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속담40 - “내 더위 사가라”
■ 농사속담40 - “내 더위 사가라”
  • 장흥투데이
  • 승인 2021.03.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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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이영민

이영민/ 전 장흥군농업기술센터장

2021년 2월 26일 아침, 새벽녘에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엉겁결에 전화기를 들어보니 절친한 친구 이름이 떴다. 이른 아침에 무슨 일일까 하고 급하게 어! 일찍이 으짠일인가? 하고 여쭈니까 친구가 갑자기 어야! 하고 불렀다. 그래서 내가 왜? 하니까 “내독”하고서는 껄껄대고 박장대소하면서 죽는다고 웃어 됐다. 뭐라도 크게 성취한 듯한 느낌을 가진 것 같았다. 뒤 늦게야 난 아차하고 오늘이 정월대보름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나서 아이쿠 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왜 내가 몰랐으까 하면서도 왠지 참 우스웠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른 아침에 어린 시절을 느껴보는 정감이라서 인지 모르지만 그냥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 새벽에 전화를 해서 내독 하고 짓궂게 아침을 알려주는 친구가 있어서 인지 싫기는커녕 난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금년 정월 대보름 아침은 밝아 왔다.

“내 더위 사가라”라고 하는 것은 정월 대보름날 풍습의 하나다 매서라고도 한다. 정월 대보름 이른 아침에 친구 이름을 부르고 친구가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라고 외쳐 대답을 한 사람에게 금년 내 더위를 파는 풍습이다. 이는 더위에 들어 몸이 상하는 것을 예방하는 주술적 의미를 놀이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내독”이란 표현은 어려서부터 살고 있는 우리 지역의 “내 더위 사가라”라는 말을 줄여서 구전되서 내려오는 방언인 것 같다.

이러한 정월 대보름에 대한 유래를 여러 자료를 통해 알아보면 “정월 대보름에 대한 기록이 최초로 나타난 것은 <삼국유사(三國遺事)>권 1 <기이(紀異)> 편이다. 신라의 21대 왕인 소지왕(炤知王)이 정월 보름을 맞아 경주 남산의 천천정(天泉亭)에서 산책을 하는 중에 쥐와 까마귀가 왕에게 다가왔다. 쥐가 사람처럼 소지왕에게 말하되, 까마귀를 좇아 가보라고 하였다. 병사를 시켜 까마귀를 따라가니 한 노인이 나타나 왕에게 올릴 글을 바쳤는데, 봉투에 이 봉투를 열어 보면 두 사람이 죽고, 안 열어보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씌어 있었다. 한 신하가 소지왕에게 두 사람은 서민이요 한 사람은 소지왕을 뜻하니 열어보라고 권했다.

정월 대보름은 전통풍속으로 전해 내려오는 몇 안 되는 명절 중에 하나다. 오래 전에는 농경사회라서 전통적으로 농사의 시작일이라 하여 매우 큰 명절로 여겼다. 정월대보름의 음식으로는 오곡밥과 같은 절식을 지어 먹었는데 이것은 그해의 곡식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농부들이 지은 곡식을 종류별로 넣어서 오곡밥을 지었다. 이 오곡밥은 풍년농사를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농사밥 또는 대보름에 먹는다고 해서 보름밥이라고도 했다,

또한 보름나물(진채)이 있다. 진채는 묵은 나물이라는 뜻으로 버섯, 오이, 가지껍질, 박, 무잎 등과 같은 각종 채소를 말려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풍속을 잘 기술해 놓은 “동국세시기”에 “정월대보름에 진채를 삶아서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 라고 보름나물을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부럼깨기·부럼깨물기라고 하여 한 해 동안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치아를 튼튼하게 기원한다는 뜻으로 호두, 은행, 날밤, 잣, 등 껍질이 딱딱한 견과류를 정월대보름 날 아침에 어금니로 깨물어 먹는 등 다양한 풍습들이 있다.

한편 정월 대보름의 의례와 풍속 놀이로는 마을 공동체의 제사. 달맞이, 달집태우기, 지신밟기와 쥐불놀이 등의 전통행사가 있다. 지방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 대보름날 자정을 전후로 마을의 풍요와 평안을 비는 지역공동체적 의례인 마을 제사인 당산제, 동제, 당제 등을 지냈으며 지금까지도 일부지방 마을에서는 제사를 지내는 곳이 있다. 즉 새해 첫날인 설 명절에 각 가정 단위로 제사를 지내고 가족 간의 행사를 치루었다면, 정월 대보름의 제사는 가정 단위가 아니라 마을 단위로 이루어졌다. 마을 공동체의 제사인 동제(洞祭)나 의례의 명칭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주민들의 화합을 다지는 행사의 의미가 있었다. 제사의 형태는 제관이 축문을 읽는 유교적인 방식이 많지만, 토테미즘과 같은 무속 민간신앙이 결합하여 굿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달맞이란 정월 대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속으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달맞이라고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길하다”라고 한다. 따라서 남보다 먼저 보름달을 보기 위해 앞 다투어 산에 올라 달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보름날 밤에 뒷동산에 올라가 달맞이를 하며 소원 성취를 빌고 1년 농사를 점치기도 한다. 달빛이 희면 많은 비가 내리고 붉으면 가뭄이 들며, 달빛이 진하면 풍년이 오고 흐리면 흉년이 든다고 하였다. 달집태우기는 나뭇가지를 쌓아 달집을 짓고 정월 대보름달이 떠오르면 불을 놓아 활활 타게하여 질병과 근심 없는 밝은 한해를 기원하는 풍습이다. 쥐불놀이는 달집에 불을 붙이는 달집태우기를 시작으로 횃불을 이용해 논두렁, 밭두렁에 불을 놓아 태워서 쥐를 잡는 풍습이다 쥐불놀이는 잡초를 태우는 동시에 각종 해충이나 잡초 등을 태워 한 해 동안 병충해 및 쥐 피해를 막고 태우고 남은 재는 논밭의 거름으로 쓰기도 했다.

쥐불놀이는 긴 줄을 매단 깡통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어 그 안에 불쏘시게 등을 넣어 불을 붙여 동그랗게 빙빙 돌려 논. 밭두렁에 불을 붙이는 식으로 하고 옆 인근 마을과 세를 과시하며 불 싸움을 아래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쥐불놀이는 지금은 산불예방등 화재의 위험성이 있어 정부차원에서 금지되어 버렸다.

금년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면서 다시금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최첨단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을 새삼 느껴본다.

*참고문헌=韓國의歲時風俗(金星元,明1987) / 韓國民族文化大百科事典 6 (韓國情神文化硏究院, 1991)[다음 百科事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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