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여자(女子)’를 새롭게 해석한 다산
■특별기고 - ‘여자(女子)’를 새롭게 해석한 다산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11.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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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사)다산연구소 이사장

다산의 학문을 깊이 들여다보면, 역시 창의력이 뛰어난 학자였습니다.

유교를 국가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왕조에서, 사서육경(四書六經)이 가장 중요한 교과서였습니다. 다산은 육경사서에 대한 해석이 올바르지 못해서 2천 년 긴 밤[長夜]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면서, 경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그렇게 크게 강조하였습니다. “경전의 뜻이 밝혀진 뒤라야 도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 도를 얻은 뒤라야 비로소 심술(心術)이 바르게 되고, 심술이 바르게 된 뒤에야 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경학에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정수침에게 주는 글)”라고 말하며 경전해석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유배 18년 동안 경전연구 232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겨, 공자의 본뜻을 제대로 해석해내고, 경학을 체계화했습니다.

『논어』 태백편에 “민(民)은 (이치)에 따르게 할 수는 있어도 그 원리를 알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民可使由之 不可使知之)”라는 경문이 있습니다. 많은 경학자들은 백성은 부려먹을 수는 있어도 이치의 소이연(所以然)까지를 알게 해줄 수는 없다고 해석하여 백성과 치자의 확연한 구분으로 이해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다산은 왜 공자가 우민정책으로 백성을 낮잡아보는 일을 말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공자가 말한 민(백성)은 모든 백성이 아님을 밝혀냈습니다. 사(士)·농(農)·공(工)·상(商)의 4민 중에서 사(士)를 제외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야 국가의 통치원리까지를 모두 알게 해줄 수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여, 민과 통치자가 계급으로 구별된다고 했던 말이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그런 창의적인 해석으로 공자의 본뜻을 밝혀낸 학자가 다산이었습니다. 『논어』 양화(陽貨)편에서는 “오직 여자와 소인만은 양육하기 어렵나니, 가까이하면 불손하고 멀리하면 원망한다.(唯女子與小人 爲難養也 近之則不孫 遠之則怨)”라는 경문이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남존여비의 공자사상의 맹점으로 여겨 모두의 비난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자를 무시하는 나쁜 사상이라는 비난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산은 여기에서 참으로 창의적인 새로운 해석을 내립니다. 여자(女子)에 대하여 모든 여성이 아니라는 해석으로 새 논리를 찾아냈습니다.

양(養)을 휵(畜)으로 해석하여 길러준다고 여기고, 여자나 소인은 일반 여성이나 벼슬 못하는 소인으로 여기지 않고, 『주역』 돈(遯)괘를 인용하여 “휵신첩 길(畜臣妾 吉)”(『논어고금주』)처럼 공자가 말한 여자와 소인은 신첩, 즉 남왈신 여왈첩(男曰臣 女曰妾)의 뜻을 원용하여 해석을 내렸습니다. 공자가 말한 여자와 소인은 통상의 여자나 소인이 아니라, 하천의 노예와 같은 교양 없고 인격이 얕은 사람을 뜻한다고 한정해서 풀이한 것입니다.

일본의 어떤 작가도 여자와 소인은 “예의범절과 배려의 미덕을 배우지 못하고 제멋대로 자란 사람은 진실한 인간관계를 쌓을 수 없다”(나가오 타케시, 『논어지어(論語之語)』, 유기영 역)라고 해석했음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여자를 하대하고 얕잡아보는 공자라고 그렇게 비난받았는데 다산을 통해, 하천한 여인이나 교양 없는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했는데, 모든 여자는 기르기 어렵다고 해석했으니, 경을 얼마나 잘못 해석하여 긴긴 중세가 지속되게 했다는 것입니다. 다산의 창의적인 경전해석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알게 해주는 내용입니다. 폐첩(嬖妾)·시녀(侍女)·복어(僕御)·근습(近習) 등 하천의 사람을 일반 사람과 구별했음을 이해하면 공자의 말을 바르게 이해하게 됩니다. 공자는 절대로 여성을 하대하지 않았습니다.

*박석무 =(사)다산연구소 이사장/우석대학교 석좌교수/고산서원 원장

저서: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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