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말 호남의병 추모제
■특별기고 -한말 호남의병 추모제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11.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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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균/시인,

고병균/시인, 수필가

제11회 한말 호남의병 추모제에 다녀왔다. 광복회 광주광역시 지부가 주최하고 녹천 고광순 의사 기념사업회가 주관하며 광주광역시와 광주지방보훈청 그리고 담양군이 후원하는 행사였다.

추모제는 2020년 10월 29일(목) 10시 30분에 시작되었다. 녹천 고광순 기념관 안마당에 천막을 치고 그 아래에 의자를 띄엄띄엄 놓고 앉았다. 코로나 방역 지침에 의한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지킨 조치였다. 참석 회원은 대일항쟁기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헌신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및 그 유가족으로 구성된 광복회 회원이 대부분이다. 나는 녹천 고광순 의사 기념사업회 회원의 하나로 참석했다.

행사는 광복회 광주광역시 지부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슴이 울컥해지는 순서가 있었다.

먼저는 식전 행사로 진행된 강의가 그랬다. 강사는 광복회 전 지부장이었는데, 주제는 ‘한말 호남의병사’였다. 특히 녹천 고광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질 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국민의례를 진행하는 중에 감정이 북받쳤다. 애국가를 부를 때에는 목이 메어 소리가 나오지 아니하였고, 묵념하는 순간에도 ‘국가의 고마움을 잊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충의격문을 낭독할 때에는 가슴을 먹먹해졌다. 연사는 독립 유공자의 후손 4사람이었다. 남자 들 여자 둘이 나란히 서서 번갈아가며 낭독했다. 목소리에 힘을 주어가며 낭독했다. 어느 순간 가슴이 울컥해지기도 했다. 격문의 내용을 그대로옮겨 당시의 감흥을 되살려 본다.

오성술 “나라의 흥망이 경각에 이르렀다. 썩은 선비들처럼 글만 읽고 앉아있을 것인가?”

심남일 “맑은 날 맞이하지 못한 채 지하로 들어가니 멍든 피 푸른 반점이 되어 천년은 가리.”.

김태원 “국가의 안위가 경각에 달렸거늘 의기 남아가 죽기를 기다리겠는가? 의에 마땅한 일이니 백성을 구하려 하는 것이지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니네. 전쟁은 죽으려는 것 기꺼이 웃음을 머금고 지하에 가는 것이 옳으니라.”

최익현 “내 머리는 잘라도 내 머리털은 자를 수 없다.”

기삼연 “출사하여 이기지 못하고 먼저 죽으니 일찍이 해를 삼킨 꿈은 헛것인가?”

마지막에는 고광순의 격문을 낭독했다. 네 사람이 한 목소리로 낭독했다.

“왜놈들!
너희들은 내 집안과 나라의 원수다.
내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반드시 너희들의 씨를 말리고 말 것이다.”

‘너희들은 내 집안과 나라의 원수다.’ 이 말을 듣는 순간 ㅍ ㅣ가 거꾸로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 말은 임진왜란 당시 금산 전투에서 순국한 고경명 의병장의 장남 고종후가 한 말이다. 머리가 없는 아버지 고경명과 동생 고인후의 시신을 수습하던 중 한 말이다. 그리고는 스스로 복수장군이 되어 200의병을 이끌고 제2 진주성 싸움에 출전하여 장렬하게 전사했다. 고중후는 김천일, 최경회 등 진주성 싸움의 3장사로 불리운다.

격문 하나하나가 호남의병들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가왔다. 충렬공 고제복(고경명의 호) 선생 종중 도유사가 인도하는 만세 3창을 외쳤다. ‘한말 호남의병 만세!’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 선창에 따라 목소리를 높였고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그래도 일본에 대한 분은 풀리지 않았다.

행사를 마쳤을 때, 녹천 고광순 의사 기념사업회 회장이 요인 몇 분을 모시고 행사장에서 마주 보이는 제각으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호남창의총리, 녹천 고 선생’의 위패를 중심으로 좌로 11위, 우로 11위 총 23위의 위패가 놓여 있는데, 이들은 모두 담양군 출신 서훈자라고 소개했다. 고광순하면 불원복 태극기가 생각난다. 연곡사에서 독립 운동할 때 걸어 놓았던 태극기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고광순은 삼촌뻘 되는 고정주에게 독립자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주는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고는 나락을 100섬 넘게 꺼내 놓았다. 그날 밤 고광순이 이끌고 온 독립운동 대원들이 마당의 나락 50석을 가지고 갔다. 정주는 이렇게 하여 광순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두 집안은 친형제보다 더 다정하게 지낸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려다가 순국한 이들 선열의 숭고한 넋을 기려야 한다. 민족정기를 선양하고 독립정신을 국민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추모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가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 자라나는 세대들까지 동참하는 행사,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자.’고 다짐하는 그런 행사가 된다면 참 좋겠다.

*고병균 = 전남 장흥 출생 시인, 수필가 ▸전직 초등학교 교장/계간 공무원문학 수필 등단(2006년)/계간 동산문학 시 등단(2016)/제8회 가오문학상 수필부문 대상(2016)/일곡도서관 수필쓰기 교실 강사(2018년 이후) ▸저서 : 수필집 ‘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1.2/수필집 ‘소록도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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