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속담 37 -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
■ 농사속담 37 -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0.12.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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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전 장흥군
농업기술센터장

겨울철의 절기(節氣)로는 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대한이 있다. 지난 12월7일이 24절기 중 스물한 번 째인 대설(大雪)이었다. 그럼 대설 앞에 있는 소설(小雪)에 대하여 먼저 알아보면 소설은 이날 보통 첫 눈이 내린다고 하여 소설이라고 하였다.

소설이 지나면 추위가 우리 곁으로 슬슬 찾아온다. 금년에도 다르지 않게 얼굴을 스치어 갔다. 엊그제 지나간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금년 대설에는 많은 눈은 고사하고 우리 장흥지역은 첫눈다운 눈도 아직 내리지 않았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중부지방과 남부 서쪽지방에서는 일부 많은 눈이 내리기도 하였다. 첫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얽힌 다양한 사연들이 있기에 은근히 기다려지는 것은 아닌지 싶다. 왠지 첫눈은 동심을 자극하여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도 첫눈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이 있는 걸 보면 누구나 젊은 날 낭만이 깃든 추억들이 어느 봄날 이른 아침 따스한 햇살에 마을 어귀 둠벙 물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처럼......

금년엔 코로나19로 인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모든 사회생활의 영역에서 제약을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야를 가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고군분투하고 계신 의료진 및 관계자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은 참으로 위대하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이러한 코로나19 위기의 환경 속에서 2020년도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는 신입생, 재학생, 졸업생 모두가 참으로 특이한 학창시절로 기억될 것 같다. 그동안 대면, 비대면 등 다양한 교과과정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여 왔겠지만 잘은 모르겠지만 통상적으로는 이달 말 쯤이면 학생들도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에 겨울방학이 돌아오면 선생님께서 방학 동안에 해야 할 숙제를 많이 내 주시곤 했다. 글짓기, 우표. 상표 등 모으기. 만들기, 그림그리기, 일기쓰기 등 다양한 내용들이었던 같다.

내겐 그 중에서 그림그리기가 참 어려웠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아마도 방학책이란 게 없어졌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때 겨울방학 책 표지에는 겨울에 관련된 눈사람, 썰매, 눈에 수북이 덮인 장독, 눈 덮인 언덕,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초가지붕, 눈 위로 졸랑졸랑 따라오는 강아지 모습 등의 그림들이 많았다. 어린 학생들에게 포근하고 정겹고 차분한 느낌이 주는 정서적인 마음이 흐르도록 해주었던 것 같다. 이런 기억들은 지금 초등학교 학생들에겐 먼 옛날의 동화 속의 얘기로 들릴런지 모른다. 현재 방학 책이 있다면 표지엔 아마도 우주선,반도체, 자동차, 자연환경 등 첨단 산업관련 내용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을지 모른다. 과학문명의 발달과 사회변화 속에서 교육환경도 수시로 변화되어 온 터라 학생들의 사고의 영역은 예전 그 시절 학생들의 의식과는 사뭇 달라졌음은 부인 할 수 없다.

앞서 말 했던 대설의 의미에 어울리지 않게 큰 눈이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는 원래 재래 역법(曆法)의 발상지가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을 기준으로 해서 계절적 특징을 반영하여 만든 절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반드시 이 시기에 적설량(積雪量)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참고로 중국 화북지방은 잘 알려져 있듯이 중국 북부 황허 강 유역의 화베이 대평원을 중심으로 고도가 낮고 비옥한 지방으로 상고시대부터 인구 밀도가 높아 한족문화의 중심지로써 예로부터 농사가 잘 발달된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설이 지난 이곳 장흥지방 들녘은 겨울인데도 겨울이 아닌 것처럼 소먹이용으로 재배하고 있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라는 사료작물과 보리, 밀 등으로 인해 푸르름이 점점 더해 가고 있다. 겨울철에도 이처럼 농업인들을 위해 따뜻함을 안겨주는 이곳은 참으로 포근하고 넉넉한 고장이라고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눈과 관련된 속담으로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의미이다.

한편으로, 24절기 중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동지와 함께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로 우리 농업인들에게 있어서는 일 년을 마무리하면서 이듬해농사를 준비 하는 농한기(農閑期)이기도 하다. 절기마다 뜻이 있는 얘기들이 있어 대설에 대한 얘기를 소개해 드리면 옛 중국에서는 대설로부터 동지까지의 기간을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말후(末候)에는 여지(荔枝: 여주)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어떤 자료를 읽다보니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열두 달에 대한 절기와 농사일 및 풍속을 각각 7언 고시의 형식으로 기록한 19세기 중엽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 11월이라(時維仲冬爲暢月) / 대설과 동지 두 절기 있네(大雪冬至是二節) / 이달에는 호랑이 교미하고 사슴뿔 빠지며(六候虎交麋角解) / 갈단새(산새의 하나) 울지 않고 지렁이는 칩거하며(鶡鴠不鳴蚯蚓結) / 염교(옛날 부추)는 싹이 나고 마른 샘이 움직이니(荔乃挺出水泉動) /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身是雖閒口是累)…(하략)…

기왕 눈에 대한 얘기를 하였으니 일상생활에서 늘 접하고 있는 눈과 관련 된 날씨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일기예보를 듣다보면 눈에 관련된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즉 적설량, 대설주의보, 대설경보 등 알아듣기 힘들 긴 하지만 이런 말이 나오면 눈이 많이 내린다는 말이구나 이해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금년 겨울에 내린 눈은 내년 봄을 맞이하려는 우리 농부들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문헌=農家十二月俗詩, 農家月令歌, 穡經, 韓國歲時風俗硏究 (任東權, 集文堂, 1985), 韓國의 歲時風俗 (金星元, 明文堂, 1987), 한국민족문화대백사전6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조선대세시기Ⅰ(국립민속박물관, 2003)[네이버 지식백과] 대설주의보 [Heavy-snow warning, 大雪注意報]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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