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의 세시풍속-정월의 명절 ‘설’
장흥의 세시풍속-정월의 명절 ‘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1.02.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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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세배 

 

 

양 기 수

설은 음력 정월 초하루를 새해의 첫날로 잡고 이날을 '설' '설날'이라 한다. 시간적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새달의 첫 날을 말하고,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새해 첫 아침을 '원단(元旦)·원조(元朝)·정조(正朝)'라 하고, 설날을 '원일(元日)·원정(元正)·원신(元新)·세수(歲首)·세초(歲初)·연두(年頭)·연수(年首)·연시(年始)'라고도 한다. 이는 한 해의 첫날임을 뜻하는 말이다.

장흥지방에서는 '설' '설날' '정초' '설명흘(‥‥절)'등으로 불리며 ‘음력설’이라고도 한다. 설을 양력 1월1일 신정(新正)의 상대적 개념으로 ‘구정(舊正)’ ‘음력설’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에는 설을 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요즘 달력에는 양력 1월1일을 ‘새해 첫날’, 음력 1월1일은 ‘설날’이라 표기하고 있다..

설이라는 말은 '사린다' '삼가한다(勤愼)'는 뜻이 있어 새해를 맞아 마음의 자세를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설이란 용어를 나이를 헤아리는 말로 해석하기도 한다. 해가 바뀌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첫 날인 ‘설’을 쇨 때마다 한 살 씩 더 먹는다 하여 설을 한 번 쇠면 1년이며, 두 번 쇠면 2년이 되는 이치를 따라 사람의 나이도 ‘한 설’ ‘두 설’하다가 결국 ‘설’이 사람의 나이를 헤아리는 단위로 정착하여 오늘날 ‘살’로 바뀌게 된 것이라 전한다. 이밖에도 설이 새해 첫 달의 첫 날, 그래서 아직 낯설기 때문에 ‘설다’, ‘낯설다’ 등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설이란 말이 설날 이외에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아세(亞歲) 곧, ‘작은 설’이라 불리는 동지(冬至)이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면서 이 또한 우리의 전래풍속이다. 설날 떡국 한 그릇 먹으면 나이 한 살 먹는다고 하듯이 동짓날 팥죽 한 그릇 먹으면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있다. 작은 설로 여기는 까닭은 중국에서 주시대(周代)에 동짓달을 새해 첫 달(歲首)로 하여 십이지(地支)를 자월(子月)로 하였고, 하시대(夏代)에 인월(寅月)인 1월을 새해 첫 달로 사용하여 한시대(漢代) 이후 하(夏)나라의 력(夏曆)을 사용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옛 사람들은 해를 중심으로 한 태양력(太陽曆)이 아닌 사계절의 자연력(自然曆), 곧 우리나라의 제천의식(祭天儀式) 등이 봄과 가을에 신곡(新穀)으로 천신(薦新)하여 고사를 지내어 감사의 뜻을 밝힌 것을 찾아 볼 수 있고, 달을 중심으로 하는 태음력(太陰曆)을 기준으로 삼아 달이 뜨고 지는 시각과 조수간만의 기상변화에 따라 금기(禁忌)와 근신(謹愼)을 생각하여 이를 일력(日曆)으로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태양력의 사용은 1899년(光武1)부터 사용토록 구한말 고종(高宗)이 공포하였으나 오랜 전통에 익은 민가에서는 쉽사리 태양력을 사용할 수 없어 음력을 고수하였다. 더욱이 일제가 국권을 빼앗은 뒤 강압적으로 태양력을 사용토록하자 이에 대한 반발심은 양력에 대한 거부감으로 까지 나타나기까지 했다.

이후 정부가 수립되어 각종 행사를 태양력으로 사용하고 공용화 하면서 양력 1월1일 새해 첫날부터 3일간 공휴일로 지정하여 양력 설을 권장함에 따라 음력의 사용은 쇠퇴해지기는 하였으나, 달과 관계가 깊은 해안지방과 농촌에서의 일상생활이 양력 설이 현실에 부합되지 않아 이중과세(二重過歲) 현상이 일어나자 정부에서 1985년부터 음력 1월1일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공휴일로 하다가 1989년부터 ‘민속의 날’을 ‘설날’로 이름을 바꾸고, 1999년부터 양력 1월1일 하루만을 휴일로 하고, 설날은 3일 연휴(음력 12월 30일부터 음력 1월 2일까지)로 하여 우리의 전통명절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한 해의 첫날이라는 의미는 양력 1월1일이 더 강하여 달력에도 ‘새해 첫날’로 표시하고 있다.

참고로 북한은 새해 첫날인 양력 1월1일을 설날이라 부르며 중요한 명절로 기념하고, 전통을 중시하기 위해 1967년부터 우리의 설인 음력 1월1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양력 1월1일과 음력 1월 1일을 모두 명절로써 기념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양력 1월1일 공식적인 새해 첫날로 간주하고 원단(元旦)이라고 부르고, 음력 1월1일은 전통적인 명절로 간주하여 ‘춘절(春節, 農曆新年/ 춘지에, 농리신지엔)이라고 부르며 가장 큰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일본의 설(正月/ 쇼가쓰)은 양력 1월1일로 하며, 설날을 일본의 연중 최대 명절로 친다. 이는 서양의 설이 양력 1월1일인 점을 그대로 답습한 메이지 유신에 따른 것이다.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음력 1월 1일이었다.

세시의례(歲時儀禮)

• 차례 : 설날 아침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낸다. 장흥지방에서는 평시 흩어져 생활하던 자손들이 장손댁(長孫宅)으로 모여 지낸다. 차례는 사당이 있는 집안에서는 사당에 음식을 차려 지내고, 사당이 없는 집은 대청마루를 깨끗이 청소하고 북향으로 병풍을 둘러치고 지낸다. 이때 신위(神位)는 고조부모부터 부모까지 4대를 모시나 각 가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차례 음식은 술과 떡 그리고 각종 반찬을 올리나 뫼(밥)를 쓰지 않고 떡국을 올린다. 장흥의 농촌지방에서는 조상숭배의 차례 외에 가택신(家宅神)이나 마굿간에도 상을 차려 놓는다. 상업을 하는 사람은 가게나 창고 또는 사무실 등에도 상을 차려 놓기도 한다. 조상의 차례상 외의 상차림에는 가족 모두가 참여하지 않고 가정의 대표자가 술만을 따르고 재배(再拜)를 하면, 할머니나 부녀자들이 손을 비비며 가택신(家宅神)에게 가정의 안녕을 빌고 풍농을 기원한다. 어촌마을에서 배(船)를 가진 집에서는 배에다 상을 차려놓고 지낸다. 이를 '뱃고사 지낸다'고 한다. 뱃고사를 지낼 때에도 농가에서나 상가에서 지낼 때처럼 지내나 여기서의 기원은 풍어와 조난을 막아 달라고 기원한다.

이러한 차례는 정성을 드려 차려야 하기 때문에 주변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 가정마다 설 전날 대청소를 하며 정리정돈을 한다. 설에 쓰일 물은 새벽 일찍 길러 오거나 전날 별도로 길러 사용하지 않고 깨끗하게 보관하였다가 설날 아침에 사용한다.

• 설빔 : 설날 아침은 집안의 가족 모두가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평일보다 더욱 단장을 하여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를 설빔이라 한다. 이는 새롭고 깨끗한 마음과 새로운 차림으로 한해를 맞기 위해서이다. 이때 어른들은 흰색 한복을 입고 어린이들은 색동옷을 입는다. 설날 입은 옷은 대체로 보름날까지 입었다. 요즈음 설빔으로 입는 옷은 이미 마련된 기성복을 시장이나 상점에서 구입하여 입고 한복 아닌 양복류를 주로 입고 있으나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각 가정에서 옷감을 구입하여 집에서 만들어 입었다. 이 때문에 어머니들은 어린이나 가족들의 설빔준비를 위해 몇 달 전부터 바느질을 했었고, 설이 가까울 무렵까지 설빔준비를 하지 못한 가정에서는 밤 세워 설빔을 만들었다. 이때 설빔을 만들기 위해 부녀자들은 솜씨 좋은 부녀자들에게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일정한 곳에 모여 정보교환이나 서로 노래를 조용히 부르면서 밤새워 만들었다.

• 세배(歲拜) : 설날 아침 차례가 끝나면 부모를 비롯 웃어른에게 새해인사를 드리는 것을 세배라 한다. 세배는 이웃의 어른이나 친구들 사이에도 한다. 상묘(喪廟)가 있는 집안을 방문하여 세배를 드릴 때에도 상묘에도 예(禮)를 드린다. 세배는 보름날까지 하러 다녔다.

장흥에서는 시대의 변천으로 마을에 따라 동네 회관 등에서 공동으로 음식을 마련하여 차린 후 웃어른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합동세배를 올리는 곳도 있다. 또한 장흥군번영회와 각 기관단체에서는 비록 일력에 맞추어 행하기는 하나 신년 시무식(始務式)과 함께 신년교례회(新年交禮會)라 하여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고 새해 군정에 따른 업무를 꾸려 나가는데 힘을 합하여 열심히 일해 가자는 다짐을 하고 있다. 세배를 할 수 없는 원거리에 있을 때에는 연하장을 보내어 세배를 대신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휴대전화의의 발달로 연하장 대신하여 영상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남겨 새배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 덕담(德談)과 세뱃돈 : 덕담은 세배를 하는 사람이나 세배를 받는 사람 모두가 잘 되기를 비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이때 세배를 받는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주는 돈을 '세뱃돈' 또는 '복돈'이라 한다.

덕담의 유래는 일반 가정에서 아침에 맨 먼저 들리는 소리나 길에 나가 맨 먼저 듣는 소리가 좋아야 그 날 재수가 좋다고 생각했다. 새해를 맞아 첫 번째 듣는 소리가 좋아야 그 해에 재수가 좋다하여 약간의 실책에도 설날은 욕설을 하지 않고 서로서로 덕담을 하던 것이 그대로 전해져 온 것이다. 덕담은 앞으로 잘 되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미래에 이루어야 할 것을 그렇게 되어진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예컨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금년엔 가내 두루 평안하십시오'등의 인사말을 드리거나 '금년엔 아들 손자를 보았다지요.'등의 인사말과 절을 드리면, '새해에도 건강해야지?' '어른들 모시고 설 잘 쇠었냐?'등의 덕담이나 '금년엔 새색시를 얻었다면서?' '올엔 학교에서 1등 했다면서'등의 덕담을 한다. 또 찾아가서 세배를 하고 덕담을 할 수 없는 형편일 때는 대신 사람을 보내어 덕담을 전하기도 하며 연하장에 세배를 겸한 덕담을 넣어 보내기도 한다.

. • 성묘(省墓) :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는 것처럼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살피는 것을 말한다. 이때의 성묘는 가장 윗대의 산소로부터 차례로 하고 차려 놓은 음식은 산소 주변에 뿌려 주며 일부는 성묘를 간 일행이 나누어 먹는데 먹고 남은 음식을 집으로 다시 가져오지 않는다. 또한 한 곳에서 사용했던 술이나 음식을 다른 산소에서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 정초휴가와 근친(覲親) : 설을 맞이하면 세배와 성묘를 하고 새해 설계를 위하여 보통 3∼4일간 쉰다. 농가에서는 일손을 놓고 보름까지 쉬며 상점에서는 약 3일 정도 개점하지 않고 어가에서도 출항하지 않는다. 일반 관공서에서도 정초에 휴가를 주어 쉬도록 하였다.

예전에 장흥지방에서는 설이 돌아오면 머슴살이하는 이에게 과세를 할 수 있는 진설물(陳設物)의 일부를 싸 보내어 지내도록 하고, 시집 와서 혼가(婚家)에서 지내는 며느리들에게 틈을 보아 친정 부모들을 뵈러 가게 하는데 이를 '근친간다'고 한다. 근친을 가면 친정의 부모 형제와 만나 화목을 꾀하고 헤어졌던 처녀 때의 친구들과도 만나 옛정을 나누었다. 또한 시가로 돌아올 때는 이바지라 하여 떡이나 술등을 선물로 보내어 사돈간 서로의 새해 안부와 정을 전하여 왔다.

시식(時食)

• 떡국 : 설에 먹는 시절(時節) 음식을 ‘설음식'이라 한다. 설음식은 각 가정마다 형편에 따라 장만 하지만 필수적으로 떡국을 만들어 먹는다. 설날 아침 누구나 이를 대용식으로 하고 떡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때 한 그릇 정도는 먹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고 이를 먹어야 비로소 나이를 한 살씩 더 먹는 다고 한다.

떡국을 만드는 데는 먼저 가래떡을 만든다. 이 가래떡을 장흥지방에서는 대떡·흰떡·긴떡·떡국떡·자지떡·좌떡등 여러 가지로 불리는데 이는 그 떡의 모양이 대(竹)처럼 길고 둥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 가래떡이 어느 정도 단단해지면 이를 엽전 모양이나 대잎(竹葉)모양으로 '떡국건지'(떡국새미)를 만든다. 이 떡국건지를 장국에 넣어 익힌 국을 말한다. 이 떡국에는 꿩고기를 썼으나 지금은 닭고기나 쇠고기로 대신 하는가하면, 구미를 맞추기 위해 쇠고기, 닭고기, 조갯살, 석화, 달걀 등을 넣어 끓이기도 하고, 식성과 형편에 따라 김 가루를 넣기도 한다. 속담에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 됐다.

• 설 반찬과 세주(歲酒) : 설에는 설음식의 찬(饌)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류와 봄 여름 가을에 준비해 두었던 마른 나물로 토란대 고사리 고구마순 무말랭이 등을 쓰며 콩나물이나 녹두나물을 직접 농가에서 길러 쓰기도 한다. 요즈음은 농가에서도 콩나물 등을 시장에서 사다 쓰는 관계로 콩나물 등을 기르는 것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또한 어류를 해안지방에서는 말린 고기를 내륙에서는 생어물을 사용하는데 이는 준비하는데 정성을 다하여 준비해야 한다는데 뜻이 있다. 어떤 음식이든 간에 차례 음식을 만들 때에는 정결하게 하고자 맛을 보지 않으며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차례를 지낸 후 다시 조리를 하여 먹는 경우가 많다.

설에는 '세주(歲酒)'라 하여 가정에서 술을 직접 담가 빚어서 쓰는데 술을 담그면 청주(淸酒)로써 차례를 지내고 세배 온 손님에게 대접한다. 이때의 세주는 부정함을 소독하고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한다는 뜻에서 차게 마신다.

• 설떡 : 설에는 설찬과 세주 외에 '인절미' '시리떡(시루떡)' '쑥떡'등의 떡을 만들어 먹는다. 이중 '시리떡'은 조상에게 올리는 '예물(禮物)떡'이라 하며 인절미는 명절 떡으로 특별하게 준비하여 오랫동안 먹는데 겨울철에 '조청'에 발라먹기도 하며 화롯불에 구어 별미로 느끼기도 한다.

속신(俗信)

• 복(福)조리 걸기 : 섣달 그믐달 자정이 넘으면 조리장수가 조리를 팔러 다니는데 이를 '복조리'라 한다. 이때 조리는 일년동안 쓸 수 있는 것을 사는데 남보다 먼저 사야 좋다고 한다. 이러한 풍속은 언제부터 전해 왔는지 알 수는 없으나 설날 사놓은 조리는 안방의 문 위에 걸어 둔다. 또한 여기에 엿이나 동전 등을 담아 둔다. 이는 조리에 복과 돈만을 걸러 들인다는 뜻으로 엿을 담아 두면 복이 걸러져 엿에 붙어 달아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 하며 정월 보름에도 이를 행하는 가정도 있다.

• 매굿(埋鬼)치기 : 대개 정월 2~3월일부터 15일 보름까지 농악꾼들이 농악을 하며 마을을 한바퀴 돌고 각 집에 다니는 것을 말한다. 이를 마을에 따라 '걸궁' '마당밝기' '매굿' '농악'등으로 불리 운다. 이는 마을내의 악귀를 제압하고 각 가정의 악귀를 제압하여 복을 불러드린다고 한다. 이때 농악꾼 중 상쇠가 '매귀여!'하고 소리치면 농악꾼 전원이 '어이!'하고 대답하며 포수는 악귀가 붙어 있다는 곳을 골고루 찾아다며 정제(부엌)구석 네 구석 방구석도 네 구석 말래(마루) 구석도 네 구석 잡귀 잡신 다 쳐내고 명(命)과복(福)을 받아 드리세!'하고 외치며 잡귀와 잡신을 제압하는 행위를 한다. 그러면 매굿을 하는 집안에서는 농악꾼에게 '세주'와'세찬'을 대접하고 쌀 등을 주어 그들을 격려한다. 이때 샘이나 거리에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을 찾아가 매굿을 하기도 하고, 당산굿들을 겸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과 곡물로 마을 공동기금으로 삼아 마을복지기금이나 공동자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 삼재 (三災) : 삼재란 '수재(水災)-화재(火災)-풍재(風災)'를 뜻하기도 하고 '징집난(兵難)․병난(病難)․기근(饑饉)'을 뜻하기도 한다. 삼재는 사(巳), 유(酉),축(丑)이 든 해에 태어난 사람은 해(亥), 자(子), 축(丑)이 되는 해에 신(申), 자(子), 진(辰)이 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사(巳), 오(午), 미(未)에 각각 삼재가 든다고 한다. 따라서 9년마다 들고 삼재가 든 3년은 매사에 삼가야 한다고 한다. 또한 삼재 년에 든 사람은 그 해의 액을 쫓고 삼재를 피하기 위해 문설주에 세 마리의 매를 그려 붙이거나 한문으로 수(水)자와 화(火)자를 거꾸로 맞붙여 써서 방의 네 구석에 붙이거나 호랑이 그림이나 부적을 큰 방위에 붙여 액막이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운을 당하게 된다고 전한다.

운세(運勢)보기

• 토정비결(土亭秘訣) : 토정 이지함(土亭 李之函, 1517∼1578이 지은 책으로 낳은 해와 달과 일을 숫자로 따져 그 해의 신수를 풀어 운수를 점치는 것이다. 이는 정초에 쉬면서 행하여지는 것으로 현재까지 많이 행하여진다. 보는 방법은 먼저 태세수(太歲數:낳은 해의 숫자)를 곱하여 8호 나누어 나머지가 첫 쾌가 되며 나머지가 없으면 8자 숫자를 정하고, 다음으로 나은 달이 크면 30, 작으면 29에다 월건(月建:낳은 달의 숫자)을 합한 후 6으로 나누어 나머지 숫자를 중쾌로 한다. 6으로 나누어 나머지가 없을 때는 6으로 중쾌를 정한다. 다음은 생일의 숫자에 그날 일진(日辰:낳은 날의 숫자)을 곱하여 3으로 나누어 나머지로 쾌로하되 나머지가 없으면 3으로 하여 그 숫자를 가지고 일년의 길흉(吉凶)을 점친다.

• 윷점 : 윷을 던져 나온 쾌로 그 해의 운수를 점쳐보는 방법으로 남녀 또는 마을 단위로 편을 갈라 윷놀이의 승부에 따라 풍흉을 점치는 농사점과 개인 윷점으로 재미삼아 윷을 던져서 나오는 말로 자신의 운수를 점치는 것이다. 세 번 윷을 던져서 쾌를 만들고 그에 따르는 풀이가 자신의 한해 운을 가르킨다. 쾌는 도가 1, 개가 2, 걸이 3, 윷과 모는 4로 보며 던진 순서에 따라 숫자를 나열하면 자신의 쾌가 된다. 예로서 첫 번째에 개, 두 번째에 걸, 세 번째에 모가 나오면 점쾌는 2, 3, 4가 되므로 1, 1, 1에서 4, 4, 4까지의 64쾌에서 찾아보는 것이다. 윷을 만들기가 힘들 때는 콩쪼각을 윷을 대용하여 쓴다. 이를 콩윷이라고도 한다. 각 쾌의 풀이는 지면상 생략하였다.

• 일기점 : 일기점은 설날 아침 날씨를 보아 그 해의 풍흉(豊凶)을 점치는 것으로 일기점(日氣占)·날씨점·천기점(天氣占)이라고도 한다. 이는 구름과 바람의 상태를 보아 운세를 알아본다. 바람이 없이 구름이 누르스름하게 보이거나 맑으면 그 해 풍년이 들고, 빨간빛을 띠면 가물고 푸른빛을 띠면 바람의 해를 당한다고 한다. 농촌에서는 바람이 북풍이면 좋다고 하고 어촌에서는 남풍이면 좋다고 한다.

• 짐승 기동(起動)점 : 정초 새벽 일찍 짐승의 움직임을 보고 한해의 농사에 풍흉을 알아보는 ‘운세보기’다. 소가 일찍 기동하거나 지저귀면 그 해 바람으로 농사를 망치게 되며 병(病)이 흔하다 한다.

• 정초 파래보기 : 바닷가의 얕은 곳에서 사는 일종의 바다 풀을 ‘파래(포래)’라 하는데 이의 생육상태를 보고 운세를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파래가 새파랗게 많이 자라있으면 그 해 바닷가에 바람이 많이 불어 어장을 망치게 된다고 한다.

• 첫 조금비 : 매월 8일과 23일을 조금이라 하는데 조수(潮水)가 가장 낮은 날이다. 조금날 비가 오는 것으로 운세를 보는데, 주로 염전을 가진 어가에서 보아왔으나 장흥지방에서는 염전이 없어져 이러한 것이 옛날에는 있었다고 전해 오고 있다. 이날 비가 오면 연중 소금 생산에 차질이 있다고 한다.

일진(日辰)과 날짜에 대한 속신(俗信)

설날로부터 12일 동안 일진(日辰)에 따른 각 날을 상일(上日)로 하여 재액(災厄)을 예방하고 행동을 삼가 하여야 한다. 우리민속에서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간지(干支)에 의하여 나날이 日辰을 지키고 있다. '간지(干支)'라 함은 甲, 乙, 丙, 丁 戊, 己, 庚, 辛 壬, 癸의 10간과 子, 丑, 寅, 卯, 辰, 巳, 午, 未, 申, 酉, 戌, 亥의 12가지를 말한다. 전자를 천간(天干)이라 하고 후자를 지지(地支)라 한다. 지지(地支) 열 두개의 한자는 각각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염소, 원숭이, 닭, 개, 돼지를 뜻한다. 그리고 그 해의 처음에 오는 날을 상일(上日)이라 한다. 이러한 짐승의 날이 언제 오는가에 따라 속신이 있는데 장흥지역을 중심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 쥐날 : 정월의 첫째 자(子)일로 상자일(上子日)이라 하며 쥐날이라 한다. 이 날은 모든 일을 물리치고 쉬어야하며 이날 일을 하면 손가락에 상처를 입는다고 믿는 마을도 있다. 이날 쥐를 잡지 않으면 쥐가 많아져 쥐의 피해가 심하다고 하여 쥐를 잡기 위해 들에 나가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우는 마을도 있다. 또한 이날 쥐가 번성하지 않게 하기 위해 검고 작은 콩을 볶아 주머니 속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 날 불을 켜면 쥐의 눈이 밝아져서 곡식을 축내며 물건을 잘 쪼아 쥐의 피해가 심하다 하여 불을 켜지 않았다고 전한다.

• 소날 : 정월의 첫째 축(丑)일로 상축(上丑日)이라 하며 소날이라 한다. 이 날은 소에게 콩이나 나물을 삶아 먹이면 소가 튼튼하게 지낸다하여 크게 대접하며 바느질과 칼질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소가 잘룩 거린다 한다. 그리고 이 날 연장을 만지면 쟁기나 보습이 부러진다 하며 곡식을 집밖으로 내면 그 해 소가 힘을 쓰지 못하고 죽는다고 전한다. 또한 이 날은 먼 길을 떠나도 탈이 없다하여 이날을 골라 떠나기도 한다.

• 범날 : 정월의 첫째 인(寅)일로 '상인일(上寅日)'이라 하며 '범날' 또는 '호랑이날'이라 한다. 이 날 밖에 나다니면 호랑이에게 물려 간다하여 밖에 나가지 않고 쉬었다 한다. 특히 남의 집에 가서 대소변을 보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힌다고 전한다. 그러나 상점을 보는 집에서는 이날부터 문을 열어 장사를 하면 장사가 잘된다고 하고 어촌마을에서도 호랑이는 활동성이 있기 때문에 좋은 날이라 하여 출항(出航)을 한다.

• 토끼날 : 정월의 첫째 묘(卯)일로 '상묘일(上卯日)'이라 하며 '토끼날'또는 '톳날'이라 한다. 이 날은 집안의 어른이 일찍 일어나 대문을 열면 가운(家運)이 왕성해 진다고 한다. 집안의 어른이 없으면 어린이라도 남자가 열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이날 실을 짜서 주머니 끝에 달거나 옷고름에 차고 다니면 수명이 길어진다고 하고 베를 짜서 옷을 지어 입으면 오래 산다고 한다. 어촌마을에서는 토끼는 촐랑거리는 방정맞은 짐승이라 하여 출항(出航)하지 않는다고 한다.

• 용날 : 정월의 첫째 진(辰)일로 '상진일(上辰日)'이라 하며 '용날'이라 한다. 이 날은 공동 샘에서 물을 긷지 않는다 한다. 이날 물을 긷게 되면 농사철에 장마가 들고 특히 보리 수확할 때 비가 와서 망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날은 긴 실이나 긴 물건을 다루지 않고 머리를 감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이날 머리를 감거나 긴 물건 등을 만지면 용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며 그 해 뱀이 많이 나온다고 전한다.

• 뱀날 : 정월의 첫째 사(巳)일로 '상사일(上巳日)'이라 하며 '뱀날'이라 한다. 이날도 용날처럼 물을 긷지 않고 머리를 감거나 긴 물건을 만지지 않았다 한다. 특히 빨래를 안 널어야 하고 불을 피울 때 쓰는 땔감을 옮기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이 날 빨래를 널거나 땔감을 옮기면 그러한 곳에서 뱀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날은 뱀을 몰아내는 방법으로 집안 구석구석에 글씨를 써 붙인다. 이를 '뱀 입춘을 써 붙인다'고 한다. 뱀 입춘은 하얀 종이(3×2㎝)에 백룡(白龍)·청룡(靑龍)·흑룡(黑龍)·적룡(赤龍) 또는 적제자(赤帝子)·패왕검(霸王劍)이라 쓴다.

• 말날 : 정월의 첫째 오(午)일로 '상오일(上午日)'이라 하며 '말날'이라 한다. 이 날은 말을 부리지 않고 쉬게 하였다 한다. 또한 이날 먼 길을 떠나면 좋다하여 이날을 골라 떠났다고 전한다.

• 염소날 : 정월의 첫째 미(未)일로 '상미일(上未日)'이라 하여 '염소날'이라 한다. 이 날은 어떠한 일을 하여도 아무런 해가 없다고 전한다.

• 원숭이날 : 정월의 첫째 신(申)일로 '상신일(上申日)'이라 하며 '원숭이날' '잔나비날'이라 한다. 이 날은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일어나 방과 부엌, 마당 등의 구석구석을 쓸면 잡귀가 물러간다 하여 남자가 청소를 했다 한다. 또한 이날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하여 칼을 만지는 것을 삼가 했다고 전한다.

• 닭날 : 정월의 첫째 유(酉)일로 '상유일(上酉日)'이라 하며 '닭날'이라 한다. 이날은 밖에 곡식을 내다 널지 않고 빨래도 널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 개날 : 정월의 첫째 술(戌)일로 ‘상술일(上戌日)이라 하며 ’개날‘이라고 한다. 이날 풀(糊)을 쓰면 개에게 병이 생긴다 하고 이날 밭일을 하면 개가 밭을 망친다 한다. 이 날은 남의 집 머슴으로 살기로 한 사람이 주인집에 들어가면 일년내내 아무런 탈이 없다고 하고, 이날 논과 밭에 두엄을 내면 곡식의 알곡이 충실해져 많은 수확을 거둔다고 전한다.

• 돼지날 : 정월의 첫째 해(亥)일로 '상해일(上亥日)'이라 하며 '돼지날'이라 한다. 이 날 바느질을 하면 손이 아리고 머리를 빗으면 풍기(風氣)가 든다 하여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콩을 물에 담가 두었다가 그 물에 세수를 하면 얼굴과 피부가 희어지고 고와진다고 전한다.

• 패일(敗日)과 삼패일(三敗日) : 정월 5일을 '패일(敗日)'이라 하며 5일, 14일, 24일을 가리켜 '삼패일(三敗日)'이라 한다. 패일엔 액(厄)이 있어 불길한 날로 밖의 출입을 하지 않았다 한다. 삼패일에는 어떠한 일도 조심하여야 하므로 부녀자들의 바느질까지도 삼가 했다고 전한다.

• 인일(人日) : 정월의 첫 7일을 '인일(人日)'이라 하는데 이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특별히 과거를 보는 날이 많아 명절(名節)이라 한다. 이 날을 뜻을 같이 하던 친구들과 주연(酒宴:술잔치)을 하였다. 장흥지방에서는 지지제 이상계(止止齋 李商啓)가 지은 '인일가(人日歌)'가 현재까지 전해 오고 있다.

※ 본 세시풍속기는 필자가 1985∼1987년도 장흥군내 각 노인정을 순방하여 어르신들을 만나보고 세시풍속과 관련된 현장을 방문 취재하여 기록한 글이다. (市隱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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