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행/장흥소방서 관산119안전센터 소방교

화재 사고 중 자동차 화재는 평균 매일 13건씩 발생하는 등 위험도가 높아 소방청은 계속해서 ‘1차량 1소화기 갖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 대부분이 차량용 소화기를 구비하지 않는 등 자동차 화재에 대한 안전의식이 낮은 편이다.

매일 13건씩 발생하는 차량 화재, 5인승 차량 비중 커=2009~2018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자동차 화재 발생 건수는 약 4888건에 달한다. 전국에서 하루에 약 13건 정도의 차량 화재 사고가 일어나는 셈인데, 이 중 5인승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7.1%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는 “차량화재는 승차정원과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규정상 소화기 설치의무를 7인승 이상인 자동차로 제한하고 있어 5인승 차량 화재발생 시 초기대응을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57조’(소화설비)에 따르면 기존에는 '정원 7인 이상의 승용차에 소화기 1개 이상을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지만, 지난 5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와 소방청이 마련한 ‘자동차 화재대비 안전관리 강화방안’으로 5인승을 포함한 모든 승용차에 차량용 소화기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차량용 소화기를 비치하면 내 차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의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차량용 소화기, 일반 소화기와 다르다?=차량용 소화기는 차량 화재에 특화돼있다. 자동차용 소화기 성능 검사에서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용기 상단에 ‘자동차 겸용’이라 표시된 것을 구매하면 된다. 또 차량 종류나 탑승 인원에 따라 ‘능력단위’, 비치 수량이 다르기 때문에 구입 전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5인승 이상 승용차와 경형 승합차는 능력단위1 이상 소화기 1개 ▲15인승 이하 승합차는 능력단위2 이상 소화기 1개 또는 능력단위1 이상 소화기 2개 ▲16~35인 승합차는 능력단위2 이상 소화기 2개 ▲36인승 이상 승합차는 능력단위3 이상 소화기 1개 및 능력단위2 이상 소화기 1개

차량용 소화기는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내용물이 새지 않고 용기가 파손·변형되지 않은 제품으로 선택하면 된다. 차량용 분말소화기, 할로겐 화물소화기, 이산화탄소소화기, 강화액소화기, 포소화기 등 5가지다. 대부분 차량용 분말소화기를 사용하며 일반 분말소화기나 에어로졸식 소화용구는 차량용 소화기로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차량용 소화기 어디에 놔야 할까? =차량용 소화기를 트렁크에 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긴급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차량용 소화기는 반드시 운전자의 손이 닿는 위치에 둬야 한다. 승용차의 경우 운전자가 손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는 곳에 둬야 하므로 운전석이나 조수석 시트 아래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승합차는 탑승자 및 동승자가 쉽게 찾아 사용할 수 있는 곳 즉, 운전석 시트 뒤나 차량 문 옆, 시트 아래가 적합하다. 자동차의 흔들림에 대비해 소화기를 고정할 만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차량 화재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할까? =자동차에 이상 징후가 보이면 우선 히터, 에어컨을 끄고 정차한 후 시동을 꺼야 한다. 엔진룸에서 차량 내부로 불길이 퍼지기까지 불과 5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신속하게 차에서 내려야 한다. 이후 119 신고를 마치면 차량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한다. 화재 규모가 크거나 보닛 밖으로 불길이 새어 나온다면 무리하게 소화하는 대신 멀리 떨어진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화재초기에 소화기는 소방차 한대의 역할을 한다. 소화기 비치로 차량 화재에 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