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배/시인
순이야,
죽순밭에 가자고 너를 불러내
여울목 건너다가 함께 넘어져
그날 그 일을 생각하며 웃음 짓는다.
순이야,
젖은 옷 그대로 양지녘에서
살며시 너를 안고 다시 넘어져
입술을 누르던 기억이 새롭구나.
순이야,
지금은 어느 집 처마 밑에서
손녀를 업고서 할미 이름 듣는고
죽순철이 다가오니 보고 싶구나.
순이야,
네 자라 뗀 자리 생채기가
아직도 푸르름으로 남아 있거든
오빠를 불러라, 살살 문질러 주마.
◾노트 :이 시에서 ‘자라 뗀 자리’를 말하고 싶어 서시를 구성해 보았다. ‘자라 뗀 자리’란 자라배(별복), 또는 복학이라고 해서 어린 아이의 배 위쪽 비장(지라)이 부어오른 것을 말한다. 이때 만지면 뱃속에 꼭 자라가 있는 것 같아 자라배라고 했는데, 이를 없애려고 등 어깨 사이의 살점에 먹물의 실을 꿰매, 등에 푸르름의 상처가 남았다. 예전 ’60년대까지도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일이다. 지금이야 갖가지 좋은 예방주사를 맞으니 그런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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