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특별기고 -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 장흥투데이
  • 승인 2021.03.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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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

송재소/성균관대 명예교수

얼마 전 라종일 교수님을 만난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받았다. 라 교수 외 5인이 공동 집필한 한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이란 책인데, 우리나라에 박수 받으며 퇴임하는 대통령이 한 명도 없었던 현실을 늘 안타깝게 여겨왔던 터라 퍽 흥미 있게 읽었다. 이 책은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했던 원인을 외교, 언론, 정치구조, 리더십 등 다방면에 걸쳐서 분석해 놓았다. 그 중에서 라종일 교수의 다음과 같은 진술이 눈길을 끈다.

정해진 임기 동안 한시적인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은 과거의 업적을 이어받아 좋은 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다른 한편 잘못된 점을 시정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합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까지는 아예 원칙을 무시한 권위주의 시절이었지만 문민정부 이래의 대통령들도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그 주된 이유가 제왕적 대통령제와 5년 단임제에 있다는 것이 라 교수의 견해이다.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에서 대통령은 그 권한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도 “대권을 잡아 세상을 확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왕조시대의 군왕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모든 정책을 결정하고 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의 장관들은 하달된 정책을 집행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제왕적 대통령의 말로-‘홀로 광야를 헤매는 리어왕’

5년 임기동안 “세상을 확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에도 이를 밀어 붙이는 데에 따른 무리수, 이를 틈탄 측근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 패거리 정치, 연고주의, 지역주의, 학벌주의 등의 폐해가 쌓인 결과 임기 말에는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져 대통령이 소속 정당을 탈당하거나 당적을 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보아왔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당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여 “홀로 광야를 헤매는 ‘리어왕’의 신세와 다를 바 없게 된다.”(허태희 교수의 글)

그리고 이 가련한 리어왕은 재임 시절 자신이 그랬듯이 후임 대통령에 의해 무자비한 징벌을 받는다. 제왕으로 군림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여 “자기편 잘못은 괜찮은 것이어서 어떤 경우라도 감싸야 하고, 상대방의 경우는 가차 없는 비판과 함께 타격을 입히려 한” 재임 시절의 행위 즉 전 정권을 청산해야 할 악(惡)으로 여긴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것이 역대 대통령들을 반복적으로 불행하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이다. 여기에다 대통령 개인의 권력욕과 금전적인 탐욕까지 더해져서 그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었다.

11명의 불행했던 대통령

이제 불행했던 대통령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현 대통령을 제외하고 우리는 건국 이래 11명의 대통령을 겪었는데 모두가 불행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국외로 망명하여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권력을 연장하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결국은 부하에게 살해당했다. 5.18광주 민중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12.12 군사반란으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은 퇴임 후 내란 및 군사 반란죄로 무기징역형과 추징금 2,200억 원을 선고받았으며, 노태우 대통령은 불법 비자금과 내란죄로 징역 12년과 추징금 2,838억 원을 선고받았다.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본인들의 공로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수감되는 통에 명예롭게 퇴임하지 못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검찰 조사에 시달리다가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자살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횡령, 뇌물 등의 죄목으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벌금 130억, 추징금 57여억 원이 부과되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22년 형과 벌금 180억 원이 선고되었다.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도 또 다른 연유로 해서 불행하게 퇴임했다.

멀쩡한 대통령이 한 명도 없다. 이건 대통령 개인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불행이고 국가의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들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가장 빠른 시일에 달성한 성공사례에 속한다. 그러니 이러한 성공은 대통령의 지도력 때문이라기보다 우리 국민의 저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 년 남짓 남은 문재인 대통령은 제발 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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