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인/시인,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주먹밥
우리는 주먹밥으로 뭉친 끈끈한 밥알들이다
산수동 오거리에서
대인시장에서
양동 닭전머리에서
광주의 어머니들이
뜨거운 손바닥으로 꽉꽉 쥐어 뭉친 동지들이다
우리는
광주 청년들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
무고한 시민들 사냥하듯 쏘아대던
무차별 무자비 살육의 부대
공수부대 군사 깡패들
모두 울밖으로 몰아내고
평화가 출렁이는 광주를 지키는
시민의 아들 딸 시민군이다
교통도 통신도 끊긴 고립된 섬 광주의 오월
동네 가게에도 백화점에도 은행에도 마트에도
금남로에도 충장로에도 화순 너릿재 가는 길에도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큰 강물로 흐르고 있다
역사 앞에 모든 이기심 다 털어버린
서로 어깨를 겯고 한 길로 나가는 대동 세상
우리는 시민정신으로 꽁꽁 뭉친
뜨거운 주먹밥 속 밥알들이다
광주를 지키는 시민군들의 속을 뎁히는 주먹밥
그 안에 뭉쳐 있는 자유 민주 자주 인권 평화 통일의 불타는 열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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