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산과 강과 바다 그리고 이 땅의 장흥인들- 영원하리라
사설 - 산과 강과 바다 그리고 이 땅의 장흥인들- 영원하리라
  • 김선욱
  • 승인 2021.08.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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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어제를 돌아보고 이 땅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며

따뜻한 남녘에 청정한 득량바다를 연하고 있는 땅, 고지 5백미터 이상의 15개봉이 지천으로 누워있는 땅. 연해 개펄이 여기저기 펼쳐지고 그리 깊지 않은 수심으로 각종 어류와 패류가 풍족하고, 높은 산들이 있어 계곡과 강이 만들어지고, 크고 작은 강 따라 드넓은 벌이 펼쳐져 먹거리가 풍요로운 땅. 그리하여 저 선사시대에는 대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그 산기슭과 강기슭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 당대 삶의 경쟁력이 가장 높았고 그것을 증명하듯 대한반도에서 고인돌이 가장 많았던 땅. 삼국 이래 저 중국에서 피난 온 중국인들이 천관산 아래나 삼비산 기슭에서 새 삶터로 삼고 새로운 성씨로 세거하며 장흥任‧장흥馬‧장흥魏 씨의 본향이 되었던 땅. …그 땅이 바로 길게 흥하는 땅, 장흥이요 ‘정남진 장흥’이다.

공자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智者樂水),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仁者樂山)- <논어> 옹야(雍也)-”고 했다. 예부터 장흥에는 물(강, 바다)이 많고 산이 많아 지혜롭고 어진 사람들이 떼로 몰려 살았다. 예로부터 장흥은 본디 지혜로운 땅, 곧 지지(智地)요, 덕스러운 땅, 곧 덕지(德地)였다. 왜 장흥이 덕지인가. 산과 바다, 정적(靜的)인 산의 인덕을 닮고 배워서였으리라. 산 과 강, 바다에서 걷어드린 먹거리가 풍요롭고, 기본적인 의식주가 쉬이 해결되어 마음이 너그러웠기 때문이리라. 왜 장흥이 지혜로운 땅인가. 동적(動的)인 강과 바다에서 지혜를 체휼했기 때문이리라. 하여 그 지혜가 바탕이 되어 신라 때 천관산에 89암자가 들어서며 불교의 융성시대에 이어 통일신라 때는 보림사를 선종의 대가람으로 일으켰고, 고려조엔 임씨, 위씨, 마씨 등 수많은 선인들이 조정에 출사하여 당당히 위명을 떨쳤으며, 조선조에는 가사문학이 일대 부흥되며 독특한 장흥의 가사문학을 일굴 수 있었으리라. 또 국가 위란시에는 수많은 충혈지사들이 떨쳐 일어나 의향의 전통을 쌓을 수 있었고, ‘장흥동학’이라는 의향의 전통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그 의기 전통의 소산물이었으리라.

이 땅에서 숨 쉬고 살았던 우리의 선인들은 그처럼 덕스럽고 인자했으며 의기롭고 지혜로웠다. 높은 산들이 가르쳐준 처세와 깨달음은 德이고 仁이었으며 바다와 강이 일깨워준 삶의 양식은 의기였으며 지혜였던 것이다.

몇 세기가 흐른 지금, 이 땅 어디를 가나, 그 어디서나 우리는 선인들의 그 흔적들을 더듬을 수 있다. 어느 산의 정상을 올라도, 장흥인은 참으로 축복받은 땅에 산다는 감흥을 지울 수 없다. 장동 신북리 후기구석기 유물에서, 여기저기 지천으로 산재한 고인돌 유적에서, 부산 지천리 일대에서 출토되었던 철기시대와 삼국시대 유물에서, 그리고 용산 월송리 조선백자 유적에서 우리는 장흥 땅에 살았던 그 넉넉한 선인들의 아름다운 삶의 양식을, 그 찬란한 문화를 읽게 된다. 탐진강을 거슬러 오르다 선인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한 정자의 난간에 앉아보면, 강태공이 되어 암울한 시절을 낚고 인생의 허무와 사나이의 의기를 시(詩)로 읊고 창(唱-서편제)으로 노래했을 법한 선인들의 그 정한(情恨)도 능히 가늠하게 된다.

언제인가 장흥을 답사한 중앙지 어느 기자가 “장흥의 아름다운 산하를 둘러보고, 장흥이 왜 문학의 고장임을 절로 알게 되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 여기저기 드높이 솟은 산을 우러르고 강을 굽어보고 바다를 둘러보며 사색하고, 두 눈이 아찔할 만큼 투명하고 맑게 부서져 내리는 햇빛을 보며 높은 이상과 고고한 그리움도 배울 수 있어 오늘날 장흥문학 태동이 가능했을 법하다. 해서 회진 진목리에서 이청준과 천년학의 전설이 움트고, 용산의 00에서 송기숙의 민중문학이 싹텄고, 관산 신동에서 세계를 관통하는 이승우의 세계문학이 태동하였고, 안양 여닫이와 해산토굴에서 한승원의 바다문학의 전설이 잉태되었는지 모른다.

7세기 동안 부사고을로 입지하며 서남해안의 요충지로, 호남 시인묵객들의 文林으로, 호남 의인들의 의향(義鄕)으로 자리해오다가 일본합병, 광복, 근대화 등 근 1세기 가까이 소외되며 낙후지역으로 쇠락을 멈추지 못했던 장흥 땅이 이제 비로소 눈을 뜨고 있다.

본디 가지고 있었던 이 땅의 성정이, 지지(智地)로서 빛났던 전통이, 덕지(德地)로서 면면이 이어져온 뜨거운 혈맥이 이 땅의 본디의 생태와 결합되며 부활하고 있다. 바야흐로 생태문명이 태동하는 ‘환경의 21세기’ 첨두에서 그것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고 다시 부활할 수 있는 동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 땅의 본연의 모습이었던 그것은 바다요, 산이요, 강이요, 벌판이요, 계곡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이 땅을 지켜 온 당당한 그대들(장흥군민) 이 있다. 그대, 당신은 늘 그 자리에서 장흥 땅을 지켜왔다. 해서 당신은 지금도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당초부터 축복받은 바다요, 산이요, 당신이었다. 그 축복을 우리가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서야 우리는 그것을 찾으려 한다. 아니, 당연히 찾을 것이다. 우리의 축복이므로 당당하게 우리 것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하여 이 땅이, 우리의 바다가 있어 빛나고, 산이 있어 더욱 광채나고, 더더욱 당신이 있어 축복이 될, 그 내일의 주인공은 우리들이다.

이제는 좌절도 그만 접자. 이제는 오랜 갈등도 잊자. 눅눅한 옷일랑 벗어 던지자. 벌거숭이 되더라도 당당하게 바라보자. 그리고 이해하고 함께 아파하고, 하나가 되어 서로를 보며 맑게 웃자. 공허로운 웃음일지라도 다시 한 번 말갛게 웃고 또 웃자. 그 웃음은 우리의 희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영원하리라.

우리는 그 희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희망이 우리를 살리는 길이다. 그 희망의 의지로 한 마음이 되고 동체가 되는 것이다. 방관자가 아닌 주인이 되고 주인보다 머슴이 될 수 있는 것도 희망 때문이다.

바다와 산, 그 자리에 당신이 밝게 웃고 있어 우리의 희망은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도 지속 가능한 희망이 되고 찬연한 비전으로 밝혀져 우리와 함께 영원하리라.

당신이 있어 이 땅의 바다가 더욱 정겹고 이 땅의 산들이 더욱 광휘롭고 자존 넘치는 당신의 모습도 아름다운 것이다. 축복도 희망도 자존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바다 되고 산이 되고 당신이 되길 기도한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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