될 위기에 놓인 수몰지역의 마을에서였다.

그리고 마 작가는 96년에 아주 서울서 고향 장흥으로 귀촌, 장흥댐 수몰 예정지역 마을에 살다시피 하며 수몰 마을의 아픔과 마을 사람들의 애환 등을 본격적으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수몰 마을들은 탐진강과 바로 이웃한 마을들이어서 더불어 댐으로 막혀 흐르지 못할 탐진강의 아픔도 담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은 98년 1월에 출간된 사진집 ‘아 물에 잠길 내고향’으로 표현되었다.

우리나라 다목적댐으로서 마지막 댐이 된 장흥댐(장흥다목적댐)은 1996년 12월 기본계획이 고시되고, 1997년 11월 공사가 착공되어 2006년 6월 8일 준공된 댐이다. 이 댐 건설로 장흥군 유치면 일대의 14개 마을 등에서 697세대 2,100여 명의 수몰민이 생겨나게 되었다

장흥댐이 건설되면서 지역의 절반 가량의 마을들이 수장이 된 유치면 일대는 6.25 한국동란 때, 3천 5백여 명의 인민군과 공비 등이 산악지대인 유치면 국사봉, 가지산 등 고산지역에 집결하여 국군·경찰 등과 대치하여 치열한 공방전을 치룬 과정에서 유치면 일대 거의 모든 가옥이 불타버렸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고, 이제 다시 정든 고향 마을과 집이 수장될 위기라는 두 번째 겪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었다.

마 작가는 이처럼 근대사 이후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유치면 일대의 마을과 그 마을 사람들의 애환, 유치면 일대의 각종 문화자원, 그 수몰마을 언저리를 감돌아 흐르는 탐진강의 아픈 표정 등을 수년에 걸쳐 5만여 컷의 사진과 100여 시간의 영상으로 담았고, 이들 중 800여 컷의 사진을 모아 ‘아 물에 잠길 내 고향’이라는 한 권의 사진집으로 펴냈다. 이 사진집은 한 권의 수몰마을 사진집으로서 뿐만 아니라 댐 수몰지역 마을의 역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마 작가의 이 사진집은 국내에서 최초로 발간된 댐 수몰마을 사진집이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이처럼 수년간 수몰 지역에서 기거하디시피 하며 수몰지역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담고, 이를 사진집으로 펴낸 마 작가의 사진작업은 중앙 언론, TV방송 매체 등에 수차례 소개되었고, 특히 KBS TV에서는 마동욱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KBS 신TV문학관 -’나는 집으로 간다‘(98.03.01 방영)는 극화를 제작할 정도였다. 또 KBS 일요스페셜에서도 마 작가가 10여년 간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해 온 유치 수몰마을 이야기를 풀어놓는 ’탐진강 사람들의 고향일기-나의 살던 고향은‘이라는 제목의 다큐를 제작 방영하기도 했다(2000. 02. 10 방영).

마 동욱 작가는 장흥댐이 축조된 이후에도 여전히 유치마을 사진을 담아오고 있다.

‘아. 물에 잠길 내 고향’ 사진집 작업 이전의 탐진강과 마을들, 이어 댐 건설 이후의 변화된 탐진강의 다양한 표정들과 댐 건설 이후의 수변 지역인 유치 일대의 풍광이며 모습들을 계속 사진으로 담아오고 있다. 그의 유치마을 사진은 무려 10만여 컷에 이르고 동영상은 250여 시간에 이르고 있다.

마동욱 작가의 탐진강과 고향마을의 사진작업. 그것은 하나의 역사의 기록과도 같다.

그가 2012년 9월에 발간한 사진집 ‘탐진강의 속살’은 탐진강의 댐 건설 이전과 댐 건설 이후의 표정들을 담고 있어 탐진강의 역사 기록이라고 할만하다.

그가 또 줄기차게 작업하면서 펴내고 있는 고향마을 사진집 역시 마을역사의 기록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고향마을 사진은 지난 2016년에 펴낸 ‘하늘에서 본 장흥’에 이어 ‘하늘에서 본 영암(2018)’, ‘하늘에서 본 강진(2019)’, ‘하늘에서 본 보성(2020)’ 등으로 결실을 본다. 이들 마을 사진집들은 각 지자체인 장흥·영암·강진·보성군 마을의 역사 기록물이 될 것이다.

향후 반세기쯤이면, 지금의 태반의 마을들이 사라져갈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지자체들의 근대 100여 년의 마을 역사는 바로 그 마을의 다양한 표정이 담긴 그 마을 사진집들이 사실史實의 기록으로 남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동욱 작가는 다큐 작가이다. 중요한 것은 마동욱에게 다큐 작가로서 주요한 모멤텀momentum 즉, 역사 기록의 동기가 되고 추진력이 되고 있는 요소가 무엇이냐이다. 아픔이다.

마 작가가 처음에 고향마을 사진 작업을 시작할 때도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는 마을의 아픔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유치 수몰마을 마을 사진 작업, 탐진강 사진 작업에서는 진한 아픔을 읽었던 마 작가였다. 그 아픔 때문에 그는 장흥댐 건설을 적극 반대하기도 했었다.

작가가 대상체로부터 아픔을 느낀다는 것은 대상체와 공유共有 정신에서 비롯된다. 공유는 동질감에서 비롯된다. 그가 지치지 않고, 간단없이 탐진강과 고향마을 사진 작업에 매달릴 수 있는 것은, 기실 그의 사진 작업의 동기며 지속적인 진행이 그들과의 공유정신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마동욱의 작가 정신이 당초부터 다큐 사진작가로서 출범하게 했을 것이다.

그는 때로 연출하며 작품사진을 만들어내는 작가는 아니다. 직관으로 대상체가 되는 물상 본질의 정수를 표현해 내는 다큐 사진가일 뿐이다.

아픔은 진실의 바탕 위에서 인식되는 감정이다. 마동욱 작가가 다큐 사진 정신에 아주 충실한 것, 하여 그의 사진이 일 점 일획의 주관도 더하지 않는 스트레이트straight 사진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 그의 사진이 한 점 트릭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물상에 대한 직관과 정확한 묘사만 있을 뿐인 것, 어떠한 인위적 가공도 첨가하지 않는 사실적 현장과 현실 그대로를 담은 사진인 것은 바로 그가 대상체와의 진실한 공유를 전제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 작가는 여느 사진작가와 달리 동일 대상체에 대해 동일시간에 단순히 2,3회에 그치지 않고 최소 10회 이상, 또는 십 수회 이상의 셔터를 누르며 다양한 그 표정을 담는다. 구도, 각도, 방향, 음영을 달리해서 최선의 그 현실을 담기 위해서이다. 습관화가 된 그의 사진작업이다. 사진이라는 것이 한 순간의 포착이지만 그는 이러한 사진 작업에서 대상체의 보다 진실한 현상을 포착한다, 다큐 작가로서 마동욱의 대상체와 공유정신은 이처럼 그의 독특한 그의 사진작업에서도 표현되고 있다.

마 작가의 고향마을 사진은 마을을 기억하는 사람에겐 그리움을 제공한다.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고 마을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은 그의 마을 사진에서 먼저 그리움을 읽는다. 나아가 그 그리움은 아픔으로 읽혀진다. 이는 마동욱 사진이 갖는 힘이요, 생명력이다.

최근 마동욱 작가는 마을 당산나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산나무는 수 세기 동안 마을의 수호신, 성수聖樹로서 기능을 수행하여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당산나무가 베어지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내쳐진 채 제 기능들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마 작가가 이 당산나무에 대한 사진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그로부터 아픔을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요 대상체와의 ‘아픔’의 공유. 이는 마동욱 작가의 생명력이다. 그가 돈도 안 되는 마을 사진 작업을 지속하는 이유, 빚내 가며 마을 사진집을 펴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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