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오월 천년 고사의 기와 지붕을 두두리는 굵은 빗방울 소리는 참으로 청량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정수리마다 아기 부처님처럼 관욕을 이루어 일시에 해탈 하시기를 발원해 봅니다. 비가 그치고 나니 초목들은 저마다 법열에 젖어 동자승의 해맑은 미소로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대웅전 앞에 마련한 관욕대에는 싯달태자가 한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한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유하독존을 외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들은 본래 평등하여 누구나 부처이나 아직 삼계의 고통속을 헤메고 있나니 내가 마땅히 편안하게 하리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싯달태자가 태어나자 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외친 탄생게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성은 남녀와 노소의 구별이 없으며 인간과 자연이 본래 평등한 존재라는 무한한 자유의 선언입니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로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 비대면의 한마당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절실한 것은 모습을 떠난 비대면 속에서도 대면하는 실상을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부처님 오신 날의 진실한 뜻입니다.

이제 코로나로 인해 세계는 한 집안처럼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이 한 몸임을 자각하여 비로소 하나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백신의 나눔을 통한 자비와 연대심이 확산되어가고 있는 추세는 세계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기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 동안 인류는 이와 같은 진리를 깨닫기 위하여 수많은 질병의 도전 속에서 많은 희생과 댓가를 치렀습니다. 이번에 겪고 있는 코로나 위기 또한 모든 생명들이 한 몸이라는 연기법의 진리를 등지고 인간 위주의 이기적인 삶을 운영한 결과입니다.

싯달태자는 일찌기 인류공생의 도리를 탄생게를 통해서 거듭 누설했지만 이제 새롭게 연대의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서 실천 방법의 하나로써 모든 생명을 부처로 받들어 모시자는 것이니 바로 행복의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그간 밖으로부터 찾았던 행복을 돌이켜서 집안 가까운 곳에 있는 어버이와 스승님을 공경하는 마음이 바로 불성임을 깨달아 지고지순의 관계를 회복 시켜야 합니다.

거리에는 벌써부터 연등이 걸리고 부처님의 오심을 찬탄하는 봉축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우주에서 가장 높은 스승이며 만생명의 어버이시고 진리의 왕이시기 때문에 우리는 날마다 찬탄하며 예불을 드리고 있습니다.

“모든 중생이 본래 부처이니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여 버리지 않는 것이 자비심이기 때문입니다.

불자는 이를 깨달음의 요체로 받들고 공생을 실천하는 행자들입니다. 연기법은 모든 존재는 스스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주위의 도움으로 생성되고 소멸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어떤 것도 결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세상이 어렵다고 하여 결코 좌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목표와 방향이 결정되고 나면 이루어질

때까지 인욕과 하심으로 무한 정진을 해야 합니다. 범부가 끝내 부처를 이루는 것도 중생심 가운데 부처의 씨앗인 불성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끝없이 정진하여 이루어진 결과인 것입니다. 이것은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만고 불변의 진리입니다.

한편 세계는 그간 코로나19 펜데믹의 좌절감을 극복하고 서로 백신을 나누고 도우며 새롭게 의식을 전환하는 기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인은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설산에서 육년 고행을 통해서 마침내 깨닫고나서 모든 중생들에게 여래와 차별없는 지혜 덕상을 본래부터 갖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세상은 코로나의 재앙

속에서 살림살이가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계층간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고통 속에는 위대한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역사발전의 원리인 도전과 응전, 새로운 창조의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생노병사의 고통 속에서도 생노병사를 초월하는 고집멸도 사성제의 위대한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중생의 마음속에 무한한 가능성인 공의 진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셨는데 범부들은 두꺼운 업장이 마치 구름처럼 가려져 있어서 보지 못할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서로 차별하거나 억압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종교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더라도 우리 모두 서로를 부처님처럼 존경하고 사랑합시다. 인간의 고통과 불행은 오직 지혜와 자비로써 해결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은 부차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날이 갈수록 속도는 빨라지고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고통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가족들이 고통에 처했을 때 자비심으로 서로 위로하고 잘 들어주면 행복물질이 가장 극대화 된다고 합니다.

화가 날 때 잠시 호흡을 살피고 분노를 조절하여 정신을 차리는 것은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창의력을 계발하는 훌륭한 자기 실현의 방법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명상으로 지혜를 계발하고 자비심으로 보살행을 실천하며 서로 존중하며 화합하는데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는 인연 공덕으로 우리 모두가 더욱 행복하길 기도하며 세상이 보다 따뜻해지길 두 손 모읍니다.

오늘도 탐진강은 대면과 비대면의 언덕에 머물지 않고 무심의 바다로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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